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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씨 Aug 23. 2016

나미브 사막 - 오릭스와 사라진 신발

홍씨의 세그림. 22화

 나미비아의 땅은 우리네와 많이 다르다. 나미브 사막을 찾아 남서쪽으로 달리는 내내 푸른 숲이 울창한 산 같은 것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 낮게 자라난 나무들과 건조한 느낌만을 간직한 모래와 자갈밭이 끝없다. 차가 달리는 길도 때론 거칠다. 포장도로도 있지만, 대부분이 비포장이거나 흙모래로 뒤덮힌 포장도로. 덕분에 차를 몰기가 쉽지많은 않다.


 밤하늘도 조금 다르다. 다르다기 보다는 훨씬 맑다. 당연히 그곳에 있어야 할 별과 은하수가 매일밤 자신들을 당당히 드러낸다. 아프리카에서 이런 멋진 밤하늘은 어느정도 일상이 되었다. 나미브 사막을 둘러본 후 우리는 그 아래에 텐트를 치게 되었다. 


 나미브 사막을 쉽게 표현한다면,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그런 모래 사막이다. 단, 조금 발갛고 붉다. 여기저기 붉은 모래가 쌓여, 예리하고 부드러운 곡선들에 의해 꾸며졌다. 자연스레 눈과 생각을 그들에 붙잡힌다.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쌓여온 걸까? 바람은 어떤 생각으로 저런 곡선들을 그려낸걸까?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사막지역에도 조금씩 뭔가가 있다. 작은 초목들과, 몇몇 동물들- 오릭스(영양, 얼룩소 같은 얼굴에 사슴과 같은 몸), 토끼들, 독수리 같은 새, 타조(사막에 뭔가 어울리는 모양새다), 스프링복(아프리카 사슴같은 녀석), 자칼, 도마뱀 등 -이 살고 있고, 저 멀리엔 신기루가 심심치 않게 보여진다. 그리고 그 신기루 덕에 때론 모래언덕이 물 위의 섬처럼 보이기도 한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서둘러 씻고 식사 준비를 한다. 가로등이 없는 이곳은 쉽게 어두워져, 조금만 늦어도 너무 늦게 저녁을 먹는 기분이 들게되기 때문이다. 바리바리 싸들고 온 재료들을 어떻게 하루빨리 써버릴까 고민하며 메뉴를 짜고, 음식을 만든다. 식탁과 의자를 빌리지 않은 우리는 대게 쭈구리처럼 아무데나 앉아 밥을 먹는데, 의외로 항상 밥맛이 좋고 낭만적이다. 식사를 마치면 설거지를 하고 텐트 안에 펼쳐놓은 침낭 속으로 들어가고, 그렇게 밤이 깊어간다.


 하루는 해가 뜨는 것을 볼까해서 조금 일찍 일어났다. 텐트 문을 걷고 나오니 날은 밝아오고 아직 해는 뜨지 않았다. 그 덕에 하늘 한쪽엔 노랗고 둥근 달이 선명하다. 그리고 미씽의 신발은 한짝만 남겨져 있다. 헛? 이게 아닌데? 한짝은 어디간거지? 


 당황에 마음에 잠시 서성댔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어지러운 내 발자국과 그 옆의 두발가락 발자국. 이것은!? 분명 오릭스다! 오릭스의 발을 본적은 없지만, 분명 이 크기면 그녀석이지 않을까?! 대체 왜 가져간거지? 맛있는 냄새가 났나? 한번 씹어보고 싶은건가? 뭐지? 대체 뭘까!?!?!?


 녀석은 가증스럽게도 하트모양의 발자국을 남겨놓았다. 신중히 발자국을 따라나섰다. 100m, 200m, 10분, 20분... 찾을 수가 없다. 텐트에 돌아와보니 이 사실을 모르는 미씽은 행복하게 쿨쿨 자고 있다. 어떻게 이 비보를 전한단 말인가? 신발을 샀을때 그 행복해하던 표정이 아직도 선명한데... 다시 보자.


 내 발자국,

 오릭스 발자국,

 이건 분명 미씽에게 왼쪽/오른쪽 신발 모두가 있었다는 증거가 되어주는 양쪽 발자국,

 그리고 이건 강아지 발자국인가? 이놈일 수도 있겠군...

오릭스... 미안하다.

 미씽을 깨워 사태를 공유하고, 직원들에게 키우는 개가 있냐고 물어보기로 한다. 잠시 후 식사를 하고 있으니 캠핑장을 둘러보는 직원이 나타났고, 우린 그에게 물었다.


 "분명 재칼이네요. 종종 그래요."

 "아, 그래요? 혹시 캠핑장 어디에 떨어진 신발을 보면 좀 알려주세요!"


 그는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신발을 들고 왔다. 우리 캠핑장 바로 옆에 있었단다. 나는 왜 찾지 못했던거지... 바본가?


 사건은 이렇게 평화롭게 마무리 되었다. 비록 우린 용의자의 얼굴도 보지 못했지만, 용서해 주기로 했다. 녀석에게 그런 행위는 도둑질이 아닐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건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것일거다. 그리고 이렇게라도 재칼과의 만남을 가졌다는 것이 이제는 즐거운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끝으로 녀석에게 한마디 남긴다.


 재칼, 요노옴~! 너무 멀리 물고가진 마랏!


※ 그동안의 경로

1. 한국 : 출발

2. 태국 : 푸켓 -> 방콕

3. 캄보디아 : 씨엠립

4. 태국 : 방콕 -> 치앙마이 -> Elephant jungle sanctuary -> 빠이 -> 치앙마이

5. 미얀마 : 만달레이 -> 바간 -> 인레호수 -> 양곤

6. 중국 : 쿤밍 -> 리장 -> 호도협 트레킹 -> 샹그릴라 -> 메리설산(페이라이스) -> 리장 -> 시안 -> 베이징

7. 몽골 : 울란바토르 -> 몽골 투어(고비, 중앙) -> 울란바토르

8. 탄자니아 : 잔지바르 -> 아루샤 -> 세렝게티 국립공원 -> 아루샤

9. 짐바브웨 : 하라레 -> 불라와요 -> 빅토리아 폴즈

10. 잠비아 : 리빙스톤

11. 나미비아 : 빈트후크 -> 나미브사막(세스리엠) -> 월비스베이 -> 스와콥문드


나미브 사막 1
나미브 사막 2
걸음에 흘러내린 모래자국
억울한 오릭스
새벽달
어디갔니!?
용의자1의 하트표시
용의자2
샌드위치 하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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