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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May 06. 2023

워런 버핏은 왜 한국 주식에 투자하지 않을까?

신규 경쟁자의 진입이 쉽고, 끝없이 투자해야 하는 기업을 기피하기 때문


워런버핏은 2000년대 초반 포스코 등 몇몇 기업에 투자한 후, 한국 증시에 발을 끊었습니다. 이는 아래 '기사'에 잘 정리되어 있으니,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회전목마> 버핏의 한국 주식 투자기간은 길어야 3~4년(?) | 연합뉴스 (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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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워런 버핏이 한국에 투자하지 않을까요? 세계에서 한국 주식은 가장 싼편에 속하는 데 말입니다. 그가 한국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는 버크셔 해서웨이에서 발표하는 주주서한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워런버핏 바이블" 49~50쪽).


이번에는 끔찍한 기업을 보겠습니다. 최악의 기업은 고속으로 성장하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지만, 이익은 거의 나오지 않는 기업입니다. 항공사들을 생각해보십시오. 라이트Wright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한 이래로 항공사들은 항구적 경쟁우위를 확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당시 키티호크(라이트 형제가 처음으로 비행기를 시승한 곳)에 선견지명을 갖춘 자본가가 있어서 오빌Orville의 비행기를 격추했다면 이후 자본가들이 큰 덕을 보았을 것입니다.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 이후 항공산업은 끝없이 자본을 요구했습니다. 투자자들은 항공산업의 성장성에 매력을 느껴 밑 빠진 독에 돈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러나 그 성장성은 혐오했어야 옳았습니다. 부끄럽게도 나 역시 1989년 ‘US에어U.S. Air’ 우선주를 사면서 이 바보들의 행진에 동참했습니다. 우리가 건넨 수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회사 주가가 폭락했고, 머지않아 우선주의 배당 지급도 중단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사람들의 착각 덕분에 항공산업에 대한 낙관론이 또다시 살아나던 1998년, 우리는 큰 이익을 남기고 우선주를 팔아 넘길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팔고 나서 회사는 2000년이 오기도 전에 파산했습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이 이야기에서 워런 버핏이 한국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를 금방 캐치할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삼성전자의 이익을 분해한 것입니다(출처: 장흥국님 페이스북). 윗 부분의 10Y는 10년 평균 숫자를 뜻하는 데, 평균 36.3조원을 벌어서 32.8조원을 투자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결과,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데에는 연 평균 약 8.5조원을 배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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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워런 버핏은 강력한 해자로 보호를 받기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 없는 기업을 선호합니다("워런버핏 바이블" 49~50쪽).


찰리와 내가 찾는 기업은 a) 우리가 그 사업을 이해하고, b) 장기 경제성이 좋으며, c) 경영진이 유능하고 믿을 수 있고, d) 인수 가격이 합리적인 기업입니다. 우리는 회사를 통째로 인수하고자 하며, 경영진이 우리 동업자가 될 때는 지분 80% 이상을 인수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위대한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할 수 없을 때는 주식시장에서 위대한 기업의 지분을 소량 사들이는 것으로도 만족합니다. 모조 다이아몬드를 통째로 소유하는 것보다는 최상급 다이아몬드의 일부를 소유하는 편이 낫기 때문입니다.

진정으로 위대한 기업이 되려면 탁월한 수익률을 지켜주는 항구적 ‘해자(垓子)’를 보유해야 합니다. 어떤 기업이 높은 수익을 내면 자본주의 역학에 따라 경쟁자들이 그 성(城)을 끊임없이 공격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탁월한 실적을 유지하려면 낮은 생산 원가(가이코, 코스트코Costco)나 강력한 세계적 브랜드(코카콜라, 질레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처럼 가공할 만한 진입장벽을 보유해야만 합니다. . 


워런 버핏의 기준에 딱 맞는 기업이 애플입니다. 아래 <그림>은 애플의 이익을 분해한 것인데(출처: 장흥국님 페이스북), 743억 달러의 영업이익 중 투자는 109억 달러에 불과하며,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에 약 660억 달러를 사용합니다. 이 결과, 지속적으로 상장 주식이 줄어들고 배당수익률이 올라갑니다. 



애플이 이와 같이 탁월한 이익과 낮은 투자를 기록하는 이유는 '압도적인 해자' 때문입니다. 탁월한 브랜드 파워와 제품의 퀄리티, 그리고 애플에 애정을 가진 수 억 아니 수 십억의 소비자들을 보유하고 있죠. 따라서 애플은 주주에게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보상하며, 주주들은 애플 주식 가격이 빠질 때마다 매집함으로써 애플 주가는 지속적인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림> 2000년 이후 애플(AAPL) 주가 추이

Apple - 43 Year Stock Price History | AAPL | MacroTr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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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애플 같은 기업은 매우 드묿니다. 물론 한국에는 아예 없구요. 그러다 보니, 워런 버핏이 한국 주식에 애정을 가지지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TSMC를 매수했다 금방 팔아 버린 것도.. 지정학적인 이슈 이외에 '과도한 투자'의 압박이 크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결론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장기 추세를 기대해서는 안되고. 폭락했을 때 저가 매수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가 되겠습니다. 물론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제가 프리즘 앱을 개발해 이렇게 열심히 판촉 활동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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