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씨의 세그림. 21화
Mosi-Oa-Tunya, 빅토리아폴즈(이하 '빅폴')의 현지식 이름. 'Smoke that thunders'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데, 내 짧은 영어로 정확하게 해석은 못하겠다. 다만 천둥같은 소리가 나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 같은 모양새를 갖췄다는 의미임에는 틀림없겠다. 이런 멋진 이름을 갖고도, 이방인에 의해 붙여진 영어식 이름으로 더 알려져버린 점이 조금 아쉽다.
여튼 미씽과 나는 빅폴에 도착했다. 입장료를 내고 공원에 들어가며 미씽은 이런 멋진 말을 남겼다.
"내가 빅토리아 폴즈에 오다니!"
애초에 세계일주는 나만의 꿈이었기에, 따라온 미씽의 이 말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겼을 것이라 유추해본다. 어찌되었건, 말그대로 온 것이다! 이곳에!
멀리서부터 물의 향기(?)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기분이 좋아진다. 겨울(건기)를 맞아 한껏 건조하던 이 땅에서 우리의 피부가 다시 촉촉해지기 시작한다는 것,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느긋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눈 앞의 나무들 사이로 폭포수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쿠촤차차차차차차차차~"
"우루루~ 푸푸풍~"
건기이기에 물이 많지 않다지만, 이렇게나 멋질 수 있나 싶다. 눈앞에서 터져나온 강물은 협곡 아래로 떨어지고, 아래의 물과 부딪혀 물보라를 일으킨다. 물보라가 피어나는 모습을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 사방으로 퍼치는 물보라는 때로는 쭉쭉 뻗어나가며 솟구치고, 한편으론 꽃이 피듯 사방으로 펼쳐진다.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여튼 꽤나 매력적이다. 물보라는 기류를 타고 올라 곳곳에서 비처럼 뿌려지기도 하고, 한쪽 구석에서는 빛과 만나 쌍무지개를 띄운다.
빅폴은 낙차도 크지만 폭도 꽤나 넓다. 짐바브웨와 잠비아 두곳에서 볼 수 있는데, 두곳에선 같은 대상을 조금 다른 느낌으로 경험할 수 있다. 짐바브웨에선 건너편에 펼쳐진 폭포를 따라 짧지 않은 거리를 걷거나, 가끔은 어린애처럼 뛰다니며 물보라에 젖어볼 수 있다. 폭포의 측면에서 한눈에 그 큰 폭을 담아보거나, 폭포 아래쪽으로 내려가 흐르는 강을 보기에는 잠비아 측이 좋다. 중요한 사실은, 어디서 봐도 멋지다는 것.
빅폴은 방문하는 시기에 따라 그 느낌이 또 다르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한 건기에는 물의 양은 적지만 폭포의 모습을 관찰하기에 더 좋고, 우기에는 물보라가 너무 심해 폭포를 보기엔 덜 좋지만 엄청난 양의 물을 이래저래 느껴보기에 좋다고 한다. 어느때 방문하든 장단이 있다는 것이다. 우기에 한번 더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잠비아 빅폴 인근의 도시 Livingstone에서 머물던 어느날 밤, 숙소(Lodge)를 거닐다 보니 한켠에 피워진 모닥불이 보인다. 주변엔 캠핑용 간의 의자가 펼쳐져 있어, 숙박객 누구나 그곳에 앉아 불을 쬐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미씽과 함께 맥주를 하나씩 들고 불가에 앉았다.
"와~ 숙소가 뭐 이렇게 낭만적이야?"
분위기에 감탄하며 이런 소리를 해대는데, 다리가 가려워진다. 둘러보니 모기가 한두마리가 아니다. 모기 기피제를 발랐건만... 그 양이 부족했던 걸까? 우린 짧은 낭만의 시간을 끝내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 머릿속엔 만족감과 아쉬움 두가지 감정과 함께 한줄의 문장이 남겨졌다.
'낭만과 모기는 함께 한다.'
※ 그동안의 경로
1. 한국 : 출발
2. 태국 : 푸켓 -> 방콕
3. 캄보디아 : 씨엠립
4. 태국 : 방콕 -> 치앙마이 -> Elephant jungle sanctuary -> 빠이 -> 치앙마이
5. 미얀마 : 만달레이 -> 바간 -> 인레호수 -> 양곤
6. 중국 : 쿤밍 -> 리장 -> 호도협 트레킹 -> 샹그릴라 -> 메리설산(페이라이스) -> 리장 -> 시안 -> 베이징
7. 몽골 : 울란바토르 -> 몽골 투어(고비, 중앙) -> 울란바토르
8. 탄자니아 : 잔지바르 -> 아루샤 -> 세렝게티 국립공원 -> 아루샤
9. 짐바브웨 : 하라레 -> 불라와요 -> 빅토리아 폴즈
10. 잠비아 : 리빙스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