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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Apr 06. 2022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은 망하고 독일은 버틴 이유는?

격변과 균형(2)

김용범 전(前) 차관이 쓴 책 "격변과 균형"에 대한 두 번째 글입니다. 책 53~54쪽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즈의 마틴 울프 칼럼니스트는 (중략) 독일과 일본 경제의 특징과 차이점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일본은 통상마찰과 엔화 강세 부담 때문에 경상흑자와 재정적자 결합을 선택한다(민간저축+재정적자=경상수지 흑자). 탄탄한 해외수요로 경상흑자가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 경제활동 위축이 지속되고 엔화 강세 효과가 겹치면서 90년 이후 일본은 디플레와 마이너스 금리의 함정을 벗어날 수 없었다. 반면 독일은 통화동맹 덕분에 환율절상 부담 없이 유로존 내 견실한 수요라는 확실한 버팀목으로 인해 정부 재정마저 건전하게 운용할 수 있었다(민간저축+재정흑자=투자+경상흑자).


흥미로운 분석이라 하겠습니다. 독일이 일본꼴 나지 않은 이유는 유로존 시스템에 들어가 마르크화의 강세를 회피하고 유로존 시장 내에서 점융율을 확대한 덕분이라는 것입니다. 실재로 아래의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유로화는 출범 이후 2000년대 중반에만 잠깐 강세를 보였을 뿐 지속적으로 가치가 떨어지는 중입니다.


<그림> 유로 실질실효 환율 추이


이와 같은 유로화의 강세는 유로화를 사용하는 나라 모두에게 돌아가야 했지만, 혜택은 독일에게 집중되었죠. 그 이유는 유로화가 기본적으로 '고정환율제도'를 기반하고 하고 있기에, 어떤 나라 경제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환율을 신속하게 조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래 <그림>은 유로화 출범 이후 각국의 소비자물가 추이를 보여주는데, 나라마다 소비자물가 격차가 2010년 전후까지 크게 벌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생산성 향상 속도가 빠른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 사이에 물가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문제는 이걸 해소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물가가 많이 올라 경쟁력이 약화된 나라의 환율을 조정해줄 수 없기에(모두 유로화를 쓰는 나라이니), 각국의 물가 차이가 끝없이 벌어졌습니다. 


물가가 크게 올라서 경쟁력을 잃어버린 나라는 막대한 경상적자를 기록하는 반면, 물가가 안정된 나라는 통합 시장을 무대로 점유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대규모 경상흑자를 쌓았죠. 그리고 경상흑자 국가인 독일에서 경상적자 국가인 스페인으로 돈이 흘러갔죠. 즉 자본계정에서는 독일에서 스페인으로 돈이 수출되었습니다.


그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문제가 터졌죠. 스페인 경제. 특히 해외 자금으로 먹고 살던 스페인 부동산시장이 어려움을 겪게 되자, 스페인에 들어갔던 돈이 일거에 빠져나갔고 이는 곧 '재정위기'로 연결되었습니다. 그리고 채권자인 독일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그리스 같은 나라에게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요구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래야 자기의 돈을 돌려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벌어진 참상이죠. G20에 들어가는 선진국에서 왜 그렇게 많은 노인들이 희생되었는가? 그 이유가 궁금했던 분들이라면, 유로화 출범 이후 23년간 벌어진 경제 상황을 변화를 파악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암튼, 김용범 전(前) 차관의 흥미로운 책 "격변과 균형"을 읽다 오랜만에 유럽경제 상황을 찾아보니.. 아직도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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