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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씨 Aug 07. 2016

아루샤 - 이제 또 뭘할까

홍씨의 세그림. 19화

 3박 4일간 세렝게티/응고롱고로 투어를 마치고 돌아왔다. 말그대로 그곳은 자연의 세계였다. 사자가 사냥을 하고(비록 실패하는 모습만 수차례 보았지만...ㅎㅎ), 버팔로들이 아무렇게나 방랑한다. 얼룩말들과 영양들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함께 무리지어 다니고, 그들을 바라보며 입맛만 다시는 하이애나의 눈빛은 애처롭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둘을 뽑자면, 어미 치타가 새끼 두마리와 수풀에 누워 게으름을 피우던 것과, 혹여나 사자가 있을까 겁이나 물가로 가지 못하던 누우들을 얼룩말 한마리가 앞장서 끌고가던 모습이다. 사실 동물원에서도 대부분 볼 수 있는 동물들이지만, 초원에서 살아가는 그들은 보니 느낌이 아주 색다르다.


 여튼 무사히 즐겁게 투어를 마치고 인근 도시 아루샤(Arusha)로 돌아온 우리는 한가지 문제와 마주쳤다. 다음엔 뭘할지 생각해둔게 없다는 것. 애초엔 아프리카 여행의 정석인 트럭킹에 참여하려 했으나, 몽골에서의 장기 차량 탑승에 충분함을 느낀 우리는 계획을 수정하기로 했다. 당분간은 직접 움직이기로 한 것이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어디가 되어야 할까? 어떻게 이동을 해야할까? 수많은 걱정과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마음도 무겁지만, 투어를 방금 끝낸지라 몸도 무겁다. 만사가 귀찮다.

잔지바르의 아이들, 그려보고 싶었다 - (왼)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 (오) 동네를 뛰다니던 남자아이

 우선 푹 자고 일어나 천천히 이래저래 알아보고 계획을 세우자. 알아보면 별거 아니리라. 미씽에게 조금 투덜대기도 하고(못난 남푠이다 ㅎㅎ), 인터넷과 책을 뒤적이며 시간을 보내고나니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길게 고민하는 것을 싫어하기에 후다닥 몇가지 예약을 해버리고 나니 하루가 흘렀고, 다음 일정이 나왔다. 후후후, 이놈 자식들! 기다려라~!~!~!


 다음 출발까지 시간이 남는다. 덕분에 아무것도 할게 없을 것 같은 이 도시에 며칠 더 머물르게 되었다. 식사도 하고 이것저것 할 겸 거리로 나섰다. 역시나 이곳에 동양인은 없다. 심지어 길에서 서양인을 보기도 힘들다. 우리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그들도 우리를 구경한다. 길가엔 라디오, 화장품, 신발, 옷과 스카프를 파는 가게들이 주로 자리를 잡았다. 수많은 호객꾼들이 접근하지만, 모든 것을 다 끝냈다는 말로 그들을 뿌리친다.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 받는다.
 "잠보."
 "맘보."
 "맘보삐삐."
 서로에게 낯선 이 동네는 걷고 기웃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물론 조금 무섭고, 호객꾼이 성가시지만, 적응되면 그것도 하나의 재미가 된다.
 만족스런 걸음으로 숙소로 돌아와 쉬고 있으니 이런 생각이 든다.


 '가끔은 이렇게 하릴없이 남겨지는 것도, 그래서 이렇게 대강 돌아다니는 것도, 나름 재미난 여행이 되는구만!'


※ 그동안의 경로
1. 한국 : 출발
2. 태국 : 푸켓 -> 방콕
3. 캄보디아 : 씨엠립
4. 태국 : 방콕 -> 치앙마이 -> Elephant jungle sanctuary -> 빠이 -> 치앙마이
5. 미얀마 : 만달레이 -> 바간 -> 인레호수 -> 양곤
6. 중국 : 쿤밍 -> 리장 -> 호도협 트레킹 -> 샹그릴라 -> 메리설산(페이라이스) -> 리장 -> 시안 -> 베이징
7. 몽골 : 울란바토르 -> 몽골 투어(고비, 중앙) -> 울란바토르
8. 탄자니아 : 잔지바르 -> 아루샤 -> 세렝게티 국립공원 -> 아루샤


길가의 원숭이(Baboon, 비비)
초원의 버팔로
나무 위의 표범, 축 늘어졌다
어미 치타와 새끼 두마리
해가 진다
해가 뜬다
하마! 하마! 하마~! - 오징어 순대 같다
세렝게티의 평화로운 한때 - 버팔로, 얼룩말, 바분, 품바(Warthog), 자칼(?)
항상 이런식이다
응고롱고로에 쏟아지는 빛무리
얼룩말 무리
나를 따르라! 앞장서는 얼룩말과 뒤따르는 영양들
차안에서 바라본 거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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