경제성장은 이어질까? 인플레는 진정될까? 부동산시장 안정될까?
2022년을 맞이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경제성장, 인플레, 부동산)에 대해 답해보려 합니다.
1. 2022년에도 한국 경제 성장세가 이어질까?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예"라고 답할 것 같습니다. 아래 <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1년 연간 및 12월 수출입 동향(2022.1.1)"에서 가져온 것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15개 주력 품목의 수출 동향을 보여줍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모든 주력 품목이 고루 늘어난 것을 발견할 수 있죠.
반도체가 1,280억 달러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석유화학과 일반기계의 수출액이 각각 551억달러와 531억 달러라는 점을 감안할 때 "반도체 착시로 수출이 증가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히 이차전지와 바이오헬스 등 미래 먹거리 산업도 고루 성장한 것이 눈에 띱니다. 그간 힘든 시간을 보내던 선박(+16.4%)과 철강(+37.0%), 그리고 무선통신(+22.9%)까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적어도 2022년 상반기까지는 수출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한국 수출의 선행변수 역할을 하는 글로벌 지표도 개선되는 것이 긍정적입니다. 미국 소매판매가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강력한 증가세를 기록한 것이 큰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아래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한국 수출은 선진국 소비자들의 일시적인 경기변화에도 격렬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림> 미국 소매판매 증가율과 한국 수출 증가율
https://fred.stlouisfed.org/graph/?g=KprO
2. 2022년 인플레는 진정될까?
두 번째 질문은 까다롭습니다. 왜냐하면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12월 소비자물가 동향(2021.12.31)" 자료를 보면, 소비자물가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7%나 상승한 것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간으로 보더라도 2.5%를 기록해, 한국은행의 목표 수준(2.0%)을 넘어섰죠.
그런데, 어디에서 물가 상승이 나타났을까요?
예상대로 우리나라의 취약 부분인, 에너지와 농축수산물이 주범이었습니다. 농축수산물이 0.67% 포인트나 물가 상승에 기여했고, 석유류 가격도 0.95% 포인트나 차지했습니다. 즉, 이 두 품목 때문에 오른 물가가 무려 1.62%나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고령화로 시들어 가는 농업 부문의 생산성이 어느날 갑자기 좋아질 것 같지 않고, 또 기후도 맘대로 바꿀 수 없습니다. 기름 한 방울 안나는 한국의 상황에서 국제유가 및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 이 역시 유류세나 조금 조정할까. 특별히 조정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물가를 예상할 때, 이 두 품목(에너지, 농축수산물)은 제외하고 살펴보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두 품목을 제외한 물가 상승률은 2.18%에 그치며 특히 개인서비스가 큰 기여(+1.06% 포인트)를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식료품 및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는 데 개인서비스 요금이 안정되기는 힘들었겠죠.
그렇지만 이 분야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수출은 잘되니만 내수 경기는 힘든 현실 속에서 개인서비스 요금이 끝없이 상승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면이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내년 물가는 이상기후와 에너지 가격의 추가적인 급등이 없다면 연 2% 전후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습니다.
3. 2022년 부동산시장은 안정될까?
세 번째 의문은 참 부담스럽습니다. 서울 등 일부 지역 주택가격이 '버블' 레벨에 도달했건만, 상승세가 꺾인다고 보기는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이죠.
제가 주택가격에 거품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할 때 가장 중시하는 지표는 '주택구입 부담지수'입니다. 각 지역의 중위 소득 가계가 중간값에 해당되는 아파트를 구입할 때, 얼마나 많은 부담을 지는지 측정한 것입니다. 100을 기준으로 하는데, 서울의 역사적인 평균은 123포인트 수준이건만 2021년 9월 말 182포인트까지 상승했네요. 4분기에도 주택가격 상승이 지속되었음을 감안할 때, 아마 2022년 초에는 200포인트를 돌파할 것으로 봅니다. 즉, 적정 수준을 2배 넘어서는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 말 발표된 'KB 주택가격지수'는 상승세가 꺾였다고 판단할만한 징후가 부족합니다. 연간 기준으로 20% 상승했는데도, 그리고 주택구입 부담지수가 역사상 최고 수준을 넘어섰는데도 상승세가 이어지는 셈입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전세가격 상승, 다른 하나는 주택공급 부족 우려, 마지막은 저금리 기조입니다.
이 세가지 원인 중에 저금리 문제는 이제 '악재'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두 문제(전세가격 급등, 주택공급 부족)는 아직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1986년 이후 아파트 전세가격의 월별 상승률을 살펴보면, 1월이 1.01% 2월 1.29% 3월 0.81%입니다. 즉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전세수요가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죠. 더 나아가 2018년부터 시작된 서울지역 아파트 인허가 물량의 급격한 감소를 감안할 때, 2022년의 입주물량이 크게 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따라서 2022년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낙관하기는 힘든 상황 같습니다. 금리인상, 그리고 정부의 대출 규제가 탄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기대되나, 이 효과가 강하게 나타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https://kbland.kr/webview.html#/main/statistics?blank=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