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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May 29. 2023

인류의 여정(2) - 어떻게 맬서스 함정을 탈출했나?

인쇄술 발명에 따른 교육 수준의 향상 때문!

지난 시간 맬서스 함정에 빠져든 인류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인구는 꾸준히 늘어났지만, 1인당 소득은 정체되며.. 결국 전쟁이나 전염병 그리고 내전이 인구를 급격히 줄이는 식으로 경기 순환이 벌어졌죠. 그런데, 인구의 증가를 단순히 '1인당 소득의 정체'를 가져온 요인으로 만 보기는 힘듭니다. 왜냐하면, 인구가 늘어나면 시장이 커지고 분업이 가능해지며 천재들이 다수 태어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죠. 


특히 1인당 소득이 정체되었던 17세기부터 세계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에 대해 고민이 필요합니다. 오늘은 이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흥미로운 책 "인류의 여정"에 대한 첫 번째 서평을 못 본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클릭해주시기 바랍니다. 

인류의 여정 - 부와 불평등의 기원을 찾아서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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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기 혁명의 전야인 기원전 1만 년 지구상에는 약 240만 명의 인류가 살고 있었다. 그러나 로마제국과 마야문명이 정점에 도달하던 기원후 1년 세계인구는 1억 8,800만 명에 으러렀다. 1천 년 후 바이킹이 유럽 북부 해안을 습격하고, 중국이 처음으로 화약을 발명했을 때에는 2억 9,500만 명에 이르렀다. 콜럼부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하던 1500년에는 거의 5억 명에 이르고, 산업화 초기인 19세기 초에는 10억 명선을 넘어섰다(<도표 6> 참조). - 66~67쪽.


1만 2천년 동안 세계 인구가 400배로 늘어남에 따라, 새로운 물건과 도구 그리고 숙련된 업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뛰어난 개인'에 대한 수요가 창출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구가 많으면 어떤 천재가 만들었던 기술이 사라지는 일도 줄어들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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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인구, 그리고 거대한 시장이 가져온 대표적인 혁신이 구텐베르크의 인쇄기입니다. 아시아로부터 유입된 인쇄 기술에, 포도 압착기계를 접합시킨 구텐베르크의 발명은 넓은 시장 덕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수많은 경쟁자들이 이 기계를 모방하는 가운데, 가파른 속도로 생산성이 향상되었습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기가 유럽의 문해율 상승 및 경제성장률 향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둘러싸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 시기에 문해율이 극적으로 상승하고 (중략) 유럽인들이 읽고 쓰고자 하는 욕구가 커졌다는 것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15세기 후반 유럽은 1,300만 부 가까운 책을 찍었다. 16세기에는 2억 부 이상, 17세기에는 5억부 이상을 찍었다. 18세기에는 10억 부로 치솟았다. 인구 증가율을 훨씬 넘어서는 성장률이다. - 85쪽

Printing press -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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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과 문해율의 상승이 산업혁명을 일으킨 원인으로 볼 수 있는가? 그 반대 아닌가? 즉 산업혁명으로 사람들이 먹고 살만해져서 책을 더 읽게된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다행히 사람들의 지적 수준과 산업화 사이의 연관을 살펴볼 수 있는 자연적인 역사 실험이 존재한다. 프랑스의 경우, 첫 번째로 증기기관을 도입한 곳은 프랑스-벨기에 국경의 한적한 마을 프렌-쉬르-에스코 광산이었다. (중략)

프랑스에서 각 지역별로 도입된 증기기관의 실제 숫자는 각 지역의 교육수준이나 다른 잠재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물론 프렌-쉬르-에스코와 거리가 가까울 수록 증기기관을 더 신속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중략) 

연구결과는 명확했다. 각 지역의 고등학생 비율과 징집병의 문해율이 높을 수록 증기기관의 도입이 (거리에 상관없이) 빨랐다. 영국에서도 이 비슷한 연구결과가 있다. 19세기 초 영국의 어떤 지역에서 증기기관을 이용하면, 이와 가까운 지역의 노동력 숙련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 91~92쪽


이상의 연구결과는 기술발전과 인적자원 수준(문해율 및 고등교육 이수율) 사이에 강한 연관이 존재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즉 기술발전이 교육 투자를 촉발하고, 교육 받은 이들이 풍부한 곳에서 기술 발전이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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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예전에 읽은 논문 "Knowledge elites, enlightenment, and industrialisation"이 이 부분을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백과사전이 많이 팔린 지역의 분포를 보이는데, 진한 색으로 표시된 지역일수록 증기기관의 판매량이 많았던 것은 물론 도시의 성장 속도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지식 엘리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일수록 신속한 기술발전(및 도입)이 가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제성장의 핵심 요인, 1%의 지식 엘리트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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