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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May 06. 2023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3)-식량생산 문제는?

음식물 폐기를 줄이는 게 가장 효과적인 탄소배출 절감법

최근 흥미롭게 읽은 책, "세상을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에 대한 세 번째 서평입니다. 아래 <그림>은 세계 인구의 변화인데, 2021년 79억 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어마어마한 입을 먹여 살리는 데, 얼마나 많은 에너지 투입이 필요한지에 대해 살펴도록 하겠습니다.  


Population, total | Data (worldbank.org)


***


이야기 전개에 앞서 1명이 먹고 살 식량을 생산하는 데 얼마나 많은 땅을 필요로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83~84쪽).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좋은 지역은 인구밀도가 헥타르당 2~3명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수렵과 채집에 의존하면서 인구밀도가 높은 사회는 해안 지역에서만 가능했다. (중략) 고대 이집트의 인구 밀도는 1헥타르당 1.3명에 불과했지만, 로마제국의 속주가 되었을 때에는 헥타르당 2.5명까지 상승했다. 한 명을 먹이는 데 4,000 제곱미터의 면적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테니스 코트에 비유하면 정확히 6면에 해당되는 면적이었다. (중략) 유럽에서는 18세기까지 헥타르당 생산성이 2명 이하였다. 


산업혁명 이전까지 농업 생산성은 매우 느린 속도로 향상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수 세대 전까지도 소수의 지배층만 먹을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는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3세대 동안, 기근에 시달리는 사람은 세계 인구의 벌반에서 1/10로 떨어졌습니다. 


유엔의 세계식량기구(FAO) 추정에 따르면, 전세계 영양부족 상태에 놓인 사람의 비율이 1950년 65%에서 1970년 25% 그리고 2000년 15%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참고로 가장 최근 데이터인 2019년에는 8.9%가 되었죠. 같은 기간이 인구가 25억 명에서 77억 명이 되었음을 감안하면 얼마나 강력한 농업 생산성의 향상이 있었는지 실감하게 되죠(93쪽).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현대 컴퓨터 업계에서 달성한 생산성의 향상을 칭송하지만, 농작물의 수확량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두 세기 만에 1킬로그램의 밀을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분에서 2초 이내로 줄었다. (중략) 오늘날 밀 생산에 투입되는 인력은 헥타르당 2시간 미만이다. 150시간이던 1801년과 비교하면 놀랍기만 하다.


이토록 놀라운 생산성의 향상이 나타난 이유는 질소 비료 때문이었습니다. 여기에 녹색혁명을 주도한 '앉은뱅이 밀' 등 새로운 종자의 보급도 영향을 미쳤죠. 여기에 관개시설의 개선, 그리고 기계장비의 투입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먹거리 생산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투입되는 지 살펴보겠습니다(103~104쪽)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 의지하는 그레이트 플레인스의 밭에서 밀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려면, 1킬로그램 당 약 4메가 쥴만 필요할 뿐이다. (중략) 디젤유에는 리터 당 36.9메가 쥴의 에너지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그레이트 플레인스 지역에서 밀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일반적인 에너지 비용은 킬로그램 당 0.1 리터다. (중략)

기본적인 샤워 반죽 빵을 만드는 데에는 제빵용 밀가루와 물, 그리고 소금이 필요하다. 1킬로그램의 샤워 반죽 빵은 대체로 580그램의 밀가루와 410그램의 물, 10그램의 소금으로 이뤄진다. 도정 작업을 거치면, 낟알의 질량은 약 25% 줄어든다. 달리 말하면, 580그램의 제빵용 밀가루를 얻으려면 약 800그램의 통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800그램의 통밀 생산에는 약 0.08리터의 디젤유가 필요하다.

낟알을 빻아 흰 밀가루는 만드는 데에는 킬로그램 당 0.05리터의 디젤유가 필요하고, 대규모로 빵을 굽는 데에는 킬로그램 당 0.1~0.2리터의 디젤유가 필요하다. 따라서 1킬로그램의 샤워 반죽 빵 한 덩이를 굽는 데 적어도 0.25리터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곡물이 이런데, 쇠고기에 이르면 그 에너지 소비량은 크게 상승합니다(105~106쪽)


1950년에는 식용 닭의 체중 당 필요한 사료의 비율이 3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1.82다. 돼지고기의 1/3 소고기의 1/7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먹을 수 없는 부분까지 포함되어 있기에, 이를 감안해 계산하면 3대 1 수준이다. 따라서 미국에서 1킬로그램의 닭 고기를 생산하는 데 3킬로그램의 옥수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빗물을 활용해 옥수수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면 1킬로그램 당 약 0.05리터의 디젤유에 해당되는 에너지가 투입된다. (중략)

여기에 대륙을 넘나들며 이뤄지는 국제 무역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중략) 여기에 여름철 냉방과 겨울철 난방에 투입되는 에너지고 감안하면 ... 닭고기 1킬로그램 생산에 약 0.2리터의 디젤유가 필요하다. (중략) 도살과 가공 조리에 투입하는 에너지를 더하면, 1킬로그램의 구운 닭고기를 식탁에 올리는 비용은 적어도 0.3리터의 디젤유에 해당한다.


빵과 닭고기의 생산에 투입되는 에너지의 양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채소류 경작에 투입되는 에너지가 상상 이상이라는 겁니다(110쪽).


1킬로그램의 질소비료를 합성하고 제조하고 포장하는 데 약 1.3 리터의 디젤유에 해당되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중략) 스페인 남부의 세계 최대 규모 비닐하우스 단지에서 생산된 토마토 1킬로그램은 0.5리터의 디젤유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투입되었다.


에너지 투입 비용은 여기에 그치지 않죠. 냉장배송에 투입되는 에너지를 감안하면 토마토 1킬로그램 당 약 0.65리터의 디젤유가 투입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육식에서 채식으로 모든 지구인이 이동한다고 해서, 인류의 농업 부문 에너지 소비 총량은 줄어들기 어렵습니다. 


물론 화학비료의 사용을 줄이는 것도 방법입니다만, 이러면 다시 중세 시대 수준으로 농업 생산성이 후퇴할 수 있습니다. 특히 뿌리혹 박테리아 덕분에 질소를 토지에 고정시켜주는 콩과류 식물은 밀이나 옥수수에 비해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


그럼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바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입니다. 제가 런던에서 한달 살기 할 때, 얼마나 쓰레기 분류가 안되는지 놀란 적 있습니다(참고로 파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만큼 음식물과 재활용 쓰레기 분리 수거 잘하는 곳을 본적 없습니다(책 129쪽).


부유한 국가의 사람들은 3,200~4,000키로 칼로리의 음식물을 섭취함으로써, 날로 뚱뚱해지고 있다. 세계식량기구에 따르면, 뿌리 작물과 열매 그리고 채소는 거의 절반이 폐기되며 어류는 1/3 곡류는 30%에 이른다. (중략) 생산-가공-유통-소비라는 길고도 복잡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줄이기는 정말 어렵다. 미국의 식품 수급표에 따르면 ... 전국적으로 버려지는 음식물의 비율은 지난 40년 동안 변화가 없었다.


<그림> OECD 가입국의 비만 인구 비율(원은 측정치, 마름모는 자신의 보고 기준)

Health risks - Overweight or obese population - OECD Data


암튼.. 선진국의 내로남불에는 참 할 말이 없다는 생각 듭니다. 오늘 서평은 여기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세상을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에 대한 첫 번째와 두 번째 서평 링크는 아래와 같습니다.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손쉬운 에너지 전환? (brunch.co.kr)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2)-강철없는 세계?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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