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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Jun 10. 2023

러시아 인구감소, 팬데믹과 전쟁으로 심각한 국면 진입

The Economist(2023.3.4)


최근 발표된 국제연합의 인구전망(World Population Prospects 2022) 덕분에, 러시아 인구 문제가 수면에 드러났습니다. 최근 발간된 이코노미스트의 기사(Russia’s population nightmare is going to get even worse)에 따르면, 러시아 인구의 감소 대부분이 러시아계 백인 인구에서 발생했다고 합니다. 러스키 미르(러시아 세계)의 확장을 위해 전쟁을 시작했다는 푸틴의 주장이 역설적으로 보이는 통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본문과 링크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Russia’s population nightmare is going to get even worse (economist.com)


***


러시아에서 인구학적 비극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러시아는 전쟁, 질병, 이주의 결과로 평소보다 약 200만 명이 더 많은 인구가 사망했습니다. 15세 러시아 남성의 기대 수명은 아이티와 같은 수준으로 거의 5년이나 감소했습니다. 2022년 4월에 태어난 러시아인의 수는 히틀러가 점령하던 몇 달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많은 전투 연령의 남성이 죽거나 망명 중이기 때문에 이제 여성이 남성보다 최소 1천만 명 이상 더 많습니다.


전쟁이 이러한 문제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며 심지어 주된 원인도 아니지만, 전쟁은 모든 문제를 악화시켰습니다. 서방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175,000~250,000명의 러시아 군인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습니다(러시아 정부의 추산은 이보다 낮습니다). 50만 명에서 100만 명에 이르는 대부분 젊고 교육받은 사람들이 해외로 탈출하였습니다. 러시아에 다른 인구통계학적 문제가 없었다고 해도 이렇게 단기간에 많은 사람을 잃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전쟁으로 인한 손실은 가뜩이나 줄어들고 있는 인구에 더 큰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인구 감소의 악순환에 접어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러시아 위기의 뿌리는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러시아는 1994년 1억 4,900만 명으로 인구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그 이후 총 인구는 지그재그로 감소했습니다. 2021년에는 1억 4,500만 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이 수치는 2014년 러시아가 점령하여 국가 통계에 편입한 크림반도 인구 240만 명을 제외한 수치입니다). 유엔의 예측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패턴이 지속된다면 50년 후에는 총 인구가 1억 2,000만 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는 1995년 6위에서 세계에서 15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가 됩니다. 국가 통계청에서 일했던 독립 인구학자인 알렉세이 락샤에 따르면, 평화로운 시기 만 놓고 보면 2022년 4월에 등록된 출생아 수는 18세기 이후 가장 적었습니다. 4월은 특히 잔인한 달이었지만 고질적인 문제를 드러낸 것이기도 했습니다.



인구 감소는 러시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공산주의 이후 국가들도 인구 감소를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인구감소 뿐만 아니라 민족별 인구구성에서도 큰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2021년 러시아 정부의 인구조사에 따르면, 2010~2021년 러시아계 인구가 540만 명 감소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8%에서 72%로 떨어졌습니다. 러스키 미르(러시아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는 푸틴의 자랑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이 모든 것은 전쟁 이전에 시작되었으며 러시아의 끔찍한 코로나 팬데믹을 반영합니다. 공식적인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388,091명으로 비교적 낮지만, 이코노미스트는 2020~23년 비 정상 사망자 수를 120만~160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구가 훨씬 많은 중국과 미국의 사망자 수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러시아는 인도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10만 명당 850~1,100명이 사망하여 사망률이 가장 높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사상자와 동원으로 인한 도피에 팬데믹 사망률을 더하면, 러시아는 일반적인 인구 감소에 더해 2020~23년에 190만~280만 명의 인구를 잃게 됩니다. 이는 인구가 매년 약 50만 명씩 감소하던 2000년대 초반의 비참한 상황보다 더 심각한 수준입니다.




인구 감소는 러시아를 심오하게, 그리고 더 나쁘게 변화시킬 것입니다. 러시아 남성의 출생 시 기대 수명은 2019년 68.8세에서 2021년 64.2세로 급감했는데, 이는 부분적으로는 코로나19, 부분적으로는 알코올 관련 질병으로 인한 것입니다. 러시아 남성은 이제 방글라데시 남성보다 6년 일찍, 일본 남성보다 18년 일찍 사망합니다.


그리고 러시아는 다른 국가들이 고령화에 따라 더 부유해질 수 있는 높은 교육 수준을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워싱턴 소재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의 인구통계학자 니콜라스 에버스타트(Nicholas Eberstadt)는 러시아가 제3세계 사망률과 제1세계 교육의 특이한 조합을 보인다고 주장합니다. 25세 이상 인구의 교육 성취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그러나 교육을 잘 받은 젊은이들의 이탈로 이러한 이점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통신부에 따르면 2022년에 IT 종사자의 10%가 출국했습니다. 대부분이 젊은 남성이었습니다. 이들의 이탈은 러시아의 불균형한 성비를 더욱 왜곡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남성 100명당 18세 이상 여성이 121명에 달했습니다.


인구학적 운명의 고리가 푸틴 대통령의 정복에 대한 열망을 약화시키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러시아를 더 작고, 교육 수준이 낮고, 가난한 나라로 빠르게 만들고 있으며, 젊은이들이 도망치고 60대 남성이 사망하는 나라로 만들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크라이나 국민뿐만 아니라 전 인류에게 재앙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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