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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Jan 12. 2022

전선에 선 국가 - 일본경제 특별보고서

세계적인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의 특별 보고서

전선에 선 국가(The Economist, 2021.12.7자)


일본은 전세계가 따르거나 따르지 말아야 할 예시를 제공합니다. 


검은 양복을 입은 정체모를 사람이 그 이름을 공개함에 따라, 일본의 새로운 연호, '레이와'는 2019년 3월에 시작되었습니다. 첫번째 글자인 '레이(명령할 령, 令)'는 '경사스러운', '질서있는' 이라는 의미를 지니며, '와(화할 화, 和)'는 '조화' 혹은 '평화'를 의미합니다(정부 관료들은 공식적인 영문 표현으로 '아름다운 화합'을 택했습니다). 이번 연호는 역사상 최초로 중국 고전이 아닌 천년전에 엮인 일본의 시집인 만엽집에서 따왔습니다. 「初春令月、氣淑風和」 - 「초봄의 길한 달, 기운 상서롭고 바람 평온하니」


그러나 레이와의 첫 나날들은 딱히 길하지도 않았고 바람도 평온하지 않았습니다. 2020년 초, 코로나-19가 불어왔습니다. 일본인들은 마스크를 쓴 채 집에만 머물면서, 계속해서 외식을 하는 정치인들에게 화를 냈습니다. 일본의 최대 무역상대국인 중국은 그해 여름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진압했습니다. 가을, 일본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의 대통령은 선거 패배를 부인했습니다. 코로나는 아베 신조가 그의 기록적인 총리 임기를 자축할 행사가 되기를 바랐던 2020년 올림픽을 연기시켰습니다. 매해, 더 적은 아이들이 태어났습니다. 아베 총리는 위장병으로 사임했고, '검은 양복을 입은 정체모를 사람', 스가 요시히데가 총리가 되었으나 1년 뒤 그 역시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모든 난기류 속에서, 일본은 꽤 잘 버텼습니다. 올림픽은 2021년 여름에 개최되었고, 관중과 환호는 거의 없었으나 반대자들이 예측했던 역학적 대재앙은 없었습니다. 집권당인 자유민주당은 또 다른 안전한 인물인 기시다 후미오를 새로운 지도자로 선출하였습니다. 10월 31일, 유권자들은 자민당에게 하원에서의 안정적인 승리를 선물했습니다. 포퓰리스트 선동가들이 토론에서 눈길을 빼앗지도, 유사 권위주의자들이 결과를 비난하지도 않았습니다. 일본의 평균 기대수명은 여성 88세, 남성 82세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사망률 변위는 실질적으로 떨어졌으며, 1억 2,600만명의 국민들 중 오직 18,000명만이 코로나로 사망했습니다. 국민들은 마스크를 계속 꼈으며, 백신 2차 접종률은 80% 언저리로 올랐습니다.


레이와의 나머지 나날들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하여 더 많은 탄력성을 요구할 것입니다. 1926년부터 1989년까지의 쇼와 시대,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고 복구하였으며,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으며, 하버드 대학교의 역사학자 에즈라 보겔(Ezra Vogel)은 "재팬 애즈 넘버원"을 써서 미국으로 하여금 과거의 적으로부터 배우라고 촉구했습니다. 아베 총리가 "일본이 돌아왔다"고 외쳤을 때, 그는 일본의 전후부흥을 상징한 1964년 올림픽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그러한 과거의 향수에 기반한 허세는 현대 일본의 성공을 과장합니다. 그러나 쇼와 시대를 뒤이은 헤이세이 시대에 발생한 버블 붕괴와 경제 침체인 '잃어버린 10년'에서 온 염세주의는, 역시 현대 일본의 실패를 과장합니다.


레이와의 여명은 이미 감성적인 질문들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작가 후나바시 요이치는 "레이와 시대의 질문은 어떤 종류의 일본을 되찾고자 하는가?"가 되리라고 생각에 잠긴 채 말했습니다. 도쿄대학의 요시미 슌야 교수는 일본이 "포스트-성장 혹은 포스트-개발시대"에 있다면서, 그 가치는 쇼와 시대의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강하게"가 아닌 "다양성, 탄력성, 그리고 지속가능성"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른 이들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자 합니다. 자민당 요인인 아마리 아키라는 "우리는 반드시 일본을 다시 넘버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적어도 하나의 안전한 추측은 레이와가 인구감소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겁니다. 현 추세에서 인구는 2050년까지 1/5인 1억 명으로 감소할 것입니다. 이 시기는 또한 미중대립, 자연재해, 그리고 고령화와 장기침체로 정의될 것입니다. 이 특별 보고서는 일본이 이러한 문제들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살펴볼 것입니다. 한때 특수한 환자의 질병이라고 여겨졌던 병은 어느덧 많은 이들의 고질병이 되었습니다. 이들은 단지 일본을 더 빨리, 혹은 더 강하게 괴롭혔을 뿐이었습니다. 레이와 시대의 일본에 더 맞는 국가적 정체성은 전 도쿄대학 총장 고미야마 히로시가 말하는 것처럼 "과제선진국", 즉 "문제에 더욱 일찍 직면한 국가"일지도 모릅니다.

달리 말하자면, 레이와 시대는 일본이 세계적 최전선에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입니다. 이는 미래예지가 아닌 미래에 더 근접한 결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살아남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에 있어서의 선견지명을 보여줘야만 할 것입니다. 그 성공은 모델이 될 수 있고, 실패는 경고가 될 수 있습니다. 토론토 대학교의 필립 립시(Phillip Lipscy) 교수는 이를 '선구자 국가'라고 주장합니다. "일본을 특수한 국가로 취급하는 건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시대에 뒤쳐진 이미지


일본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비교적 동질적인 시민이 있는 폐쇄된 섬에서만 가능한 신비로운 사회적 결속을 반영하는 특수한 사례로 간주되는 일이 적잖아 있습니다. 이러한 문화적 본질주의는 일본인에게 자부심의 원천이자 외부의 사례를 무시하는 덮개로 작용하는 동시에, 외국인(특히 서구인)에게   매혹의 원천을 제공하고 재난훈련에서 구역설정법에 이르기까지 흥미롭지 않은 정책을 무시하게 합니다. 문화는 분명히 중요하지만 종종 교류를 통해 바뀝니다. 일본에서 코로나19의 진행 과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행동인 마스크 착용은 1918년 스페인 독감으로 뿌리를 내린 서구에서 처음 나타났습니다. 일본어에서, '마스크'는 여전히 외국어를 나타내는 글자인 가타카나로 적힙니다.


일본은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깨져야 할 호두와 같습니다. 오늘날의 변화는 점진적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가속화할 수도 없습니다. 일부 사람들이 수십 년 전에 예측했던 붕괴를 일본경제가 피한 한 가지 이유는 정책이 변경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외교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한때 미국 노래만 있던 '가라오케 외교'에 대한 조롱을 받았던 일본은 이제 더 많은 노래를 스스로 작곡합니다. 외교관들은 아시아를 아베 총리의 표현인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으로 표현합니다. 무역 협상가들은 또 다른 일본의 아이디어인 "신뢰가 있는 데이터 자유 흐름"에 대해 논의합니다. 중앙은행 관료들은 일본에서도 개척된 '양적 완화'를 숙고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이 미국에 "더 나은 재건정책 (Build Back Better)"을 약속하기 몇 년 전에, 일본은 재해 위험 감소를 위한 UN 프레임워크에 이 문구를 삽입하도록 밀어붙였습니다.


일본 사회도 변화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아래에서 위로의 변화입니다. 고미야마 씨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래 변화의 씨앗은 거기에 있다"고 말합니다. '샐러리맨'에서 '섬나라'에 이르기까지, 오래된 이상은 침식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완고한 연공서열 체제에 기반한 쇼와 세대는 여전히 나라를 다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추종자들은 다른 관점과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교토대학의 철학자인 히로이 요시노리는 생각합니다. “젊은이들은 고도성장기를 모릅니다. 여기에는 큰 세대차이가 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지금은 불안한 시간입니다. 이는 보수적인 투표 패턴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젊은 일본인은 노년층보다 자민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일부는 넷우익의 어두운 영역으로 후퇴하거나 히키코모리로 고립되며, 이는 거의 일본 특유의 행동입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재창조의 기회를 받아들이고, 스타트업을 선택하거나, 대기업과 종신고용 대신 프리랜서를 선택합니다. 그들의 에너지는 종종 제품과 서비스가 아니라 사회를 탄력적으로 만드는 사회적 자본, 자원 봉사, 사회적 기업가 정신 및 사회적 참여 예술을 육성하는 데 사용됩니다. 그들의 규모는 국가적이거나 세계적이지 않고 지역적이며, 그들의 영역은 정치가 아니라 민간 부문이나 시민 사회입니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실제 경쟁이 없는 상태에서 정치가 경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최전선에 있는 것이 전위에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 큰 이유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여성 대우는 퇴행적이며, 소수자 권리 보호는 약하고, 정부 서비스는 구식이며, 기후 정책은 불확실합니다. 많은 제도적 틀은 과거에 얽매여 있습니다. 노동법은 산업 시대의 일부일처제를, 세법 및 민법은 메이지 시대의 가부장제를 기반으로, 이민정책은 인구증가를 위해 시행됩니다. 패스트 리테일링의 창립자이자 대표이자 일본 2위 부자인 요나이 다다시는 “중앙 정부는 시대에 뒤처지고 있다”고 한탄합니다.


그 약점은 레이와 시대의 일본을 방해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대처 능력을 과소 평가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세계는 주목해야 합니다. 쇼와 일본은 한때 미래를 얻는 방법에 대한 교훈을 제공한 반면, 헤이세이 일본은 미래를 잃는 방법을 보여주었습니다. 레이와 일본은 살아남는 방법에 대한 교훈을 제공할 것입니다. 그 출발점은 일본과 중국의 최전선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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