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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May 14. 2023

위어드 - 인류는 책의 보급 이후 어떤 변화를 겪었나?

개인주의적이며 통제지향적이며 분석적인 인류의 출현!


인류는 끊임없이 발전한 존재이지만, 사람들의 사고 방식과 생활 양식에 결정적 변화를 준 사건은 아마도 독서의 확산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존경하는 스티븐 핑커 교수는 그의 책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통해, 인간 사회의 살인율이 급격히 떨어진 이유로 독서 및 문해력의 향상을 들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읽은 책 "위어드"는 독서와 책의 보급 이후 인간의 두뇌마저 큰 변화를 맞이했고.. 드디어 새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특이한 인간 집단의 출현을 가져왔다고 주장합니다. 너무 흥미로운 주장이기에, 이 부분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위어드란, WEIRD. 즉 서구의(W) 교육수준이 높고(E) 산업화된(I) 부유하고(R) 민주적인 사회(D)의 구성원을 뜻합니다. 


***


문자 체계의 시작은 5천 년 이상 거슬러 올라가지만... (중략) 비교적 최근까지 인구의 10% 이상 글을 읽을 수 있는 사회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중략) 그런데 갑자기 16세기에 읽고 쓰는 능력이 서유럽 전역에서 전염병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1750년부터는 네덜란드, 영국, 스웨덴, 독일이 세계에서 가장 문해율이 높은 사회로 발전했다. (중략)

(구텐베르크가 주도한 인쇄술 혁명 이후) 수 백년에 걸쳐, 언어 기억이 확대되고 얼굴 정보 처리가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뇌들보가 굵어지고 있다. 책 29쪽


<그림> 1475년 이후 세계 주요 국가의 문해율 변화


그런데 문해율의 비약적인 발전은 비단 혁신적인 인쇄술의 출현 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구텐베르크의 새로운 인쇄 기계 발명을 전후해, 종교혁명이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마르틴 루터는 1524년 <기독효 학교를 설립하고 유지하기 위해 독일 모든 도시이 시의원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소책자를 썼다. 이 글을 비롯한 여러 글에서 루터는 부모와 지도자들에게 학교를 세워 아이들에게 성경을 읽도록 가르칠 것을 촉구했다. (중략) 프로테스탄티즘의 확산과 함께 사람들의 문해력이 높아지고 학교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중략) 정규 학교 교육이 처음으로 세속 통치자와 정부의 신성한 책으로 여겨진 곳은 독일이었다. - 31쪽


물론 사람들이 잘살고 또 문해력이 높았기에 프로테스탄티즘을 받아들였고, 이게 경제의 발전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즉, 문해력의 향상이 프로테스탄티즘 때문인지 불명확합니다. 


이 의문을 풀기 위해서, 연구자들은 루터의 본거지인 비텐베르크를 중심으로 다양한 통계를 모았습니다. 아래 <그림 2>에 나타난 것처럼, 비텐베르크에서 100킬로미터 떨어질 수록 개신교인의 비율은 10%씩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물론 비텐베르크에 가깝다고 해서 그 지역의 개신교 비율이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확률적으로 그러하다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그런데, 만일 비텐베르크에 가깝지 않음에도 개신교를 믿고 문해율이 높은 지역이 있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할까요? 반대로 비텐베르크에 가까움에도 개신교를 믿지 않고 문해율이 낮은 지역은? 경제력 차이 때문이라기에는 지리적 인접성으로 인해, 소득 격차가 그렇게 크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


결국 프로테스탄티즘의 확산이 독서 및 교육과 연관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가 최근에 감수한 책 "부의 빅 히스토리"의 197쪽에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연구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베커Becker와 뵈스만Woessmann(2009)이 제안하는 것은 바로 문해력이다. 마르틴 루터는 성경을 직접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실제로 독일 자국어로 된, 최초로 널리 사용된 성경 번역본을 만들었다. 하지만 문해력(과 교육)은 성경을 직접 읽는 걸 훌쩍 넘어서는 이득을 불러왔다. 프로테스탄트의 경제적 성공은 하느님의 말씀을 퍼뜨리려는 루터의 바람이 의도치 않게 낳은 결과일까?

베커와 뵈스만은 19세기 프로이센이라는 맥락(베버의 초기 관찰을 고무한 바로 그 환경)에서 이런 연관성을 시험했고, 프로테스탄티즘과 교육의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발견한다. 19세기 초 프로이센 각 군郡의 개신교인 비율과 학교 입학률의 관계를 담은 〔그림4.3〕을 보면 이를 즉각적으로 알 수 있다.


***


결국 이 책의 저자, 조지프 헨릭은 독서를 강조한 루터의 영향력이 보여주듯.. 인간 사회의 변화와 발전 뒤에는 문화적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고 봅니다. 그의 주장을 간단하게 소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문해력과 프로테스탄티즘의 사례는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네 가지 핵심적 사고를 미시적으로 보여준다. 그네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종교적 확신은 의사결정과 심리학, 사회의 형태를 바꿔놓을 수 있다. 성스러운 문서를 읽는 것은 주로 신과 연결되기 위한 과정이었지만,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컸고, 결국 일부 종교 집단이 다른 집단을 누르고 생존하고 확산되었다.

2. 믿음, 관행, 기술, 사회 규범 등의 문화는 우리의 동기와 지적 능력, 의사결정의 편향을 비롯해서 우리의 뇌와 생물학, 심리학의 형태를 바꿔놓을 수 있다. '문화'와 '심리학'을, 또는 '심리학’과 ‘생물학’을 결코 분리해서 생각할 수는 없다. 문화는 우리 뇌의 연결 구조를 물리적으로 바꿈으로써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3. 문화 때문에 생겨나는 심리학적 변화는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을 기울이고, 어떻게 결정을 내리며, 어떤 제도를 선호하고, 얼마나 혁신을이루는지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이후 온갖 일들이 일어나는 방식을 규정할 수 있다. 이 경우에 문화는 문해력을 끌어올림으로써 더 많은 분석적 사고를 하고 더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정규학교 교육, 서적 출판, 지식 전파를 자극했다. 

4. 문해력은 서구인들이 어떻게 심리학적으로 유별난 존재가 되었는지에 관한 첫 번째 사례를 보여준다. 물론 기독교와 유럽의 제도가 세계 곳곳으로 전파되면서 많은 인구 집단의 문해력이 높아졌다. 하지만 1900년에 세계를 조사했다면, 서유럽 사람들이 뇌들보가 더 굵고 얼굴 인식 능력이 떨어지는 등 한결 독특하게 보였을 것이다. 


흥미로운 주장의 연속이네요. 다음 시간에 보다 자세히, 저자의 주장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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