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種) 개념도 흔들리는 데, 5천년 전 인골이 우리 조상이라고?
친애하는 이상희 교수님의 신작 "인류의 진화"를 읽는데.. 재미있는 대목이 있어서 소개해 봅니다221쪽).
인류의 진화 | 이상희 - 교보문고 (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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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단군릉(출처: 위키).
1993년, 북한에서 단군이 묻혀 있는 무덤을 발견했으며 그 안에서 단군과 웅녀의 인골 또한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평양 근처의 산에 있는 반지하식 돌로 만든 방을 흙으로 높이 쌓은 무덤입니다. 그 안에서 발견한 남녀 한 쌍의 연대를 측정해 보니 5,011년 전, 단군설화에 딱 들어맞는 연대라고 합니다. (중략)
단군릉의 연대 측정 방법으로 쓰인 전자상자성공명 연대 측정법ESR은 수천 년 전의 시료를 측정하기에는 신뢰도에 문제가 있는 방법입니다. 주로 10만 년 전 이전의 시료에 쓰이는 방법이며, 비교적 가까운 시기 연대를 측정할 수 없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단군릉이 만들어진 양식이 전형적인 고구려 양식의 석실무덤이었고 함께 출토된 금동관 역시 고구려의 유물이었다는 점 때문에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역시 북한이 북한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희 교수님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5천년 전의 인골이 정말 우리의 조상. 예. 단군이라고 친들,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질문합니다(221쪽).
하지만 그런 논란은 고고학자들에게 맡겨두고 여기서는 5,000년 전의 인골이 우리 모두의 조상이라면 그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중략) 각자 자기 자신을 기점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개개인에게는 저마다 두 명의 부모가 있습니다. 우리로부터 거슬러 올라가 3대째가 되는 조부모는 네 명이고, 4대째가 되는 증조부모는 여덟 명입니다. 이렇게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10대째가 되는 조상은 512명이 되고, 그 위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20대째의 조상은 무려 104만 8,576명입니다.
한 세대당 20년이라고 치면 20대째의 조상이 살던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380 년 전입니다. 조선 중기이지요. 이 시대에 조선 인구가 몇 명이나 되었을까요? 임진왜란/병자호란 이후에 40~50만호에 인구는 150만 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 당시에 살았던 사람 중 3분의 2를 넘는 사람이 우리 한 명 한 명의 조상이 되는 셈입니다.
우리의 조상은 조선사람 2/3가 되는 셈입니다. 여기서 더 뼈를 때려볼까요? 책 222쪽으로 이어집니다.
단군이 5,000년 전 조상이라고 하면 200~250대째의 조상일 것입니다. 250대까지 갈 것도 없이 200대 조상까지만 거슬러 올라가도 60자리의 수가 됩니다. 이게 얼마나 큰 숫자인지 감을 잡기 어려울 겁니다.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사람의 수는 80억 명이 넘습니다. 이게 고작 열자릿 수입니다. 현생인류가 발생한 이래 기원전 5만 년부터 탄생한 모든 사람의 수는 얼마나 될까요? 1,080억 명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중략)
인류의 역사에서 흔히 그래왔던 것처럼 근친혼이 있으면 조상의 수는 줄어듭니다. 나에게는 여덟 명의 증조부모가 있지만 사촌끼리 결혼한 부모라면 증조부모는 반으로 줄어서 네 명이 됩니다. 어머니의 조부모가 곧 아버지의 조부모이기 때문입니다. (중략) 아무리 근친혼이 많이 있었더라도 천 년을 넘으면 더 이상 조상의 의미가 없게 됩니다.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의 조상은 5,000년 전에 살고 있던 모든 사람이었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현재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5,000년 전에 공유하는 조상은 한반도에만 살고 있지 않았으니까요.
지금 우리에게 5,000년 전의 수많은 조상들 중 한 명으로 단군이 있었다고 합시다. 단군이 지금 우리의 유전자에 얼마나 기여했을까요?
그럼 왜 우리는 "단군의 자손"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그건 일제 침략 때문이었습니다. 구심점이 되어야 할 이씨들이 호의호식하는 상황에서, 구심점을 만들어 제국주의를 붕괴시키고 싶은 이들이 찾은 대상이 단군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당시 독립운동가(및 사회 진보를 꿈꾸는 이들)은 우랄-알타이 산맥에서 기인한 민족이 한반도로 와서 우리 민족이 되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습니다.
U는 우랄산맥, A는 알타이 산맥(출처: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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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람들이 동질감을 느끼는 집단으로서의 '민족'은 적어도 생물학적인 개념은 아닙니다. 과학적으로 어떤 집단을 검토하고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정의가 필요한 데, 생물학자들은 이를 생식으로 구분합니다. 즉 어떤 생물들이 같은 종이라는 이야기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고, 이 아이들이 다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런 종에 대한 구분조차 최근에는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바로 2019년 노벨상 수상자 스반테 페보의 발견 때문이죠(176~177쪽).
2010년 이후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습니다. 혼종의 개념이죠. 서로 다른 종끼리 유전자를 교환할 뿐만 아니라 그 사이에서 타온 후손이 생식능력, 즉 아이를 낳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혼종이 처음 대두되었을 때만 해도 고인류학계에서는 혼종이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라고 생각했습니다. (중략) 그러나 연구가 거듭되면서 점차 혼종이 '가축화' 과정에서는 매우 흔한 현상임이 밝혀지고 급기야 야생 영장류에서도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데니소바인, 그리고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우리 몸속에 있는 것이 될 것입니다. 두 고인류는 화석상의 여러 증거로 볼 때 우리 현생 인류과 큰 차이가 있었지만, 데니소바인은 아시아 지역 수많은 인류의 몸 속에 자신의 유전자를 남겼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집단이 티벳인과 파푸아뉴기니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DNA 중 약 4%가 데니소바인, 그리고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도 4% 들어가 있습니다. 두개골의 모양이 달라도 공통조상을 남길 수 있는데, 그깟 5천년 전 평양 인근에 살던 지배자(혹은 유력가)가 우리랑 무슨 상관 있을까요?
소설보다 재미있는 넌픽션 - "잃어버린 게놈을..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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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거듭하면 거듭할 수록.. 같은 민족이니 핏줄 같은 이야기에 대해서 "그래서 어쩌라구요"라는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한국에 들어와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더 중요하지, 그깟 피가 수천 아니 수 천만분에 일도 섞이지 않은 같은 민족이 뭐가 중요한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우리는 외국인 노동력, 그리고 이주민들 없이는 돌아갈 수 없는 나라인데.. 피부색과 말투 행색으로 남을 차별하며 피가 거의 섞이지 않은 민족을 찾는 것이 사회적/정치적으로 올바른 일인지 생각해보자는 이야기입니다.
암튼..굉장히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니, 이상희 교수님의 전작 "인류의 기원"과 함께 읽어보심 좋을 것 같습니다.
인류의 기원 - 직립보행이 먼저일까? 아니면 .. : 네이버블로그 (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