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대체 이론이 실패한 이유는? 부패와 시장 통제의 어려움 때문!
제가 대학 다니던 시절 종속이론(및 수입 대체 이론)에 대한 인기가 하늘을 찔렀습니다. 이 주장은 1949년 아르헨티나 전 중앙은행 총재, 라울 프레비시가 주창한 이론에 기원을 두고 있죠. 간단하게 말해서, "자유무역이 대규모 산업 국가에는 혜택을 주었지만 세계 경제의 주변부에 있는 국가에서는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최근 읽은 책 "세계화의 종말과 새로운 시작" 에서 그의 주장과 전개 과정을 자세히 다루었기에 소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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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비시는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같은) 주변부 국가들은 이전과 같은 양의 수입 공산품을 구매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원자재를 수출해야 하는 신세라고 주장했습니다(책 88쪽).
그는 주변부 국가들이 자유무역을 환영하기 보다는, 기계와 공장 장비는 수입하되 소비재 수입은 억제해야 한다고 말햇다. (중략) 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전략이 주변부 국가들의 생산성을 높여 점진적으로 경제를 개방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른바 수입대체 이론 혹은 종속 이론의 탄생이었습니다. 이 외에 카르도스 등 여러 학자들이 이 주장을 지지했습니다. 프레비시의 이론에 동참한 것은 이른바 '비동맹 국가'들이었습니다. 미국과 소련과 등거리 외교를 펼치기 원하던 77개 나라(G-77)들은 자신이 생산하는 주력 품목, 원자재가격의 변동성을 억제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도는 처참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아래 <그림>이 보여주는 것처럼,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은 최근까지도 끝없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 국제유가(붉은선) 및 식량가격(파란선) 추이
그럼 왜 비동맹 국가의 수입대체 산업화 및 원자재 가격 안정 노력이 실패로 돌아갔을까요? 마크 레빈슨은 국제적인 협력이 애시당초 불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책 89~90쪽).
(상품가격 안정 및 개발도상국의 제조업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이라는 이아디어는 매력적이었지만, 실제 추진은 쉽지 않았다. 예를 들어, 커피의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커피 생산국이 개별 커피 재배자의 수확량을 통제함으로써 전체 생산량을 제어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개도국이 공동으로 만든) 국제 펀드는 세계 시장 가격을 합의된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커피를 사고 저장하고 판해 해야 했다.
이것은 엄청난 규모의 돈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그뿐 아니라 현재 가격이 너무 높다고 판단되면 저장고에 보관된 커피를 꺼내 판해마고, 가격이 너무 낮으면 기금을 동원해 커피를 사들여야 할지 알고 실행할 지혜가 필요했다.
말만 들어도 아찔합니다. 아래 <그림>은 1973년 이후 커피콩 가격의 역사적인 추세인데, 아찔할 정도의 가격 변도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70~80년대의 인플레에도 불구하고 커피콩 가격이 제자리 걸음이었으니,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 짐작 갈 것 같습니다.
<그림> 1973년 이후 커피콩 가격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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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수입대체 산업화에는 어김없이 부패 문제가 개입되는 것도 문제였습니다(90쪽).
수입 대체품에 대해 수입 허가와 보조금 지급 권한을 공무원에게 부여하는 것은 끝없는 부패의 기회를 주는 일이었고, 외국과의 경쟁이 없기에 절망적으로 비효율적인 산업을 창출할 따름이었다.
그럼 한국은 어떻게 성공했을까요? 그 답은 바로 강력한 수출규율이었습니다. 정부가 수출실적을 내는 기업에 대해서만 지원해주고,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업들에게 가혹한 채찍을 휘두르는 것이죠. 심지어 대만 조차, 한국의 수출 규율에 비하면 유한 편이었다고 합니다.
이 대목에서.. 제 인생의 책, "아시아의 힘" 165쪽을 인용해보겠습니다.
대만의 국영기업들이 한국의 기업들보다 낮은 실적을 낸 이유는 수출 규율과 경쟁에 처한 정도가 덜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기술을 얻기 위해 해외 자본과의 합작에 더 의존했다. (중략) 대만 기업들이 미국의 다국적 통신기업인 ITT 및 GTE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한 통신 부분이 한 예이다.
한편 컴퓨터 제조사인 에이서 같은 대표적인 민간기업들은 한국의 민간기업들만큼 수출 보조, 국내시장 보호, 재정 지원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기에 더 작은 마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으며, 결과적으로 기술 경쟁력과 규모 면에서 뒤쳐지게 됐다.
율산이나 국제상사 그룹 등 숱한 대기업이 정부의 가혹한 조치로 문을 닫은 게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암튼, 좋은 책 덕분에 많은 공부하게 된 것 같습니다.
혹시 "세계화의 종말과 새로운 시작"에 대한 첫 번째 서평을 못 본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세계화의 종말과 새로운 시작 - 조선붐은 어떻게 꺼졌나 (brun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