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생산활동인구 감소, 선진국의 노인인구 증가는 어떤 영향 미칠까?
2021년에 읽었던 책 중에 "인구대역전"은 매우 많은 고민거리를 던졌습니다. 이 책의 저자 찰스 굿하트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중국의 생산활동인구 감소와 선진국의 고령화로 앞으로 세계경제는 인플레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찰스 굿하트 주장을 핵심을 보여주는 것은 아래 <그림>입니다. 책의 62쪽에서 가져온 것으로, 중국의 생산활동인구가 2010년 10억명을 전후해 정점에 도달하고 농촌인구의 비율도 이제 40%썬까지 떨어지는 등 중국이 "저렴한 노동력 공급" 국가로서의 모습을 잃어버리게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중국 뿐만 아니라 선진국의 노령화도 앞으로 인플레 위험을 높일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아래의 <그림>이 보여주듯, 경제개발 협력기구 주요 국가의 치매인구는 앞으로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며, 특히 일본과 이탈리아 그리고 한국 등이 매우 높은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됩니다. 이는 곧 경제 전체의 비용 증가를 유발할 것이라는 게 찰스 굿하트의 주장입니다.
중국의 노동력 공급 감소(=생산활동인구 감소)와 선진국 노인 부양비용 증가가 왜 인플레 압력을 높이는 걸까요? 이에 대해 찰스 굿하트는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119~120쪽).
노동자는 대개 소비하는 것보다 더 생산하는 반면, 피부양자(15세 이하 어린이와 65세 이상 노인)는 생산하는 것 보다 더 소비한다. (중략)
만약 사회 안전망이 현재 상태로 머무른다면, 고령화에 따른 소비 곡선은 평평하거나 상향할 것이다. 노년층은 정부 지원에 의존하고, (정부의 사회보장 지출을 믿고) 저축은 더 적게 할 것이다. 결국 노동자로부터 노년층으로의 재정 이전을 위해 세금을 눈에 띄게 올릴 수 밖에 없으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무기력하게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노동자들은 (노동공급 감소에 힘입어) 강화된 입지를 바탕으로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는 협상에 나설 것이고, 이것은 인플레 압력을 재발시키는 경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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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게 현실이 될까요? 찰스 굿하트의 주장에는 몇 가지 흠결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요인은 유럽이라는 거대 경제권이 '잃어버린 10년'을 보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흐름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겠죠. 2020년 발생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가장 큰 고통을 받은 경제권은 저소득국가이겠지만, 관광산업 비중이 높은 유럽도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14년째 이어지는 저성장으로 유효수요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과연 인플레가 발생할 수 있을까요?
두 번째 요인은 중국 생산성의 지속적인 향상입니다. 중국의 노동생산성은 지난 10년간 6.7% 상승했죠. 코로나 팬데믹으로 직격탄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생산성 향상 흐름은 꺾이지 않았습니다. 더 나아가 다른 선진국처럼 중국의 도시화율이 80% 혹은 그 이상 수준으로 높아진다면, 중국의 노동공급 감소 충격이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시기는 대단히 늦어질 지도 모릅니다.
세 번째 요인은 자본과 노동의 권력 관계가 쉽게 흔들리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아래 <그림>은 미국의 GDP 대비 기업 이익을 보여주는데, 역사상 최대 수준을 계속 경신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죠.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기술혁신이 세계화를 촉진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근로자의 임금 상승 압력이 높아질 때마다 설비의 해외 이전으로 대응하며, 또 본사를 세금 깎아주는 섬나라(아일랜드, 싱가포르, 케이먼군도 등)로 이전시킴으로써 회피하죠. 물론 이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해결의 실마리 조차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업 이익이 늘어날 때 투자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가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림> 미국 GDP대비 기업 이익과 기업 고정투자의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