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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카나 Jan 19. 2020

창업 마인드를 기르는 데 이만한 책이 없었다

<승려와 수수께끼> 서평

요즘 들어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우아한형제들이 만든 배달의민족이 독일계 기업으로부터 5조 원에 매각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말이다. 김봉진 대표가 어떤 사람이길래 배달의민족을 무려 5조 원의 가치로 만들어 매각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물론 5조 원의 가치를 CEO 한 사람만이 만들어낸 것은 아니겠지만, 리더의 공로를 무시할 수는 없다.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


한 사람에 대해 알아가려면 그 사람이 직접 쓴 인터뷰나 책을 읽는 게 좋다고 본다. 그 사람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읽었다. 먼저 김봉진 대표가 쓴 <책 잘 읽는 방법>의 페이지를 넘겼다. 책 제목 그대로 김봉진 대표만의 독서법에 관한 책이었다.


이 글은 <책 잘 읽는 방법>에서 창업을 생각한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으로 소개된 <승려와 수수께끼>에 관한 글이다.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은 입장으로서 사업에 관한 책을 추천을 받았는데 조금이라도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 읽다 보니 끝까지 읽어버렸다. 결과적으로 창업을 꿈꾸는 사람이나 현재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자가 읽어보면 좋을 책이었다. 사업에 대해서 어떤 마인드를 갖춰야 하는지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김봉진 대표도 이 책을 인상 깊게 읽었다고 한다. 김봉진 대표는 이 책을  <책 잘 읽는 방법>이 아닌  <청년창업, 8권의 책으로 시작하다>라는 책에서도 추천한 적이 있다. 그만큼 <승려와 수수께끼>로 부터 많은 걸 배웠다는 뜻이 아닐까. 김봉진이라는 경영인을 만드는데 이 책이 많은 기여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 또한 <승려와 수수께끼>에서 얻은 게 많았다. 개인적으로 책 한 권을 다 읽으면 그 책에 주관적인 별점을 매겨서 평가를 한다. 이 책은 2달 전에 읽었던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이후로 오랜만에 별 5개를 준 책이다. 책에서 어떤 이야기를 맛봤길래 별 5개를 줄 수 있었는지, 이 글에서 소개한다.




벤처투자자와

돈을 벌려는 창업가의 이야기


이 책은 저자인 레니가 미얀마를 여행하면서 한 승려에게 수수께끼를 받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책 제목에 정말 충실한 프롤로그였다. 승려는 다음과 같은 수수께끼를 던진다.


제가 계란 하나를 가지고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 이 달걀을 깨뜨리지 않고 1미터 정도 아래로 떨어뜨리되 깨뜨리면 안 됩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저자는 수수께끼에 대한 답변을 여행을 하다가 구하게 된다. 이 답변이 사실상 책의 주제이자 저자의 핵심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어를 잘하는 미얀마 스님한테 받은 질문은 잠시 미뤄두고, 책의 내용은 다른 길로 들어가게 된다.



이 책의 주된 스토리는 장례용품을 파는 사이트를 만들려는 창업가 레니, 그리고 실리콘밸리에서 벤처투자자의 일을 하고 있는 책의 저자 랜디, 두 사람 간의 이야기다. 레니는 일차원적으로 돈을 버는 이익의 관점에서 사업을 시작하려고 한다. 사업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초기 비용을 랜디에게 투자받으려고 한다.


랜디는 단순히 돈을 벌려는 관점으로 사업을 시작하려는 레니에게 투자를 해줄 수도, 도와줄 수도 없다고 판단한다. 그런 랜디에게 레니는 장례용품 사업에 대한 애정 대신 수익을 내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다. 랜디는 비즈니스를 할 만하게 만드는 것은 재정이 아닌 애정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사업을 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힘이 되는 무엇이 있어야 어떤 역경이 닥치더라도 딛고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이나 기대는 힘이 되지 못한다.


랜디의 관점은 단순히 스마트 스토어를 시작해서 위탁판매로 돈을 벌려했던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스마트 스토어를 일단 시작했으면 온라인 소매업으로 돈은 어느 정도 벌었으리라. 하지만 수익 그 이상으로 얻게 되는 무언가가 없는 상태에서 사업을 계속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 든다. 사업으로 단순히 경제적 자유를 얻는 것에서 그 이상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승려와 수수께끼>는 확실히 책값 이상의 가치를 줬다. 사업의 본질을 바라보는 안경을 쓰게 해 줬기 때문이다. 애정이라는 관점을 건네준 뒤, 랜디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사업이란 어떤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나둘 풀기 시작한다. 바로 사업 계획의 필요성과 총체적인 인생설계에 관한 이야기다.




사업 계획의 필요성



계획은 원칙적으로 창업자가 똑똑한지, 제대로 된 사업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미래에 대한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로 필요한 겁니다.
<승려와 수수께끼> (p.63)


장례용품을 려는 창업가 레니는 의지와 희망이 넘치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사업 계획서를 여섯 번, 일곱 번 넘게 비행기 안에서까지 수정한다. PR이후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사업계획서에 보충하는 카이젠 정신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레니의 초반 사업계획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시장조사, 고객의 욕구, 제품 전략, 경쟁 포지셔닝, 출시 계획, 예상 판매액, 비용 예측, 수익률, 필요 투자액, 감가상각비, 1~3년 차 n분기의 예상 경로 등.


레니가 사업계획서에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를 보면, 사업을 준비하려면 어떤 요소들에 대한 계획을 짜서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스타트업 창업이 아닌 1인 기업 창업을 꿈꾸는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규모가 크든 작든 계획을 세움으로써 스스로가 제대로 된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뤄놓은 인생설계와

총체적인 인생설계


1단계, 해야만 하는 것을 해라.
2단계, 하고 싶은 것을 해라.


랜디는 '미뤄놓은 인생설계'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미뤄놓은 인생설계는 위와 같이 2단계로 나눠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창업가인 레니의 아버지도 미뤄놓은 인생설계에 따라 살아간 사람으로 그려진다. 40년간 공무원으로 일하고, 은퇴 이후 진정으로 좋아했던 정원사 일을 하기 시작한다. 안타깝게도 정원사 일은 공무원 일에 비하면 그렇게 오래 지속하지는 못했다.


레니의 아버지에게는 성공한 공무원, 실패한 정원사라는 이름표가 붙는다. 이렇게 해시태그가 붙은 이유는 해야만 하는 일이었던 공무원은 은퇴라는 마침표를 찍음으로써 성공적으로 끝마쳤지만, 하고 싶은 일이었던 정원사 일은 은퇴 이후 시작한 일이라 짧은 시간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뤄 놓은 인생설계', 우선은 의지를 가지고 일단 추진하고, 그다음 열정을 쏟는다. 누가 이런 인생을 원할까?
<승려와 수수께끼> (p.131)


주변을 둘러보면 많은 사람들이 미뤄 놓은 인생설계에 맞춰서 살아간다. 1단계를 거쳐야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2단계를 즐길만한 여유가 생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랜디는 이렇게 미뤄놓은 인생설계에 따라 살다 보면 보상받기를 원하는 욕심과 뭔가를 채우고 싶은 허기가 늘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랜디는 이에 대비된 '총체적인 인생설계'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내일 당장 요단강을 건너더라도 최대의 만족감과 충족감을 주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나중에 하고 싶은 것을 찾게 될 때 그 일을 하기 위해서 일단 경제적 자유를 얻으려고 사업을 한다면, 결국 '미뤄 놓은 인생설계'에 따라 사업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미뤄 놓은 인생설계에 따라 사는 게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인생을 사는 사람이 하는 일이 힘들고 지칠 때 쉽게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닌, 일 자체에 만족감을 가지고 평생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쉽게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총체적인 인생설계에 맞춰서 살아가야 한다.


자신에게 질문해보시죠. Funerals.com이 평생을 바쳐도 좋을 만한 사업이 되려면 어떤 요소를 갖춰야 될까요? 거기서부터 출발하세요. <승려와 수수께끼> (p.194)


랜디는 돈을 벌려는 생각에 눈이 먼 레니에게 이런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다. 어차피 사업에 시간을 쓸 거라면 총체적으로 우리 인생에 만족감을 더할 만한 사업의 요소를 갖추라는 의미로 해석이 된다. 인생에 만족감을 더하는 사업은 본래 자신을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업일 것이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드러낼 때 큰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업으로 만족감과 충족감을 얻는 것도 총체적인 인생설계의 일환이다.


레니는 이메일을 받고 큰 깨달음을 얻는다. 그 결과로 사업계획서가 변한다. 계속해서 장례용품을 파는 사업모델을 포함하고 가긴 하지만, 원래 사업의 의의였던 '죽음으로 슬픔에 빠진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비전을 중심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 사업모델을 품고 가게 된다.




마무리와

렘브란트 이야기


이 책은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내 삶 속에서 본질적인 '우선순위'를 따라 선택하고 집중해야 함을 교훈으로 준 책이었다. 그리고 사업을 시작할 때, 평생을 바칠 만큼 좋아하거나 열정을 쏟아 부울 수 있는 사업인지를 확인하는 것도 저자가 전달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책을 읽다가 예전에 창업경진대회를 준비했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는 그저 해결책(수익모델)에 눈이 멀어 일차원적인 생각을 했었다. '내가 왜 창업을 해야 하지? 어떤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하지?' 이런 질문들을 지속적으로 스스로에게 던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일차원적으로 수익모델 한 가지에 눈이 멀게 되었다.


분명 지금 생각하면 원초적인 문제점에 따른 여러 해결책들이 존재했다. 다만 고정관념을 극복하지 못한 나는 그대로 1차 합격도 못한 채 떨어지고 말았다. 그때 내가 '어떤 점이 현재의 문제점이고, 내가 이 사업을 통해 어떤 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지' 본질을 생각했었다면, 훨씬 더 큰 시각이 담긴 비전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 창업경진대회를 준비했을 당시 이 책을 몰랐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렘브란트 <야경>


끝으로 책에서 랜디가 렘브란트의 <야경>을 보고 느낀 생각을 공유하며 글을 마친다. 렘브란트가 활발하게 활동했던 17세기 네덜란드는 튤립 버블이 한창이었을 시기다. 그 당시 튤립 투기로 많은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세상에 족적을 남기고 싶었을 것이다. 돈으로 충족되는 욕구들을 해결하고 나면 최종적으로 자아실현의 욕구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 게 사람이기 때문이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자 하는 부자들의 노력은 과연 통했을까? 책 속의 렘브란트 이야기에서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구할 수 있었다.


랜디는 책에서 사업가를 창의력을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하는데, 이런 의미에서 화가인 렘브란트를 창의성을 표현하는 사업가로 비유했다. 그리고 캔버스 속의 모든 배경인물들은 그저 돈만 벌려고 하는 사업가들로 비유했다. 이렇게 비유하고 나서 이 이야기를 보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지난번 암스테르담으로 여행을 갔을 때 들른 라이크스 박물관에서 오후 내내 베르메르와 렘브란트의 작품을 감상한 적이 있다. 렘브란트의 <야경>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네덜란드의 다른 화가처럼 그 역시 부유한 후원자들의 부탁으로 이 그림을 그렸다.


시민군의 영화를 증명하듯 우아하게 차려입은 열몇 명의 사람들이 후원금의 액수와 사회적인 지위에 따라 그림 속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네덜란드 경제 황금기를 이끌던 유명인사들이 캔버스를 통해서 불멸을 꿈꿨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 중 내가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저 한 화가의 걸작에 등장하는 소재일 뿐이었다. 지금 내게 의미가 있는 단 한 사람은, 후세까지 명성이 전달된 가난한 화가, 렘브란트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부와 명예,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오늘날, <야경>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자. 몇 백 년이 지나면 오늘날 잘 나가고 있는 거물들 역시 기껏해야 캔버스 속의 배경으로 전략할 뿐이다.


그 작품을 감상하고 있으니 몇 년 전 신문 헤드라인의 '미국 최대 갑부, 샘 월튼 눈을 감다'라는 내용이 떠올랐다. 결국 그는 갑부를 기록하는 줄에 최근 이름을 올린 사람에 불과한 것일 뿐, 존 메이너스 케인스의 말처럼, 결국 우리 모두는 죽는다.


가장 중요한 자원은 시간뿐이다.







참고


- <승려와 수수께끼> - 랜디 코미사 저


이미지 출처

- 김봉진 대표 사진 및 인터뷰 : http://mdesign.designhouse.co.kr/article/article_view/101/76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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