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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카나 Jan 29. 2020

터지는 콘텐츠는 어떻게 만드는가

<컨테이저스 전략적 입소문> 서평

최근 브런치에 게시한 글의 반응이 괜찮았다. 2012년부터 8년간 사용한 롤 아이디를 지우게 된 이야기를 쓴 글이다. 10대와 20대 시절을 같이 보낸 게임 아이디를 지운만큼, 스스로에게 확실한 환경 설정과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런데 이 글이 의도치 않게 내 브런치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하긴 누군가가 롤을 8년동안 하다가 아이디를 삭제했다고 하면 그 이유가 궁금하긴 해서 들어나 보긴 할 것 같다.


아래가 바로 슬픔과 후회가 조금씩 묻어 있는 그 글이다.



이 글을 쓰는데 투자한 시간은 많지 않았고, 내용도 그닥 길지 않았다. 그런데도 인기를 끌었다. 예상치 못했다. 내 브런치에서 의외로 터지는 글은 이 글뿐만이 아니었다. 앞서 말했던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조회수를 기록한 글 중 80%는 내가 예상치 못하게 터진 글이다.


특정 '콘텐츠'는 왜 인기를 끄는 것일까? 이는 브런치뿐만이 아니라 유튜브와 스마트 스토어도 마찬가지다. 어떤 상품이 의도치 않게 많이 팔릴 때도 있고, 똑같은 유튜브 채널에 있는 특정 동영상이 다른 동영상들보다 10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할 때가 있다. 이렇게 터지는 콘텐츠는 규칙에 따라 만들어 내는 것일까, 아니면 순전히 운일까?


<컨테이저스 전략적 입소문>은 궁금증에 대한 답변을 제시한다. 저자는 인기를 만드는 데에는 법칙이 있고, 이 법칙은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정답은 입소문


저자는 특정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이유를 입소문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우리는 입소문을 광고보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광고보다는 신뢰하는 대상(친구, 가족, 인플루언서)의 의견이 더욱 솔직하고 믿음직스럽다고 판단한다. 친구가 좋다고 말하는 거라면 일단 한 번쯤은 관심이 가는 게 사람의 심리다.


그리고 입소문은 광고보다 그 내용에 실질적인 관심이 있거나 관련된 사람에게 전달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내가 신발에 관심이 없다고 했을 때 아디다스, 나이키, 뉴발란스 광고를 봐봤자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을 것이다. 신발에 관심이 생기고 나서야 친구한테 '요즘 멋있는 신발 있을까?'하고 물어보기 시작한다. 친구는 나에게 특정 브랜드와 신발을 추천한다. "야 이거 요즘 많이 신어, 야 이 신발 이뻐!" 이렇게 입소문이 퍼지는 것이다.


나이키 데이브레이크가 이쁘다 해도 관심이 없으면 광고 효과가 없어요.


이쁜 신발이라고 추천해준 친구의 정보는 광고보다 더 효과적이다. 광고보다 내게 더 실직적으로 도움되는 정보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정보의 주체가 친구라는 것도 신뢰감을 높여준다. 


신뢱감의 차이로 봤을때 광고보다는 입소문을 유발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 것이다. 콘텐츠뿐만 아니라 제품, 아이디어, 콘텐츠, 브랜드 등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어떻게 입소문이 잘 퍼지도록 만들 수 있을까?




전염성을 유발하는

STEPPS 법칙


입소문을 유발하려면 우리가 그 콘텐츠의 입소문을 퍼뜨리고 싶게끔 생겨야 한다. 대화와 공유, 모방 욕구가 생겨야 한다. 마치 신발이 이쁘지도 않은데 저 신발 이쁘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이렇게 콘텐츠의 전염성을 결정짓는 요소들을 만드는 법칙을 STEPPS 법칙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STEPPS 법칙은 6가지의 세부적인 법칙들로 나뉜다.



1. 소셜 화폐의 법칙(Social Currency)

소셜 화폐란 말하는 사람을 사회적으로 우월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들을 말한다. 즉 입소문을 전파하는 사람을 돋보이게 만들거나, 우월하게 만들어준다. 말하는 이를 속칭 인싸로 만들어 버리는 메시지를 내놓는 것이 입소문을 탈 가능성이 높다.



2. 계기의 법칙(Triggers)

주변 환경에서 연상할 계기가 자주 생길만한 제품이나 아이디어, 콘텐츠가 입소문이 퍼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보통 커피보다 핫초코를 더 자주 떠올린다. 핫초코는 겨울에만 인기가 많기 때문이다. 반대로 커피는 사계절 내내 우리의 피로를 책임져준다.


몇 년 동안 찬바람 불 때 생각나게 만든 그 광고들.


겨울에는 핫초코가 더 생각날지 모르나 나머지 계절은 아닐 확률이 높다. 이렇게 자주 떠올릴 수 있는 것과 입소문을 퍼뜨릴 그 무언가를 연계시켜야 한다. 핫초코 미떼를 예시로 들 수 있겠다. 미떼는 유쾌함을 주는 광고를 통해 "찬바람 불 때, 핫초코 미떼"라는 슬로건을 제시한다. 이때 광고에 호감을 가진 사람은 찬바람이 불 때마다 미떼 제품을 생각할지도 모른다.



3. 감정의 법칙(Emotion)

공유 욕구를 자극하는 감정을 유발해야 한다. 저자는 이런 감정을 각성 효과를 일으키는 감정이라고 한다. 각성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감정으로는 경외심, 흥분, 감동, 즐거움 등이 있다. 부정적인 감정으로는 분노, 불안, 혐오, 억울함 등이 있다. 우리가 보기만 해도 즐거운 유튜브 동영상을 자연스레 친구들에게 카톡으로 공유하는 게 바로 이 법칙에 해당한다.


재밌어 보이는 건 일단 달려가서 말해야죠



4. 대중성의 법칙(Public)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타인을 모방하려는 모방 심리를 가지고 있다. 이런 심리를 이용한 콘텐츠가 입소문을 탈 확률이 높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유행하는 아무 노래 챌린지가 딱 이 법칙에 해당하는 콘텐츠가 아닐까 생각된다.


아무 노래 챌린지의 유행은 사람들의 모방 심리와 짧은 영상 마케팅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유명인들이 참여한 파급효과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아무 노래 챌린지는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대중성의 법칙과 잘 맞아떨어진다.


어느샌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점령한 아무 노래 챌린지



5. 실용적 가치의 법칙(Practical Value)

전달하는 메시지가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실용적이라고 느끼는 정보를 주변 사람에게 공유하곤 한다. 당장 이번 주에 주변 사람들에게 카톡 메시지나 유튜브 동영상, 사이트 URL을 얼마나 공유했는지 떠올려보면 우리의 공유 심리를 알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도 친한 친구와 디지몬 관련 유튜브 동영상을 서로 카톡으로 공유했다. 물론 실용적인 정보는 아니겠지만, 중요한 건 어렸을 적 감동을 카톡으로 공유하고픈 공유 심리가 발동했다는 점이다. 



6. 이야기성의 법칙(Stories)

전달할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를 만들면 입소문을 탈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트로이 목마 이야기를 자세히는 몰라도 핵심만은 기억하고 있다. 이렇게 여러 교훈을 담고 있는 과거의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전달되어 오고 있다. 


각각 6가지 법칙의 앞글자를 따서 STEPPS 법칙이라고 한다. 입소문을 타는 것들이 이 6가지를 모두 갖춘 것은 아니다. 이 중에 1~2가지만 갖춰도 입소문이 퍼질 수 있다. 위의 아무 노래 챌린지 사례를 보면 이야기성이나 실용적 가치가 없어도 충분히 유행을 탈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것을 활용하여 효과를 내면 된다.




우리는

공유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폰보다는 킹이 되고 싶다


우리는 자신의 사회적 가치를 높여주는 것을 말하고 싶어 한다. 이것이 바로 소셜 화폐다. 예를 들어 자기 자신을 소개할 때 취미는 운동이요, 주말엔 전시도 보러 다니고, 자기개발도 열심히 한다고 말했을 때, 좋은 이미지를 선사할 확률이 높지 않을까? 이렇게 이야기 안에는 사회적 우위를 보여줄 수 있는 요소를 담을 수 있다.


실제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콘텐츠, 제품, 아이디어 안에 소셜 화폐의 요소를 담아둔다면 입소문을 탈 확률이 높다. 내가 자기개발과 비즈니스를 주제로 한 유튜브 채널을 봤을 때 이야기다. 그 유튜버는 대부분의 영상에서 본인이 직접 나와 이야기를 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업로드했다. 동영상 초반부에는 이런 말들을 하곤 했다.


이 영상은 내용이 어려워서 끝까지 보기가 힘들 수도 있다. 아마 끝까지 보신 분들은 꽤 똑똑하신 분들이거나, 상위 10% 안에 드는 지능을 가진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상이 전달하는 내용을 이해하시는 분들은 소수일 것이다. 파레토의 법칙에서 상위 20% 안에 들만큼 똑똑한 분이실 거다.


이런 말들은 내적 비범성을 부여한 메시지다. 시청자들에게 소셜 화폐를 건네줌으로써 자신의 영상과 채널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입소문과 구독을 불러일으키는 뛰어난 마케팅 전술이다. (...이라고 저는 생각하지만, 소셜 화폐에 비유하기보다는 이야기성이나 감성의 법칙에 적용되는 사례라고 볼 수도 있어요. 그저 부족한 저의 생각임을 밝힙니다! )




인플루언서가 아니더라도

적용할 수 있을까


저자가 말한 6가지 입소문 법칙이 진짜로 소수의 인플루언서가 아니더라도 써먹을 수 있는 건지 궁금했다. 그래서 내 브런치에서 조회수가 터진 글들의 이유를 STEPPS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내 브런치가 상위 1%의 영향력을 가진 공간은 아니니까, 이보다 좋은 실험대상이 있을 수 없었다.


내 브런치에서 관심을 받은 글들은 인간관계 관련 글들과, 서평, 일상 이야기를 쓴 글이다. 우선 인간관계 관련 글은 실용성이 있었다. 인간관계 글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정보라서 인기를 끈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 아니면 다음 편집자분께서 글 좀 열심히 써보라고 동기부여 삼아 다음 메인에 올려 주셔서 주목받은 걸지도 모른다. )


그 외 다른 글들에는 어떤 요소들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감성의 법칙과 이야기성의 법칙이 담겨 있었다. 물론 저 글들을 쓸 때는 입소문 6법칙을 알지도 못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인기를 끌었던 글은 입소문 6법칙들 중 최소 하나는 갖추고 있었다.



우선 <쾌락독서> 서평을 살펴보자. 이 글은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쓴 지 얼마 안 돼서 인기를 끌었던 글이다. 어렸을 때 했던 게임 <삼국지>에 관한 이야기와 여러 과거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삼국지 이야기나 내가 겪었던 독서 강박감 이야기에 공감을 느낀 사람들이 이 글을 좋아해서 인기를 끌지 않았나 싶다.


게임 계정을 삭제했던 글은 감성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롤을 즐겨본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이 갈만한 내용이었다. 2200시간 그 이상을 쏟아붓고 상위 0.01%인 마스터 티어를 달성했던 계정을 지웠다는 것은 몇몇 롤 유저들에게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 솔직히 내 주변에서도 저런 사람이 있었으면 박수 한 번쯤은 쳐줬을 것이다. )


경외심의 감정이 이야기에 담겨있다면 그 이야기는 공유 욕구를 촉발한다. 바로 게임 계정 삭제 이야기가 경외심의 감정이 일으킨 공유 욕구 덕분에 어느 정도 인기를 끌었던 글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나의 브런치 글 사례로 봤을 때 STEPPS 법칙은 누구나 적용 가능한 법칙이란 걸 알 수 있다.




책을 씹어먹을 정도로

다시 읽기로 결정했다


마케팅의 법칙을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는 책이다. 글을 쓸 때도 이야기성의 법칙을 활용해서 단순한 서평이지만 이야기를 담아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스마트 스토어로 제품을 팔 때도 마케팅 수단으로 그 제품이 머릿속에 떠오르게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유튜브 동영상을 만들 때도 영상에 실용적 가치를 담아서 시청자들의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 쉽게 유도할 수 있다.


무언가의 입소문을 퍼뜨리는 방법을 알아가는 데 좋은 방법론이 될 책이라고 생각한다. <지적자본론>의 저자는 '지금은 제안 능력의 시대'라고 말했다. 상품이나 플랫폼의 중요성보다 얼마나 더 제안을 잘할 수 있냐가 더 중요해진 시대다. 이런 시대 속에서 입소문을 퍼뜨리는 제안 방법을 배우는 것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씹어먹을 정도로 다시 읽기로 결정했다.






참고


<컨테이저스 전략적 입소문> - 조나 버거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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