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뭐냐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주로 소개팅 같은 자리다- 의외로 답하기 힘들다. 굳이 얘기를 하자면 영화 보기와 음악 듣기이겠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영화도 안 보고 음악도 안 듣는 사람은 거의 없을테니, 취미라고 말하기엔 부족한 것 같다.
나는 취미가 정말 없는 편이라, 굳이 말하자면 “무취미입니다”라고 대답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말을 했다간 구구절절 설명을 덧붙여야 할 뿐더러, 이상한 사람으로 여길 수 있기 때문에 그냥 적당히 둘러대곤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다양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 정말 많다. 소개팅에서 만난 어느 여성 분은 피아노는 수준급에 (교회에서 반주를 한다), 드럼도 칠 줄 알고, 기타는 현재 학원에서 배우는 중이라고 했다. 음악에 대해 다재다능할 뿐 아니라,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학창시절엔 사진 동호회였고, 취직한 후에는 필라테스로 몸매를 가꾸는 게 취미라고 한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녀가 새벽 일찍 출근해서 늦은 오후 퇴근한다는 점이다. 통근시간이 남들보다 훨씬 길기 때문에 시간이 정말 없을 것 같은데, 그녀는 평일 퇴근 후 기타 학원에 가고 또 어떤 날엔 필라테스 수업을 듣는다. 주말엔 교회 반주로 또 정신없이 바쁘다.
그녀가 나보다 훨씬 바쁘게 사는 건 틀림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시간을 쪼개 많은 취미를 즐기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내 취미에 대해 물었을 때 나는 멋쩍게 웃으며 대충 둘러댈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취미란 무엇인가.
사전엔 <전문적으로 하는 일이 아닌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이라고 나와있다. 돈이나 직업적 커리어를 위한 것이 아닌, 그냥 즐거워서 하는 일이 취미라는 말이다. ‘순수함’과 ‘즐거움’이 두 뼈대다.
직장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면서, 취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절실히 깨닫게 됐다.
학창시절엔 별로 힘든 일이랄 게 없었다 -물론 그땐 나름대로 심각하긴 했지만- 가난하고 불안정한 대신 상대적으로 소박한 즐거움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인간 관계와 금전 문제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나를 덮쳐왔다. 하루하루는 즐거움보단 고민과 고통의 순간이었다. 학창시절만큼 순수한 즐거움을 찾고 누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버거운 인생을 사는 어른들에게, 취미는 순수한 즐거움을 준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다시 삶의 에너지를 얻기 위해선 취미 생활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라고 7년째 생각만 하고 있는데, 나도 언젠간 즐거운 취미를 갖고 싶다.
그나마 나에게 취미라고 할 수 있는 건 영화 보기와 음악 감상인데, '순수하게 즐거운' 경우는 정말 드물다. 괜히 봤거나 들었다는 후회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좋은 예술이 귀한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 어쨌든 영화 보기와 음악 감상이 취미는 될 수 없을 것 같군요.
내가 정말 순수하게 즐기는 순간이라면, 마음에 드는 이성과의 데이트인데- 이것 역시 취미가 안 되겠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난 오늘도 남은 시간을 발로 툭툭 차며,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울까’ 고민한다. 그러는 사이 소중한 시간은 흐르고, 나는 시간을 낭비했다는 죄책감에 휩싸이고, 또 하루는 지나간다.
P.S 취미 많은 그녀와 무취미인 저는 당연히 잘 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