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춘욱 May 10. 2023

작전은 왜 실패하는가?

주가 오르는데, 대주주가 가만히 있을까?


최근 일부 세력에 의한 작전 실패가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오늘은 왜 작전이 이렇게 번번히 실패하는가에 대해 살펴보려 합니다. 아래 <그림>은 그 유명한 루보의 주가 흐름이니, 몰랐던 분들은 아래 '링크' 글도 보시기 바랍니다. 


루보 사태 - 나무위키 (namu.wiki)


***


이제 본격 시작합니다.


작전세력은 싼값에 끌어모은 주식을 고점에서 처분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장에는 다양한 투자전략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주가가 안정적으로 상승하는 종목에 투자하려는 이들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광범위한 '모멘텀 투자자들'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모멘텀 투자란, '상한가 따라잡기' 전략으로 대표되는..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이들입니다. 월스트리트를 주름 잡은 큰손, 제시 리버모어가 이 전략의 거두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주가가 상승하는 등 호재가 가득찬 종목에 투자하는 게 더 나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는 이들입니다. 


모멘텀 투자자들에게 작전주는 '맞춤 투자 대상'으로 부각되기 쉽습니다. 일단 거래량도 충분하고 차트도 우상향하니 매수 대상 종목으로 무각되기 좋죠. 여기에 작전세력이 풀어놓은 '풍문'도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촉매로 작용합니다. 신규 수주를 받았다더라, M&A 시도가 있다더라, 정치인 누구랑 친해서 차기에 성장한다더라.. 등등 갖은 호재가 대두됩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작전은 언제나 성공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함정이 있으니 바로 '대주주의 존재'입니다. 작전세력 입장에서 주가를 띄운 다음 거래량이 충분히 실릴 때 차익을 실현하고 싶은데, 이 기회를 노리는 게 작전 세력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주주들은 자기 회사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압니다. 따라서 주가가 이상 급등하면 '세력'이 붙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죠. 따라서 세력이 처분하기 전에 미리 주식을 팔아치울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모 그룹 회장님의 주식 매도가 여기에 정확하게 부합합니다.


그럼.. 왜 대주주는 주가가 급등할 때 주식을 처분할까요? 


그 이유는 두 가지 때문입니다. 하나는 상속세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기회비용 때문입니다. 상속세 문제는 다들 잘 아시니, 오늘은 기회비용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그림>은 주가의 변화에 따른 대주주들의 주식 공급(=매도) 변화를 보여줍니다. 


주가가 오르기만 하면, 무제한에 가까울 정도의 주식 공급 폭탄이 쏟아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죠.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을 흥미로운 책,  "신국부론"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49~50쪽).


이제 1980년대 말에 상장을 준비하던 일본의 기업가를 생각해 보자. 이 기업의 PER이 4배에 불과하다면 아마 그는 주식시장에 기업공개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주식시장에 (자신의 주식을) 상장하는 이유는 결국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이 기업의 PER이 4배라면 주당 투자수익률(주당순이익/주가×100)이 25%라는 것이다. 이때 은행 대출금리가 2.5%에 불과하다면, 굳이 주당 투자수익률이 25%인 주식을 상장하는 것보다 은행 대출을 받는 것이 훨씬 이익일 것이다. 따라서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기업들의 PER이 낮을 때에는 기업의 증자나 상장이 크게 줄어든다.

대신에 주가가 높아지면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1990년 초의 일본처럼, 돈도 제대로 못 버는 별 볼일 없는 기업의 주식도 PER 100배에 거래되고, 채권금리가 6%를 넘어서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 주식의 기대수익률(주당순이익/주가×100)은 1%에 불과한데, 채권 금리는 6%를 넘어서니 최고경영자의 선택은 자명하다. 즉 주식발행(=증자) 규모를 늘려 조달한 돈으로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 2000년 코스닥시장의 버블 때 많은 정보통신 기업들이 증자로 유입된 돈으로 빌딩을 매입했던 것은 매우 합리적인 행동이라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시장금리가 높은 수준까지 상승한 상황에서, 주식의 PER이 급격히 상승하면 주식 공급은 무한히 증가하게 된다. 그리고 주식의 공급이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주식시장은 상승 탄력을 점점 더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


최근 예금금리만 3.5%에 이르는 데, PER이 급등해 '기대수익률'이 낮아진 주식을 굳이 보유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를 팔아서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게 훨씬 이익이 되기 때문이죠. 


물론 이 과정에서 주가가 폭락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다시 보유 현금을 활용해 사들이면 되죠. 오히려 더 적은 비용으로 지분을 늘릴 수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M&A 하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하겠지만, 세력에게 그렇게 돈이 많으면 힘들게 '작전' 하겠는지 생각해 보면 됩니다. 그들도 종잣돈으로 어떻게 든 큰 수익을 올려서 팔자 고칠 생각 중인 인생이기에.. 대주주의 잔여 지분을 다 사들여 M&A 할 능력이 있을리 없습니다. 


결국, 주식 작전의 성패는 세력이 얼마나 이쁘게 차트를 만드느냐 뿐만 아니라.. 대주주의 매도 직전에 털고 나오느냐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력 내에 이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이들은 먼저 지분을 팔고 싶은 욕망을 느낄 것입니다. 아마 이번 사태도 '대주주 매도 + 내부자 이탈' 충격으로 드러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


어떻습니까?


주식시장 무섭죠? 그래서 제가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보다, 자산배분 및 리밸런싱에 주력하는 것입니다. "아무 위험 없이 큰 돈을 벌 수 있다" 같은 이야기를 하는 사깃꾼들에게 넘어가기 보다, 적절한 위험을 감수하며 자산을 쌓아나가는 재미를 맛보는 게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프리즘(Frism) - 국민 모두를 위한 연금 솔루션 | 연금저축/IRP/ISA 한 번에

작가의 이전글 세계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기본 지식(2022년 기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