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꺼풀을 뒤집으면 진짜 삶이 거기 있었을까.
긴 잠을 잤다. 그만큼 길고 긴 꿈을 꾸었다.
무슨 내용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을 정도로 길고 장황한 꿈. 깨고 싶지 않아서 계속 잠들기를 택했다. 글쎄, 내 눈꺼풀을 뒤집으면 진짜 삶이 그 아래에 놓여 있을 것만 같았다.
눈을 떠 보면 시간이 훅훅 지나 있었다. 한번은 오후 네 시, 한번은 새벽 두 시 반. 또 언제는 저녁 여덟 시 사십이 분. 오랜 시간을 꼬박 굶은 내 몸뚱어리는 염치 없이 먹을 것을 요구했다. 눅눅해진 시리얼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워버리고 싱크대에 그릇을 팽개쳤다. 이미 많이도 쌓여있는 컵과 그릇들 위에.
다시 잠들고만 싶었다.
잠은 예고 없이 불쑥불쑥 찾아오곤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꿈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네가 전에 이런 말 했잖아, 어제 우리 여기 같이 갔잖아. 일치하지 않는 기억들과 잘못된 증언에 당혹스러워하던 주변 사람들의 얼굴. 그들이 물으면 그저 피곤해서 그렇다고, 쉬운 변명을 내놓았다. 나는 이 시점에선 잠과 피로도는 더 이상 아무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음에도.
갑작스레 찾아온 잠에게 품을 내어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꿈을 꾸는지, 깨어 있는지 헷갈리면 오른손으로 왼손을 꼬집어 보았다. 통증이 거기 느껴진다면 현실이고 그렇지 않다면 꿈이리라.
확인해야만 했다. 침대에서 낄낄대면서 담배를 피워 새하얀 이불보를 죄 태워버린 게 아니라는걸. 침과 함께 더러운 모욕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뱉지 않았다는걸. 같잖은 고백 모두에게 털어놓지 않았다는걸. 너무 늦지 않았다는걸.
언젠가부턴 손등에 감각이 없었다.
잠은 죽어서 자라는 말, 학창 시절에 많이 들었지. 나는 그때보다 훨씬 더 나약하고 고약하고 괴팍하고, 조금은 작아졌나 보다.
잠은 너무 달콤했다.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