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씨 Oct 18. 2016

자다르에 살어리랏다

홍씨의 세그림. 28화

 "잘 살고 있나?"

 친구들에게 가끔 연락을 하면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다. 난 대게 이렇게 답한다.

 "잘 산다, 니도 잘 사나?"

 말그대로 나는 잘 살아가고 있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뭐 그렇게.


 유럽으로 넘어온 후, 유명 관광지를 향한 우리의 열정은 금새 식어버렸다. 역사/문화 등에 대한 무지함, 매일 짐을 풀고 싸는 귀찮음, 이런 저런 이유들로. 우리는 아주 잠시 고민했고, 한 곳에 얼마간 정착을 하기로 결심했다. 크로아티아의 오래된 항구도시 자다르, 역시나 큰 고민없이 이 도시를 선택했다. 바다에 접한 항구도시고, 오래된 시가지가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잠시 살다갈 방도 금새 잡아버렸다. 그런데, 너무 고민이 없었던 것일까. 침대에 누우니, 이제서야 앞으로에 대한 고민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떤 일로 일상을 채워야 할까, 뭘 해야 이곳을 떠날때 나름 잘 살았다고 느낄 수 있을까?'


 간단한 일거리 찾기, 악기 연주 배우기, 제과제빵 배우기, 스쿠버 다이빙, 현지 요리 배우기, 자전거 타고 주변 돌아보기, 기타 등등. 이런저런 생각이 들지만, 결정이 쉽지 않다. 무엇을 해야 '내가 여기 자다르에서 잠시나마 살아봤노라'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떤 장소에 '산다'는 것, 어떤 의미일까? 


 이렇게 거창한(?) 할일들을 생각하고 있자니, 과연 할 수 있을까, 꼭 해야할까, 이런 의문도 들었다. 내가 여기 있으면 얼마나 있는다고. 게다가 난 맘편히 놀아보자고 이렇게 여행을 다니는건데...


 그냥 나가서 돌아다녔다. 숙소 주인 아주머니가 추천해준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해변에 가서 바다를 봤다. 이곳의 명물이라는 바다오르간 소리도 듣고, 기념품 가게도 들러봤다. 다음날엔 자전거를 빌렸다. 배를 타고 인근 섬으로 놀러가 해안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탔다. 초록빛 바다와 간간히 보이는 물고기들. 물위에 동동 뜬 갈매기들. 이유는 모르지만 하나같이 주황색으로 지붕을 칠한 집들과, 항구에 정박한 작고 큰 배들. 그렇게 이틀이 지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냥 이렇게 머물다 가도 충분한 것 아닐까? 그래도 좋잖아'


Zadar, Ugljan 섬의 야경


 돌아보면 나는 처음부터 잘못된 질문을 했던 것 같다. '해야하는 것', 지금 내게 그런게 어디있다고. 그냥 '하고 싶은 것'만 따지면 될 것을. 


 그래, 너무 빡빡하게 굴지 말고 좀 더 생각없이 살아보자!



※ 그동안의 경로

1. 한국 : 출발

2. 태국 : 푸켓 -> 방콕

3. 캄보디아 : 씨엠립

4. 태국 : 방콕 -> 치앙마이 -> Elephant jungle sanctuary -> 빠이 -> 치앙마이

5. 미얀마 : 만달레이 -> 바간 -> 인레호수 -> 양곤

6. 중국 : 쿤밍 -> 리장 -> 호도협 트레킹 -> 샹그릴라 -> 메리설산(페이라이스) -> 리장 -> 시안 -> 베이징

7. 몽골 : 울란바토르 -> 몽골 투어(고비, 중앙) -> 울란바토르

8. 탄자니아 : 잔지바르 -> 아루샤 -> 세렝게티 국립공원 -> 아루샤

9. 짐바브웨 : 하라레 -> 불라와요 -> 빅토리아 폴즈

10. 잠비아 : 리빙스톤

11. 나미비아 : 빈트후크 -> 나미브사막(세스리엠) -> 월비스베이 -> 스와콥문드 -> 스켈레톤 코스트 -> 에토샤 -> 빈트후크

12. 남아공 : 케이프 타운 -> 허머너스 -> 모슬 베이 -> 가든루트 -> 포트엘리자베스 -> 블롬폰테인

13. 레소토 : 세몬콩(+모리자)

14. 남아공 : Karoo national Park -> 플래튼버그 베이 -> 나이스나 -> 케이프타운

15. 이탈리아 : 밀라노 -> 베로나 -> 베네치아

16. 슬로베니아 : 류블랴나 -> 블레드 당일치기

17. 크로아티아 : 자그레브 -> 오토챜 -> 코레니차(플리트비체) -> 자다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