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읽은 책 중에 "재정전쟁"은 읽으면서 의문이 완전히 풀리지 않아 조금은 답답한 책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재정이라는 분야가 사실 어려운 데다, 저처럼 금융시장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 입장에서 낯선 용어들을 사용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아래 <그림>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제일 왼쪽의 막대는 조세부담율인데, 스웨덴은 42.8% 한국은 27.3%라는 것을 금방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정부재정이 작으니 당연히 복지지출도 적어서, 스웨덴은 GDP에 비해 25.5%의 복지지출을 하는 반면 한국은 단 12.2%에 그칩니다. 그런데 지하경제 경제 면에서는 반대로 한국이 21.8%로 크고, 스웨덴은 10.7%로 한국의 거의 절반 수준입니다.
이 <그림>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죠. 한국이 복지지출을 늘리고 싶다면 세금을 더 걷어야 하고, 세금을 더 걷으려 들 때의 국민저항이 스웨덴보다 훨씬 큰 것이라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지하경제 규모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훨씬 커 세금을 포탈(혹은 절세)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국민들 입장에서 "세금을 제대로 걷지 못하면서, 왜 자꾸 세금만 올리느냐"는 반감을 가지기 쉽죠.
물론 신용카드 사용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 덕분에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는 개도국에 비해서는 꽤 낮은 편입니다. 그러나 선진국 평균(14.0%)이나 영국(9.4%)이나 미국(5.7%) 등에 비해 대단히 높은 상황이죠.
물론 한국 정부는 꾸준히 세금을 더 걷어왔습니다. GDP대비 국가부채(D1)비율은 DJ정부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죠. 예를 들어 박근혜정부는 담배세 인상을 통해 세금을 더 걷었다면, 문재인 정부는 종부세와 부유층 증세를 통해 세금을 더 걷었죠. 그런데, 이게 가능하겠느냐는 것이 전주성 교수의 질문입니다(책 157~159쪽)
첫째, 부자의 조세 회피 능력을 과소평가하면 안된다. (중략) 자본이득세의 경우 현금화된 경우에만 과세가 되고, 또 정부가 바뀔 때 바뀌는 경향이 있어 당장 급한 돈이 필요하지 않다면 기다리는 방법도 있다. 이것을 잠금효과라고 한다. (중략) 셋째 부자과세가 기업가 정신에 미치는 악영향 논쟁이 치열하다. 벤쳐기업가들이 열심히 회사를 성장시키는 이유는 일확천금에 가까운 수익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출처: 이상민(2022.311), "한국의 재정이슈 - 팩트와 신화를 파헤쳐보자"
전주성 교수님의 이야기에 두 가지 추가할 게 있습니다. 첫 번째는 국적세탁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모나코나 몰타처럼 (돈 많으면) 영주권 따기 좋고 세금도 낮은 곳으로 아예 국적을 옮기면 되죠. 병역의무를 다한 이라면 사실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아래 <그림>에 잘 나와 있는 것처럼, 법인으로 소득을 이전하는 것입니다. 법인세율이 개인소득세율에 비해 훨씬 낮기에, 법인을 차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절세 방법일수 있습니다.
조세가 공평하게 걷힌다는 보장은 없는데, 부유층만 과세하면.. 그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절세를 위한 집단적인 대응이 나타날 뿐이죠.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 주식시장에서 대주주들에 의해 빈번하게 진행 중인 자회사 분할상장, 혹은 지분율 높은 자회사와 모회사 합병 아니겠습니까?
제대로 걷을 능력도 없고 또 지하경제 규모를 줄일 방법도 없으면서 세금만 인상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엉망이 된 한국 주식시장이 이런 정책의 파산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럼 대안이 무엇인가? 안타깝게도 전주성 교수님의 책에서 뚜렷한 대안을 찾기 힘드네요. 저 역시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책은 재미있지만, 시원한 맛은 없다고 평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즐거운 독서, 행복한 인생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