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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카나 Sep 04. 2019

글을 쓰면서 아무 글 대잔치를 하고 있다면

 이번에는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나는 매번 글을 쓸 때, 아는 내용을 최대한 많이 쓰고 싶었다. 많은 것을 전달하려는 욕심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기억하고 싶은 내용은 글에 구겨 넣어보려 했다. 이는 처음 글을 쓸 때 다짐했던 태도와 다른 태도였다. 처음엔 글이 어떤 내용이든, 독자분들께 '알맹이'하나만을 확실히 드리자고 마음먹었다. 귀한 시간을 써주셨는데. 이 정도는 드리고 싶었다.


 문제는 욕심이. 어느 순간 '알맹이'를 두 개 이상드리려고 했다. 아는 것은 다 쓰고 싶었다. 자제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글이 오락가락했다. 방향성을 잃고 점점 개판이 되어갔다. 내 글을 보고 무슨 얘기를 하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안 되겠다 싶어 스스로 글쓰기를 고쳐 보려 했다. 그런데 뭐가 잘못됐는지 알아도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몰랐다. 컴퓨터 고치는 법을 모르는데 컴퓨터 본체부터 뜯어보려 한 셈이다.


 글쓰기를 바로잡고 싶었다. 아무 말이나 막 쓰는 아무 글 대잔치를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그 찰나 <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책을 읽고 도움을 받았다. 어느 순간 자신의 글쓰기가 아무  대잔치가 되었다고 생각하시는 분. 이 책 한번 보시죠.




 명료하게 쓰자

분명하게! 한 가지만!
분명하지 않으니까 글이 오락가락 길어지는 것이다. … 오락가락하지 않으려면 세 가지가 양호해야 한다. 첫째는 주제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나는 이 글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가. … 둘째, 뼈대다. 글의 구조가 분명하게 서있어야 한다. 셋째, 문장이다. 서술된 하나하나의 문장이 군더더기 없이 명료해야 한다.

 <대통령의 글쓰기> (p.73)

 저자가 말하는 글쓰기의 핵심 중 하나 명료하게 쓰기다. 서평을 쓸 때의 관점에서 보자. 서평을 쓰다 보면 책을 읽으면서 했던 많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최대한 많이 글로 옮기고 싶어 진다. 그런데 이걸 다 써버리면 독자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리 많은 걸 쓰고 싶어도 하고 싶은 말 하나만 분명하게 써야 한다. 이래야 글이 분명해지고, 독자가 얻어갈 '알맹이' 하나가 탄생한다. 군더더기가 많아질수록 '알맹이'는 가려진다.


 정 그렇게 많은 내용을 쓰고 싶으면 글을 다른 주제로 나눠서 2번 쓰면 된다. 한 책에 한 가지 주제로 하나의 서평만 쓰라는 법은 없다. 2번 쓰기 귀찮으니 하나의 글에 다 쓰고 싶은 거, 자제력이 길러지지 않아 발생한 실수였다.


한 가지만 분명하게 전달해보자. 더 쓰고 싶어도 인내심을 가지자.



 조급함을 막는 브런치의 기능 : 작가의 서랍


글을 쓴 다음에 곧바로 고치려고 하면 보이지 않는다. 자기 글에서 빠져나와 객관적인 입장으로 돌아갈 시간이 필요하다. 충분히 뜸을 들인 후 독자의 눈으로 다시 보자. 쉬운지, 명료한지, 설득력이 있는지, 혹시 오해할 것은 없는지 이리저리 뜯어보자.

 <대통령의 글쓰기> (p.147)

 개인적으로 글을 쓸 때는 생각 정리하고, 음악 하나 틀고, 긴장을 풀면서 쓴다. 이렇게 글 하나를 완성하면 다음 날에 다시 보고, 고개 한 번 저으면서 다시 키보드를 두들긴다. 내가 글을 완성시는 과정이다.


 그런데 글에 많은 내용을 담고 싶어 지자, 글쓰기를 과제로 여기기 시작했다. 과제로 생각하다 보니깐 빨리 끝내고 싶었다. 빨리 게시하고 다시 쳐다보기 싫었다. 조급해졌다. 조급함은 글쓰기의 적이다. 조급해지면 글을 제대로 고치지 못한다. 고치지 않은 글은 읽히지가 않았다. 글이란 한 번쯤은 퇴고를 거쳐야 한다고 본다. 퇴고 글을 완성시키는 숙성과정이다. 그런데 어느새 퇴고가 '맞춤법 검사'와 같은 단어가 되어버렸다. 저자가 말한 충분히 뜸을 들이는 과정이 없었던 것이다. 괜히 브런치에 작가의 서랍이란 숙성 공간이 있는 게 아니었다.


이제는 글을 쓴 후에 서랍에 박아놓으려 한다.




그 글은 다른 사람이 읽는 겁니다.

작가의 시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누구나 글을 쓸 때에는 그 글을 읽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들이 무슨 얘기를 기대하는지를 의식해야 한다. <대통령의 글쓰기> (p.39)

 글을 공개하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이 보게 된다. 남들이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보는 사람을 의식해야 한다. 독자가 무슨 말인지 알아듣게 쓰는 것은 쓰는 사람 몫이다. 나는 이 원칙을 지키지 못한 글이 많았다.  아무 글 대잔치가 벌어진 글들 말이다. 이런 글들을 쓸 때는 일단 빨리 게시하는 게 중요했다. 내 방식대로 계속 쓰다 보면 하나는 터질 테니깐. 이렇게 '조회수'에만 신경 쓰고 펑펑 쓰는 만큼 글의 내용은 좋아지지 않았다.


 이에 필요한 처방전은 독자의 눈으로 글을 다시 보는 것이다. 나는 반성의 의미로 '아무 글 대잔치'의 글들을 작가의 서랍 잘 보이는 곳에 넣어뒀다.


글쓰기는 나와 남을 연결하는 일이다. 그 글을 봐주는 사람이 이해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게 하고 제대로 이해시킬 책임은 쓰는 사람에게 있다. <대통령의 글쓰기> (p.178)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가 말하는 글쓰기 핵심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었다.

"자신의 생각을 자기 스타일대로 쉽고, 명료하게 써라. 단,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한 두 가지 주제에 집중해라."

이렇게 생각한 덕분에 글쓰기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많이 줄었다. 글 하나에 알맹이 하나. 이 생각 글을 편히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여담으로 이 책을 통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글쓰기 태도 엿볼 수 있었다. 글쓰기를 배우는 중간중간 대통령들의 스토리도 나온 덕분에, 책이 지루하지는 않았다. 물론 책이 이런 이야기들을 건너뛰어도 글쓰기를 배울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아무 글 대잔치, 이젠 고쳐보자.



참고


<대통령의 글쓰기> - 강원국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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