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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May 05. 2023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손쉬운 에너지 전환?

전기가 가장 쉬운 편이지만.. 이것도 만만찮다

"화석연료를 환경친화적이면서 재생 가능한 태양광으로 곧장 옮겨가자"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그러나, 아래 <그림>이 보여주는 것처럼 이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지난 5년에 걸친 대대적인 태양광 설비 증설에도 불구하고 실제 생산량은 미미한 증가에 불과했으니 말입니다(설비 증설은 10% 포인트 증가, 발전량은 3% 포인트 증가).


한국의 전체 발전에서 신재생 에너지 비중은? (brunch.co.kr)


***


왜 이토록 에너지 전환이 어려울까요? 오늘 소개하는 책 "세상을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의 50~51쪽에 이 문제가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원유를 정제해 얻는 액체 상태의 탄화수소 연료(휘발유, 항공유, 디젤유, 중유)는 현재 흔히 사용하는 연료 중에서 에너지밀도가 가장 높아 모든 종류의 운송 도구에 동력을 공급하는 데 적합하다. 여기에서 밀도 사다리density ladder를 잠깐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단위: 톤당 기가 쥴, 참고로 몸무게 70킬로그램인 남자가 하루 동안 쓰는 기초 대사율은 약 7메가 쥴). 자연에서 건조된 나무는 톤당 16, 역청탄은 질에 따라 24~30, 등유와 디젤유는 약 46이다.

만일 부피를 기준으로 하면(단위: 세제곱 미터 당 기가쥴), 나무는 약 10에 불과하고, 양질의 석탄은 26, 등유는 38 이다. 천연가스(메탄)의 에너지밀도는 35MJ/m² 혹은 1/1,000 이하에 불과하다. 에너지 밀도 및 물리적 속성을 고려하면, 액체 연료를 운송에 사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증기기관에서 동력을 얻는 원양 정기선은 나무를 태우지 않는다.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대서양을 횡단할 때 땔나무가 양질의 역청탄보다 부피가 2.5배나 커서(무게 또한 50퍼센트 이상 더 무거웠을 것이다) 승객과 상품을 운송할 공간을 줄여야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메탄 가스의 에너지밀도는 항공유보다 세 자릿수가 더 낮아 천연가스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항공기도 없을 것이고,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항공기도 없을 것이다. (중략) 액체연료에는 높은 에너지밀도 이외에도 이점이 많다. 석탄과 달리, 원유는 채굴해서 저장하고 공급하기가 훨씬 더 쉽다. (중략) 원유는 에너지밀도가 높아 탱크나 지하에 저장할 수 있다. 밀폐된 공간이면 어떤 곳에서나 액체연료는 석탄보다 대체로 75퍼센트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또 대량으로 장거리를 운송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 즉 파이프라인과 유조선을 사용해 공급함으로써 수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처칠이 해군장관으로 재직하던 시기, 함대의 연료를 석탄에서 석유로 전환한 게 다 이 때문이었죠. 따라서 액체 연료를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수반될 가능성이 높죠. 


****


물론 전기 발전에서는 탈 탄소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71~72쪽).


전기 발전에서 탈탄소화는 신속히 진행될 수 있다. 현재 태양광과 풍력의 단위당 설치 비용이 가장 값싼 화석연료를 선택한 경우와도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전을 이미 상당량 전환한 국가도 적지 않다. 경제 대국 중에서는 독일이 가장 눈에 띈다. 2000년 이후 독일은 풍력과 태양광을 이용한 전기 생산을 10배까지 증산해 재생에너지(풍력과 태양광과 수력)에 의한 발전량을 총발전량의 11퍼센트에서 40퍼센트까지 끌어올렸다.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풍력과 태양광의 간헐적 속성입니다. 에너지 전환 20년째를 맞이한 2020년, 독일은 구름이 끼고 바람이 잦아드는 날 전체 발전의 89%를 화석연료에 할애해야만 했습니다(73쪽). 


더 나아가 풍력발전량이 많은 북부에서 수요가 많은 남부 지역으로 전기를 운반하기 위한 고압선을 새로 설치해야 하지만, 관련 계획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편이다. 미국에서도 그레이트 플레인 지역에서 생산한 풍력 전기와 남서부에서 생산한 태양광 전기를 수요가 많은 해안지역으로 운반하려면 대대적인 전송 프로젝트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장기 계획은 좀처럼 추진되지 않고 있다.


결국 대안은 원자력 발전 뿐입니다(75쪽)


유럽연합조차 핵원자로 없이는 야심찬 탈 탄소화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순 배출을 제로로 낮추려는 시나리오를 충족하려면,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약 20%를 원자력 발전에 할애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전기는 세계 최종 에너지 소비의 18%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현대 문명의 네 기둥이라고 일컬어지는 시멘트, 강철, 플라스틱, 암모니아의 생산은 화석연료와 빼놓을 수 없는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9년 세계는 약 45억톤의 시멘트, 18억톤의 강철, 3억 7천만 톤의 플라스틱, 1억 5천만톤의 암모니아를 소비했으니 말입니다. 더 나아가 이를 대체할 물질을 찾기도 힘들죠. 이 결과 필수적인 네 물질을 생산하기 위해 세계 전역에 공급되는 1차 에너지의 약 17%가 사용되며, 화석연료 연소에서 비롯되는 이산화탄소 총배출량의 약 25%를 차지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현대 문명의 네 기둥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것을 약속드리며, 오늘은 이만 줄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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