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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Jan 10. 2022

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부자가 세금 덜내는 세상

미국 다국적 기업, 이익의 60% 이상을 조세회피처로 이전!

세계적인 불평등 문제 전문가, 이매뉴얼 사에즈와 게이브리얼 저크먼의 책 "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를 읽다보면.. 왜 세상이 그토록 불평등해졌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아래의 <그림 4.1>로, 이 그림은 법인세와 개인소득세가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미국 기업들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이익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금은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는 중입니다. 부유층에 대한 감세가 여러차례 단행되어 왔지만 개인소득세는 GDP의 8% 이상을 차지하는 것과 대조적이죠.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그 이유는 바로 아일랜드와 바뮤다와 같은 조세회피처로 본사를 이전한 기업들 때문입니다. 책의 138쪽을 보면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옵니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12.5%로 책정되어 있지만, 실제로 (다양한 특례규정 영향으로) 훨씬 낮게 적용된다. 반면 미국의 법인세는 21%이며, 여기에 주별 법인세는 별도로 따져야 한다. 아일랜드의 법인세가 미국보다 낮으니 (아일랜드로 회사 본거지를 옮긴) 애플로서는 자사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미국이 아닌 아일랜드에 장부상 귀속시키는 편이 낫고, 실제로 그렇 회계처리할 여지도 넉넉하다.  


여기에서는 애플만 다루지만, 구글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책 139~140쪽을 인용해보겠습니다. 


2004년 8월, 구글은 주식시장에 상장했는데, 2003년 구글은 자사가 보유하고 있던 검색 및 광고 기술을 '구글 홀딩스'라는 자회사에 매각했다. 구글 홀딩스는 아일랜드에 설립된 회사로 (중략) 구글 홀딩스가 구글의 기술을 구입한 가격은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매매가 비싼 값에 이뤄졌다면 2003년 구글이 미국에서 냈던 세금에 그 거래의 영향이 드러났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략) 납부 세금으로 추산해보면, 검색 및 광고기술의 가치는 7억 달러 이하로 책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구글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의 가치가 7억 달러 이하였던 셈입니다. 이런 식으로 오늘날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이익의 60% 이상이 세율이 낮은 외국으로 빠져나가 그 나라 법인의 이익으로 기록되는 셈입니다. 


물론 사에즈 교수 등의 노력 덕분에 바이든 정부는 "세계 각국이 법인세률의 최저 레벨을 21%까지 올리자"고 나섰으며, 이 압력에 아일랜드 등의 조세회피국가들이 굴복하는 모양새입니다. 국제적인 법인세율 인상 공조가 현실화되고 또 집행력을 가질지는 아직 불확실합니다만, 아주 중요한 첫 발자욱임에 분명합니다. 


최근 벌어지는 세상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는 읽어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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