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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씨 Feb 23. 2017

칠레 푸콘 - 용.암.분.출~!

홍씨의 세그림.44화

 내가 살다살다 용암을 다 보는구나! 강렬한 기운을 머금은 그 붉은 빛,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위태로운 가스 분출음과 그 누런 연기, 그리고 무엇보다 귀여운 분화구!


 판 구조론에 따르면 지구 표면은 몇개의 판으로 이루어졌고, 그 판들은 보다 지구 중심에 가까운 점성이 높은 멘틀층의 흐름에 의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개중 두 판이 만나서 하나의 판이 다른 녀석의 밑으로 들어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의 상호작용은 판의 경계부에 마그마를 생겨나게 하기도 하고, 그 마그마가 지반이 약한 곳이나 틈이 있는 곳을 통해 위로 올라와 용암으로 분출되고 화산이 생긴다고 한다.


 그렇다, 이곳 푸콘엔 이렇게 생겨난 비야리카 화산이 우뚝 자리잡았다(대강 짐작해볼 뿐이다). 높게 솟아오른 산의 윗부분은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눈이 녹지 않아, 그 위용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투어를 신청했다. 유쾌한 가이드 아저씨, 칠레 대학생 친구 두명, 그리고 나까지 포함하여 넷이 한팀이 되어 비야리카 화산을 올랐다. 모난 화산석들과 윗쪽의 눈이 산행을 꽤나 힘들게 했지만, 살아있는 화산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묵묵히 올랐다.


 꾸역꾸역 정상에 도착하니 갑자기 저편에서 "펑~!"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호기심을 따라 소리가 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큰 구덩이가 패여있고 그 중간에 자그마한(멀어서 작아보인다. 실제 크기는 가늠이 잘 안된다) 진짜 분화구가 붉은 빛과 누런 연기를 내뿜고 있다.


 "저게 분화구야. 마그마!"


 가이드의 짧지만 와닿는 설명이 모두의 눈을 초롱초롱 빛나게 한다. 깊은 구덩이 주위에 둘러 서서 구멍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때론 희뿌옇고 때론 누런 연기가 쉬익쉬익 소리와 함께 끊임없이 뿜어져 나온다. 종종 싯붉은 용암이 그 작은 구멍 안에서 낮게 솟아오른 후 검게 분해 다시 떨어진다.



 크고 거대하진 않다. 거리도 제법 멀어 분화구는 귀여운 모습까지 띄지만, 저 안엔 분명 용암이 들끓고 있다. 저게 바로 이곳, 비야리카 화산의 정수인 것이다. 신비롭다, 확실히 이곳은 신비로운 땅이다.


 "오와~~~~~!!"


 한번은 뒤로 돌아 단체 사진을 찍고 있는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분화구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이 일제히 탄성을 내뱉었다. 깜짝놀라 돌아보니 이미 검게 변해 굳어버린 용암이 구덩이의 제법 높은 곳까지 솟아올랐다가 떨어지고 있다. 윽... 드물게 일어나는 멋진 장면을 놓친 것이다.


 위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게 주어졌다. 점심을 먹고 다시 산을 내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곳 화산 트레킹의 한가지 더 재미난 점은 눈이 덮힌 구간에선 썰매를 타고 하산한다는 것이다. 약간은 무섭하기도 하지만, 그 이상 신나는 경험이었다.


 마지막 구간은 조금 걸어 내려왔고, 투어는 그렇게 끝이 났다. 나는 화산을 정복한 사나이가 되어버렸고, 이제 이렇게 유치하게 외칠 수 있다.


 "용.암.분.출~!"



비야리카 화산
저 빨간 구멍이 분화구다
가끔은 용암이 저렇게 튀어오른다
푸콘 호수
마을에서도 보이는 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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