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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씨 Feb 26. 2017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 - 장거리 버스 여행

홍씨의 세그림. 45화

 남미 대륙은 꽤나 넓다. 아르헨티나와 칠레도 역시 아주 넓은데, 그렇다보니 이 두 나라를 여행하면서 장거리 버스를 자주 타게 된다. 장거리 버스의 장점을 살리는 방법은 야간 버스를 타는 것이다. 그러면 숙박비도 굳고, 여행을 위한 낮시간도 확보할 수 있다(물론 도착 후 피곤해서 그냥 쉬게 되기도 하지만...).


 이번엔 남미의 스위스라는 바릴로체에서 트레킹 천국 엘 칼라파테까지 버스를 타게 되었다. 장장 27시간이 걸린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낮 시간에도 이동을 하게 된다.


 최근 어디선가 이런 의견을 들었다. 버스나 비행기나 가격은 큰 차이가 없고 이동시간은 그렇게 차이가 나는데, 버스를 타면 그 긴 시간이 아까운게 아니겠냐고, 그 시간에 보고 싶은 걸 보는게 낫지 않겠냐고. 아마 어떤 이들에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 의견에 크게 동의하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다양하진 않지만 일관되고, 그 와중에 또 조금씩은 다른 풍경들을 보았다. 건조한 황토빛 땅 위엔 높게 자란 나무를 찾아보기 힘들다. 사막 지대의 그것들 처럼 작은 키의 둥글고 황량해보이는 풀들이 무수히 자라있다.


 완만하게 끝없이 이어지는 작고 큰 언덕들과, 그 위를 살아가는 Vecuna들(한국 이름을 모르겠다. 낙타와 라마를 합쳐높은 것 처럼 생겼다. 즉, 바보같고 순진무구하게 생겼다)을 보았다.


 바릴로체 인근의 호수는 새파란 빛깔을 띄었고, 그 주변에 숲이 가득하다면, 엘 찬텐쪽의 호수는 연한 하늘빛을 띄고, 그 주변을 눈덮힌 봉우리를 가진 수많은 산들과 몇몇 빙하들이 둘러쌌다.


 무료한 시간을 잠시나마 함께 나눌 누군가와 옆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었고,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조금 들었다. 그 이야기들은 아마 내 머릿속 어딘가에 자리잡아 앞으로 내 길을 가는데 작은 이정표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앉아있는데, 저 앞쪽에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이가 보인다. 물론 자전거 보다 훨씬 빠른 우리 버스는 그를 금새 지나쳤다. 그러나 우리보다 한참을 느리게 가고 있을 그는 우리보다 얼마나 많은 것을 얼마나 더 깊게 볼 수 있을까? 물론 너무 힘들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다만 그가 다른 경험을 하고 있음엔 틀림이 없다.


 때로는 어떤 문제에 대한 정답이 꼭 정해져 있지 않길 바란다. 그런 문제들은 아마 여러가지 가능성을 우리에게 줄 수 있을 것이니까. 내 여행도 그렇길 바란다.



바릴로체의 바다같은 호수
엘 칼라파테 가는 길
엘 칼라파테 가는 길
엘 칼라파테 가는 길
엘 칼라파테 빙하 트레킹
엘 칼라파테 빙하 트레킹
엘 칼라파테 빙하 트레킹
엘 칼라파테 빙하 트레킹
엘 칼라파테 빙하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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