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의 대가, 브랑코 밀라노비치의 분석은 경청의 가치가 있다!
혹시 코끼리 커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아래 <그림>의 모습이 코끼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세계은행 경제학자, 밀라노비치가 1998~2008년 동안의 세계 실질소득 증가율을 계산해 보았더니, 아래와 같은 모습을 발견했던 것이죠. 이 <그림>은 두 가지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첫 번째, 세계 소득 최상위 1% 그리고 중위 50% 사람들의 소득이 60% 이상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연 4%대의 실질소득 증가라니! 이건 정말 대단히 놀라운 일입니다. 이 대부분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 경제 성장 덕분이고, 인류 역사상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갈 위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가 문제입니다. 세계 소득 상위 20%(<그림>의 80%에 해당되는 이들)의 실질 소득은 제자리 걸음한 것을 발견할 수 있죠. 이들은 선진국의 중산층 및 하위 소득계층인데, 최근 가장 큰 박탈감을 느끼는 중이죠. 2016년 벌어진 양대사건(브렉시트, 트럼프 당선)이 모두 선진국 중산층/하위소득계층의 반란(!) 때문이라는 것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자료라 하겠습니다.
<그림> 전세계 소득 수준별 1인당 실질소득 증가율(1988~2008년)
자료: Lakner, Christoph & Milanovic, Branko(2013).
그림설명: 위 그림은 1988~2008년과 1988~2011년의 1인당 실질 가계소득의 상대적 증가율을 세계 소득 분포 별로 보여줌. 예를 들어 세계 소득 하위 10%는 1988~2008년 동안 38%의 실질소득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세계 최상위 1%는 65%의 실질소득 증가를 기록한 것으로 볼 수 있음.
https://blog.naver.com/hong8706/220924243372
두 가지의 특성 중에 오늘은 첫 번째 특성. 바로, 중국 등 신흥국 경제의 성장 배경에 대해 집중해 보겠습니다. '코끼리 커브'의 주인공, 밀라노비치는 신작 "홀로 선 자본주의"에서 어떻게 중국이 성장했고 벽에 부딪히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다룹니다. 책의 97쪽을 보면, 중국이 전제주의적인 체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가파른 성장을 기록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1920년~1930년 자신들의 통제 아래 있던 지역에서 처음으로, 그리고 1949년 중국 전역에서 승리한 이후 토지개혁과 시골 지역에서의 봉건 관계 청산, 그리고 씨족 기반의 사회관계를 약화시키는 조치를 지지하고 실행했다. 이런 조치는 좀 더 현대적인 핵가족 구조와 남녀평등으로 이어졌다.
또 이는 농민과 노동자 가정의 자녀들을 교육과 고용에서의 ‘차별 철폐’와 함께 문해력과 교육을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이어져 내려온 위계질서를 완전히 뒤엎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중략)
마오와 중국 공산당은 사회주의 혁명에 있어서 소농 혹은 소작농의 역할을 강조했다. 맑스주의에서 볼 때, 이는 정통이 아니다. 그럼에도 마오는 코민테른의 정책을 무시했다.
중국의 성공은 "이전의 전통사회 혹은 무정부 사회보다 더 나은 면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후진국일수록 공산주의적인 정책이 더 성공적이었다고 지적합니다. 책의 99~100쪽 부분을 인용해보겠습니다.
공산주의는 서구의 식민지였거나 서구의 지배를 받은 나라가 봉건제에서 벗어나 토착 자본주의로 이행하도록 만든 체제다. (중략) 공산주의는 동독과 체코 등 선진 산업국가에서는 덜 성공적이었던 반면, 중국과 베트남 같은 가난한 농업사회에서는 가장 성공적이었다.
더 발전된 나라에서 드러나는 이 같은 공산주의의 상대적인 실패는 1970년대 중반부터 두드러졌다. 그 이후부터 중부 유럽의 공산국가들은 오스트리아와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중략)
공산국가들은 비교적 단순한 수준의 산업을 넘어서 대규모 경제로 나가는 데 실패했고, 이 때문에 정보통신 혁명을 완전히 놓쳤다. 즉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는 대량생산 시대에는 만족스러운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생산 기술의 유연성이 필요했던 1980년대부터는 적응할 수 없었다.
일정 레벨을 넘어서는 순간, 공산주의 국가의 문제가 생긴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특히 정보통신 혁명이 발흥하기 시작했던 1980년대부터 공산국가들의 뒤쳐지기 시작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말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기존 기술의 연속 선상에서는 국가주도의 성장 전략이 잘 들어맞을 수 있지만, 전환기에는 유연성을 가지기 너무 어렵죠. 특히 지도자들이 잘못된 방향을 고집하는 순간, 나라의 경쟁력은 급속히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1990년 이후 동구권 산업국가(체코, 폴란드)의 경제성장입니다. 반면, 1인당 국민소득 면에서 보면 러시아나 벨로루시 등 이전의 농업 국가들은 성장의 정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가파른 정보통신 혁명 속에서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다음 시간에 다루겠습니다.
<그림> 시장 경제로의 이행을 전후한 오스트리아-동구공산국가 1인당 GDP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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