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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Jun 25. 2023

호모 사피엔스, 그 성공의 비밀(3) - 모방 대상은?

유명인이 자살하면 그 사회의 자살율이 급등한다!

최근 흥미롭게 읽은 책 "호모 사피엔스, 그 성공의 비밀"에 대한  번째 서평입니다. 지난 번 서평을 못 본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호모 사피엔스, 그 성공의 비밀 - 사회적 진화 이야기 (brunch.co.kr)

호모 사피엔스, 그 성공의 비밀(2) - 모방 본능! (brunch.co.kr)


***


앞의 사례를 보면, 우리들은 다른 이의 행동을 모방하는 선수이며.. 심지어 자신의 직관과 다른 주장이나 판단 조차도 집단 속에서는 거역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 우리들은 주로 어떤 이들을 모방하고 또 그의 지식을 존중하는 경향이 있을까요? 그 첫 번째 대상자는 명망가입니다.


이를테면 유명인이 하는 말 또는 특정 신문 기사에 실린 이야기가 더 설득력이 크거나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간접적인 증거는 매우 많다. 이 효과는 심지어 어떤 사람의 명망이 그가 언급하고 있는 쟁점과 멀리 떨어진 분야에서 나오는 경우에도 발생한다. - ebook 89쪽


제가 경제/경영 분야, 그것도 주식이나 외환 등 아주 좁은 분야 이외의 주제에 대해 말을 아끼려 노력하는 이유가 잘 나와 있네요. 


사람들의 모방 대상 두 번째는 성별과 민족의 유사성입니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 우선적으로 상호작용하며 본받는 상대는 동성 본보기라는 증거는 심리학 실험에 풍부하게 나와 있다. 이러한 편향은 어린아이일 때, 심지어 성 정체성이 발달하기도 전에 나타나 부모, 선행, 또래, 낯선 사람, 유명인을 본받는 데 영향을 준다. (중략)

문화적 학습 분야에서 민족 편향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지만, 젖먹이, 어린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우선적으로 같은 민족을 본받는 사실을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 ebook 91~92쪽


두 아들을 키우는 아빠 입장에서, 항상 느끼는 부담감(혹은 책임감)의 원인이 잘 나와 있네요. 저 역시 어릴 때, 사촌형들이 굉장히 큰 영향을 미쳤거든요. 그 형들의 말 한마디, 뉘앙스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또 수정했던 일들이 떠오릅니다. 


명망가와 성별, 그리고 민족성에 못지 않게 중요한 모방의 대상은 '나이든 사람'입니다. 


과거 사회에서는 그저 나이가 많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취였다. 고대의 수렵채집인이 65세에 도달했을 무렵에는 자연선택이 이미 동세대의 다수를 걸러낸 다음이었다. 이는 공동체의 고령자란, 경험이 많은 개체일 뿐만 아니라 수십년 동안 진행된 자연선택에서 무사히 살아남은 개체임을 뜻한다. - ebook 95쪽


이와 같은 모방행위가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바로 '유명인의 자살'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자살 또한 명망 편향된다. 다시 말해, 유명인이 자살하면 자살률이 급등한다. 이 양상은 미국, 독일, 호주, 한국,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관찰된다. (중략) 유명인을 따라 자살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본보기(=유명인)과 성별, 나이, 민족이 일치하는 경향이 있다. - ebook 99쪽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살을 모방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얼마나 우리가 문화적인 모방(및 학습) 능력이 강력한지, 그리고 그 능력이 얼마나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됩니다. 


그럼 왜 모방이 인간 진화의 핵심인가? 그 이유는 우리 인류의 소년(및 청소년) 기간이 매우 길다는 점 때문입니다. 너무 큰 머리를 가지고 태어난 까닭에 어릴 때 매우 취약한 상태인 데다, 성장의 속도도 매우 느린 편이죠. 


청소년기와 청년기의 등장은 우리의 진화사에서 결정적 구실을 해왔을 가능성이 높다. 사냥도 하고 채집도 하는 개체군에서, 사냥꾼은 18세 즈음까지는 자신이 먹고 살만한 사냥감 혹은 채집물을 구하지 못하고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생산성이 정점에 이른다. 흥미롭게도, 사냥꾼의 힘과 속력은 20대에 정점에 도달하지만, 개인의 사냥 성공률은 대략 40대가 되어야 정점을 찍는다. 성공이 신체적 능력보다 노하우와 정제된 기량에 더 많이 의존하기 때문이다. - ebook 121쪽


이런 현상은 사실 현대사회에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신입 직원이 직장에 취직하자마자 두각을 나타내는 일은 '환타지 소설'에서나 가능한 일이 되었죠. 제가 일하는 분야만 하더라도, 3년은 해야 밥값을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따라서 다른 이들의 노하우를 빨리 취득하고, 나이 든 사람의 말에 순종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자손을 두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물론 저는 직장을 십 수번 옮겼고, 부당한 지시에 대해 들이받는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맨날 "왜 그렇게 사냐"는 핀잔을 받았죠. 아마 변화가 느린 전근대 사회에서는 성공하기 힘든 인간형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세상이 원하는 인간형이 조금씩 달라지며, 저도 이렇게 먹고 살게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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