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힘이 시민사회를 압도할 때, 독재적 리바이어던으로 기운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A. 로빈슨이 함께 쓴 책 “좁은 회랑”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혹시 지난 편을 못 본 분은 아래의 '링크'를 누르기 바랍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민주주의, 특히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해보겠습니다. 아래 첫 번째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시장 환율 기준으로 1만 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부유해졌는데, 왜 중국의 민주주의 수준은 이전보다 더 하락할까요?
아래의<그림 14.2>는 스티븐 핑커 교수님의 책 "지금 다시 계몽"에서 가져온 것인데, 제일 위의 점선은 노르웨이로 출발부터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이후로도 꾸준히 상승합니다. 그리고 분단된 두 나라가 있습니다. 북한은 낮은 점수로 시작해 그보다 더 밑으로 가라앉았습니다. 반대로 한국은 냉전 시기 반공 전체주의 국가로 출발했으나 오늘날에는 긍정적 수준으로 진입했죠. 중국의 인권은 문화대혁명기에 바닥을 쳤다가 마오쩌둥 사후 급격히 치솟고, 1980년대 말 민주화 운동기에 절정에 도달한 후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A. 로빈슨 교수는 국가의 힘이 점점 강해지는 방향으로 움직이며, 사회의 힘이 압도적으로 열위에 처해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좁은 회랑"의 205~206쪽을 인용해보겠습니다.
국가는 질서와 안정, 평화를 증진한다는 측면에서 여러 혜택을 제공한다. 국가는 경제의 거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분쟁에 대해 투명성 및 예측 가능성을 부여하는 ‘법’을 집행할 수 있다. (중략) 독재적인 리바이어던이 전쟁 상태나 규범의 우리보다 더 나은 경제적 기회와 유인을 제공한다. 독재적 리바이어던은 사회를 조직하고 법체계를 구축하고, 직접 경제성장을 자극하기 위해 투자도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독재적 성장’이다. (중략)
그러나 독재적 성장도 두 얼굴을 가졌다. (중략) 독재국가는 틀림 없이 점점 더 많은 정치적 권력을 손에 넣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더 많은 권력을 잡을수록 경제적 혜택의 독점은 더 심해지고 국가가 보호해야할 재산을 침해하려는 유혹은 더 커진다.
맞습니다. 아편전쟁 이후 100년에 걸친 무정부 상태를 해소하고 경제발전의 기틀을 만들어 낸 것이 중국 국민 중 상당수가 공산당 지도자를 인정하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국가의 힘이 커질 수록 점점 더 부패의 유인이 높아집니다. 142쪽에 소개된 유명한 사건을 인용해보겠습니다.
2011년 철도청장 류지준이 체포되었을 때, 아파트 350채와 현금 1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는 중국의 고속철도 체계가 더할 나위 없는 뇌물 수수의 기회를 던져주었기 때문이다. (중략) 류지준은 몰락했지만, 다른 이는 건재하다. 2012년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1천 명 중 160명은 중국 공산당 대의원들이었다.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권력을 손에 넣은 이들에게 '청렴'을 요구하기는 어려운 일이죠. 따라서 중국은 주기적으로 반부패 정책 시행이 이뤄지곤 합니다. 2021년 갑자기 사교육이나 게임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가 이런 흐름에서 이해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부의 강력한 시장 개입은 성장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책의 207쪽을 인용해보겠습니다.
경제성장을 이루려면 안정한 재산권과 교역, 투자뿐만 아니라 혁신과 끊임없는 생산성의 향상이 필요하며 후자가 더 중요하다. 이런 것들은 독재적 리바이어던이 매섭게 지켜보는 가운데에서 이루기 어렵다. 혁신에는 창조성이 필요하며, 창조성에는 개인들이 두려움 없이 행동하고, 실험하고, 설사 다른 이들이 좋아하지 않더라도 자기 뜻에 따라 스스로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필요하다. 이런 자유는 독재체제 아래서는 지속하기 어렵다.
물론 중국의 지도자들이 이런 지적을 수용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당장 저만 하더라도 중국 주식에 대한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아래의 <그림>은 2021년 한 해 동안 세계증시(붉은선)와 중국증시(검정선)의 성과를 보여주는데,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성과를 기록한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깟 주식가격 좀 빠진게 뭐라고 호들갑이냐는 이들에게, 책 390쪽의 인용구를 들려드리고 싶네요.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주요 소비시장 국가와 척지고 과연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공산주의 국가가 늘 반란과 정치적 불안정을 걱정하는 것도 과거와 유사하다. 2005년 지방의 불만이 부각되었을 때 공산당은 토지세 폐지로 대응했다. (중략) 그런데 만일 경제성장이 둔화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공산당은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도덕적 리더쉽에 입각해 당의 정당성을 규정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