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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카나 Nov 09. 2019

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이유


 시간을 내서 책을 읽으려고 했다. 저번 주말에 저녁을 먹고 난 뒤에 책을 읽겠다고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지나가다가 PC방이 보였다. 무의식적으로 롤 한판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땐 이미 마음속으로 게임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한 나였다.


출처 : 아프리카tv 오픈스튜디오 홍대점


 그런데 정신 차려보니 이미 롤에 30분을 쓰고 난 뒤였다. (한판 했는데 심지어 그 판은 졌다.) 이처럼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현실 도피를 하면 가슴 한 편에 응어리가 맺힌다. 응어리가 맺히면 내가 하겠다고 계획한 일, 즉 책을 읽는 일이 이성적으로는 내가 당장 해야 했던 일이 맞았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진 이후에 스스로 정신 차리자고 생각하며 책을 읽으러 갔다.


 이처럼 무의식적인 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성으로 충동을 억누르기엔 충동이 너무 강한 것 같다. 충동은 의지보다도 강하다. 아무래도 무의식이 우리의 판단과 행동을 지배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책 <소셜 애니멀>에서는 한 실험을 진행하는데, 무의식이 판단과 행동, 그리고 한 사람의 성장에 까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실험은 노력을 칭찬하는 사람과 재능을 칭찬하는 사람이 칭찬을 받는 사람한테 무의식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 설명한다. 사람들이 누군가를 칭찬할 때 "똑똑하네"라고 칭찬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재능을 칭찬하는 경우다. 반대로 "열심히 하네"라고 칭찬할 때도 있다. 이는 노력을 칭찬하는 말이다. 재능을 칭찬받은 부류와 노력을 칭찬받은 부류, 두 그룹 중 어느 그룹이 어려운 문제를 잘 해결했을까?


 노력을 칭찬했을 때, 칭찬을 받는 사람은 '열심히 노력한다'는 상대방의 말을 듣고 더 열심히 노력했다. 어렵거나 힘든 과제가 있으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좀 더 생각하는 과정을 거쳤다. 반대로 재능을 칭찬받은 사람은 '타고난 똑똑한 천성'을 유지하고 싶어 했다. 이 그룹은 실패할 수 있는 어려운 과제는 시도조차 꺼려했다. 실패하거나 실수를 하면 멍청해 보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노력을 인정받은 그룹이 어려운 문제를 잘 해결해나갈 확률이 높다.


 내가 자연스럽게 게임을 하게 만든 것도, 한 사람이 어려운 과제를 꺼려하게 만든 것도 전부 무의식이다.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면, 우리 내면에 있는 무의식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이성과 의지를 사람이라고 가정했을 때 무의식은 코끼리다. 사람이 힘으로는 코끼리를 마음대로 다룰 수는 없지 않은가. 대신 사람은 머리를 쓴다. 머리를 써서 코끼리를 다루고 행동을 유도해내는 것이다.




 무의식을 다루는 대표적인 방법은 환경설정이다. 게임에 유혹에 빠진 내가 게임과 거리를 둔 방법은 친구에게 게임 아이디를 맡기고 비밀번호를 내가 알지 못하게 바꿔달라는 방법이었다. 계정을 건네주면서, 만약 나중에 내가 게임이 하고 싶어서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해도 절대로 알려주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렇게 게임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끔 환경을 설정하는 것이 무의식을 다루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환경을 바꿀 수만 있다면 완전히 다른 신호와 무의식적인 문화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내면을 바꾸는 것보다 환경을 바꾸는 것이 더 쉽다. <소셜애니멀>, p.175







참고


<소셜 애니멀> -  데이비드 브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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