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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씨 Aug 07. 2016

하라레 - 짐바브웨 사람들의 삶을 스쳐보다

홍씨의 세그림. 20화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 내겐 아프리카 어디든 그렇게 느껴지지만, 역시나 이곳도 어려운 도시이다. 어렵다, 여러가지로 어렵다.


 우선, 우리가 너무 눈의 띈다는게 어렵다. 아시아, 특히 중국이나 몽골을 여행할 때는 참 편했다, 우리도 남들과 비슷하게 생겨서.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확실한 이방인이다. 지나가는 사람들, 특히 어린아이들은 우리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호객꾼들에겐 쉬운 접근 대상이다. 물론 그런 그들의 시선이 불편하지만은 않다. 인사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어떤이들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절하다. 하지만 역시나 다름에서 오는 불편함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또 한가지 어려운 것은 이들의 삶을 짐작해 보는 것이다. 왜 그런고 하니, 첫째로 물가가 천차만별이다. 치킨이나 피자, 빵 등을 파는 패스트 푸드점에서는 최소 3~5달러가 있어야 점심을 해결할 수 있다. 서울에 비한다면 비싸진 않지만, 내가 들은 아프리카 사람들의 평균소득에 비하면 비쌀 것이란 생각이 든다(여담이지만 치킨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곳에 오면 꽤나 좋아할 것 같다. 커다란 치킨 세조각과 적지 않은 감자튀김이 3달러 가량에 제공되는데, 다른 먹거리가 많지 않아 계속해서 이런 식단을 선택하게 된다). 한편 길에서 토마토를 사면 1달러에 많게는 25개를 준다. 하나에 50원 정도 되겠다. 이럴수가... 이건 또 왜 이렇게 저렴한걸까!?


 아마 '빈부격차가 크다'거나, '농산물은 아주 싸고 공산품은 비싸다', 뭐 이런저런 이유들이 있겠지만, 내겐 어려운 이야기들이다. 그저 머리를 갸웃거릴 뿐.

하라레 거리의 풍경 - 복잡하다!

 그리고 아주 새로운 풍경이 하나 더 있는데, 시내에 나가면 사람들이 ATM앞에 엄청나게 줄을 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게 가장 놀랍다. 처음엔 우리는 그들이 그곳에서 뭘 하는지 몰랐다. 돈을 뽑아야 했던 우리는 단지 그들이 두려웠다, 뭘 노리고 있는 걸까 해서. 알고보니 짐바브웨 사람들 60%는 해외의 누군가가 보내주는 돈으로 살아간단다(2013년 론리플레닛). 아마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해외에서 돈을 벌어 가족들에게 부쳐주고 있겠다.


 그 사실을 알게되고 내 머리속엔 또 한가지 의문이 자리잡았다.
 '보내주는 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힘겹다고 해야할까, 아님 편하다고 해야할까?'


 옆에서 미씽은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너가 만약 여기같은 상황이면, 해외 나가서 나한테 계속 돈 잘 부쳐줄거야? 넌 그럴 수 있어?"


 나는 '너가 해외에서 돈 벌어서 부쳐주라'라고 답했다. 그 말을 들은 미씽은 엄청 '하하하하하' 웃었다. 그런게 없다고 가정하고 답을 해보란다. 이래저래 떠들다가 미씽은 또 이런말을 했다.


 "그런데 그렇게 떨어져 살면 조금 쓸쓸하겠다. 가족 보고 싶을 것 같아."


 아, 그렇구나... 난 어쩜 이리도 바보같은 질문을 했던걸까? 사랑하고 아끼는 가족과 떨어져 산다는 것은 당연히 슬픈 일이건만... 타인의 삶에 함부로 감놔라 배놔라 할 수 없겠지만, 짐바브웨 사람들이 하루빨리 국내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 살며 일할 수 있길 바라본다.


※ 그동안의 경로
1. 한국 : 출발
2. 태국 : 푸켓 -> 방콕
3. 캄보디아 : 씨엠립
4. 태국 : 방콕 -> 치앙마이 -> Elephant jungle sanctuary -> 빠이 -> 치앙마이
5. 미얀마 : 만달레이 -> 바간 -> 인레호수 -> 양곤
6. 중국 : 쿤밍 -> 리장 -> 호도협 트레킹 -> 샹그릴라 -> 메리설산(페이라이스) -> 리장 -> 시안 -> 베이징
7. 몽골 : 울란바토르 -> 몽골 투어(고비, 중앙) -> 울란바토르
8. 탄자니아 : 잔지바르 -> 아루샤 -> 세렝게티 국립공원 -> 아루샤
9. 짐바브웨 : 하라레 -> 불라와요


하라레 중심가의 거리 풍경, 큰 건물들이 즐비하다
하라레 정원(Garden)의 풍경
하라레 정원(Garden)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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