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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어가는 인플레 논쟁

Paul Krugman(2023.5.26)

by 홍춘욱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초반까지 떨어진 가운데, 미국의 인플레 지표도 안정 흐름을 타고 있습니다. 특히 폴 크루그먼 교수는 새로운 칼럼(Wonking Out: The Inflation Debate Is Cooling)을 통해, 인플레 논쟁은 이제 끝나나고 있다고 지적하네요. 어떤 이유로 이런 주장을 펼치는 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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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인플레 논쟁이 벌어졌을 때, 인플레이션을 예측 한 비관론자 (그중 올리비에 브랑샤르)는 옳았고, 위험을 최소화 한 낙관론자 (불행히도 저를 포함)는 틀렸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올리비에 브랑샤르와 벤 버냉키가 쓴 흥미로운 논문은 '인플레 낙관론자들이 운이 없어 틀렸다'고 이야기합니다. 인플레 낙관론자들은 인플레이션이 노동 시장의 과열을 통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잠깐 두 경제학자의 논문을 인용해보겠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노동 시장의 과열로 인해 촉발될 것이라는 초기의 우려와는 달리, 2021년에 시작된 인플레이션 급등의 대부분은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물류난 때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아래의 <그림>에서 "V/U"는 노동시장이 인플레에 미친 영향을 나타내는 데, 일자리 대비 실업자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올리비에 브랑샤르와 벤 버냉키의 추정에 따르면, 노동 시장 호황이 인플레에 약간의 영향(붉은 막대 부분)을 미친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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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올리비에 브랑샤르와 벤 버냉키(2023).


특히 블랑샤르는 컨퍼런스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적어도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 미국의 인플레는 주로 서비스에서 상품으로의 상대적 수요 이동과 예상 못한 물류난이 대규모 재정 지출과 결합된 데 있습니다.


블랑샤르의 지적 그대로, 강력한 소비로 인해 발생한 인플레는 쉽게 되돌릴 수 있습니다. 다음 순서로 물류비용의 급격한 상승 문제도 점차 해결되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물류비용이 갑자기 급등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코로나 팬데믹 기간 소비자들이 갑자기 내구재에 대한 수요를 늘렸고, 내구재 상당 부분이 아시아에서 생산되었고, 이러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항만 시설, 사용 가능한 선적 컨테이너 등의 역량이 부족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렇다면 내구재 수요가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중 일부는 팬데믹으로 인해 대면 서비스에서 물리적 물건으로 소비가 전환되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식사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대신 에어프라이어를 구입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중 일부는 재정지출 확대 영향이 반영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물류비 문제가 무한하게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이미 물류비는 2020년 초반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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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굳이 실업률을 급격히 올리는 '금리인상' 충격이 계속될 필요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특히 베버리지 커브에 큰 변화가 나타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2년 이후의 베버리지 커브 움직임을 보면, 비어 있는 일자리가 줄어드는 게 확실하게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연준의 금리인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요? 이에 확실하게 답변하기는 힘듭니다. 적어도 인플레 면에서는 기세가 꺾인 것이 점점 확연해지는 것 같다는 이야기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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