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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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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카나 Feb 01. 2020

나의 코인 투기 이야기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간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들어봤거나 경험해본 교훈이다. 특히나 2017년 비트코인 캐시 펌핑을 시작으로 2018년 상기의 난이 일어났을 때까지, 전 국민이 비트코인에 열중했을 때 위 교훈을 직접 배운 사람들이 많다. 손절과 n토막이라는 비싼 수업료를 내고서 말이다.


비트코인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극도로 치솟았을 때, 그러니까 최소 17년 11월에 암호화폐 시장에 발을 들인 사람들 중에서는 투입한 자금의 몇 배는 벌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마무리가 좋든, 깡통을 찼든 말이다.)


나도 비트코인이라는 존재를 알게 된 게 17년 11월, 비트코인 캐시의 펌핑이 있던 날이었다. 우지한의 자존심을 건 역대급 펌핑이 있었던 그 날,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비트코인 캐시가 올라간 것이 내 인생을 한순간에 바꿨다. 나는 자연스럽게 비트코인 투자에 눈독을 들였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마우스는 이미 암호화폐 거래소를 찾고 있었다.


처음에는 5만 원으로 투기를 시작을 했다. 코인원이라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5만 원을 입금하고 무작정 아무거나 사서 돈을 벌 수 있는지 시험을 해봤다. 맨 처음엔 이더리움 클래식이라는 코인을 매수했다. 대학교 프로그래밍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매수했었는데, 2시간의 수업이 끝나고 나서야 한 번 확인해보았다.


1%를 벌었다. 50,000원은 50,500원이 되어 있었다. 돈이 돈을 번다는 개념을 처음으로 접한 순간이었다. 굉장히 신기하고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자연스레 욕심과 승부욕이 생겼다. 이 신기한 마음을 안고 어찌어찌 돈을 끌어 모아 100만 원으로 본격적인 투자, 아니 투기를 시작했다.


18년 1월엔 인스타나 페북보다 비트코인이 검색어로 인기가 더 많았다. // 출처 : 구글 트렌드



나도 운이 좋게 이 시기에 돈을 많이 벌었다. 시작은 5만 원이었지만 한 번도 만져본 적이 없었던 큰돈을 만졌다. 17년 12월에는 누구든 가즈아를 외쳤던 시기였기 때문에 운이 좋아서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얼마나 운이 좋았냐면 매번 자고 일어나면 코인의 수익률이 두 자릿수로 찍혀있었다. 이렇게 해서 쉽게 돈을 벌 수 있었다.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갔다. 이때 나는 수익실현 삼아서 명품을 소비하거나, 이유 없이 친구들에게 한 끼씩 밥을 사주며 FLEX를 하고 다녔다. 소비도 소비지만 투기 성향도 엄청 공격적으로 변했다. 공격적으로 변한 만큼 손실이 크게 날 확률도 높아졌다. 


혹여 손실이 나더라도 내 돈이 아닌 사이버머니처럼 보였다. 어느 정도 이상의 손실은 아프지 않았다. 그리고 먼 훗날에야 깨달았다.


1) 이때의 손실이 다 비싼 수업료였다는 사실

2) 그 당시의 나는 큰돈을 다룰만한 그릇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 당시 업비트 좀 해봤다는 분들이라면, 알만한 '그 코인'들.




투기의 굴레


※ 이 글에서 내가 코인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투자'라 하지 않고 '투기'라고 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 내가 암호화폐 투자를 부정적으로 봐서 그런 건 아니다. 지금까지 내가 코인 시장에서 수익을 얻고자 했던 행동이 투자가 아닌 투기와 도박에 훨씬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기라는 표현을 썼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이때 돈에 대한 관념이 생겼다.


다행인 점은 이때의 경험 덕분에 경제를 계속 공부하려는 마음가짐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적 자유에 관심을 가진 것도 코인 투기 경험 덕분이었다. 꾸준히 배우고 부자가 되려는 마음가짐은 졸업 및 취업이라는,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정해진 각본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관점을 빠르게 배우게 되었다.


다만 불행한 점은 돈에 대한 잘못된 관념도 가졌다는 것이다. 투기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을 굉장히 낮게 평가했다는 점이다. 지금 이 시점에도 업비트나 바이낸스 등의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운 좋게 코인의 상승분을 먹어서 수익을 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 중에서는 웬만한 직장인의 월급을 거뜬히 넘는 수익을 벌었다며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랑하는 사람도 있다.



얼마 전에도 비트코인 에스브이(BSV, 시총 5위)가 300% 넘는 펌핑을 몸소 보여주셨다.



하지만 언제까지 운 좋게 연전연승을 거둘 수 있을까. 상승이 있으면 하락도 있는 법이다. 운이 정말 좋은 경우가 아니라면 하락장에 손실이 나거나 잘못된 판단으로 타격을 입는다. 그리고 운이 더 나쁘거나 손실로 인한 감정을 바로 잡지 못하면 마진 거래에 눈독을 들이거나 사기에 걸려 깡통을 차게 될 수도 있다.


손실을 복구해야 한다는 것에 눈이 먼 사람들은 햇살론과 마이너스 통장을 끌어모아서 다시 시장에 뛰어들 확률이 높다. 투기는 투기로 메꿔야 한다는 굴레에 빠진 것이다. 일을 하거나 사업을 해서 손해를 메꾸는 방법은 생각하지 못한다. 당장 눈앞에 있는 고수익과 돈 그 자체에 눈이 멀었기 때문이다. 이럴 때 보통 투자에 대한 마인드를 확립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다시 깡통을 찰 확률이 높다. 조급함이라는 감정 때문이다.


나 또한 그랬다. 18년 1월 하락장 때 그대로 손실분을 맞았다. 그때 당시 투기를 하다 손실이 났을 때, 그대로 투기꾼이 아닌 가치투자자가 되거나 눈물겨운 손절 후에 리턴이 커 보이는 다른 코인에 돈을 넣기도 했다.


코인 투기에서 하이리턴에는 극도의 하이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이다. 운이 좋은 경우를 제외하고 손실은 더 커졌다. 하지만 이때 나는 다른 수익 경로를 만들어 돈을 불려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투기로 잃은 돈은 투기로 메꿔야 한다는 마인드였다.


그렇게 첫 번째 깡통을 찼다. 18년 2월이었다. 




지속적인 수입의

중요성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아니던가. 깡통을 한 번 찼던 나는 투기를 계속해서 손실분의 어느 정도를 운 좋게 복구하긴 했다. 그런데 자산이 어느 정도 선의 규모를 넘지 않음을 느꼈다. 그 규모를 넘기더라도 빠르게 손실을 하며 회귀했고, 그 규모 이하로 가면 어느새 악착같이 복구하곤 했다. <부자의 그릇>의 교훈인 '다룰 수 있는 돈의 그릇을 넘기면 빠르게 잃는다.'를 몸소 배운 순간이었다.


그러다가 자칭 전문가라고 일컫는 사람의 잘못된 정보를 믿고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무서운 게 어떤 사람이 뭔가 전문적으로 보이고 특히나 투자를 통해 돈을 잘 버는 사람처럼 보인다면 그 사람의 투자를 따라가게 된다. 모방 심리와 전문가를 믿어버리는 심리 때문이다. 잘못된 투자 방식의 예시로 잡히기 딱 좋았다.  


결과는? 당연히 손실이 컸고, 결국 2번째 깡통까지 가고 말았다. 이렇게 무작정 돈을 잃고 있던 시절, 우연히 <부의 추월차선 완결판>을 읽고 마인드가 극적으로 바뀌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충격이 꽤나 컸다. 그 충격 덕분에 사람은 꾸준히 배워야 한다는 마인드가 생겼고, 그대로 독서광이 되었다. 책으로 무언가를 계속 배워나가면서 돈을 바라보는 시선도 좀 더 넓어진 느낌을 받았다.


어떤 책을 고르고 읽는 데는 우연이 가장 큰 요인이다. 우연히 서재에 꽂혀 있는 그 책을 고르고, 우연히 인터넷 서점 홈페이지에 소개된 책과 만남을 가지게 된다. 이런 이유에서 나는 코스톨라니의 저서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와 만났다.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코스톨라니가 해준 이야기가 꽤나 감명 깊었다.


오페라 연주자가 부럽다. 전업투자자가 손실이 나면 그 손실을 복구하기 위해 다시 마인드를 부여잡고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하지만 저 연주자는 악기 한 번만 연주하면 월 500만 원이라는 수익이 지속적으로 생겨나지 않는가? 오페라 연주자는 시장에서 실패를 맛본다 하더라도 언제든지 다시 뛰어들 수 있는 힘이 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취업도 취업이지만 매월 일정 수입이 들어오는 구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작정 투기를 계속하고 전업투자를 꿈꾸는 대신에 말이다. 더 이상 투기를 하면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감당할 수 없었다. 나는 이런 스트레스를 감당할만한 그릇이 안된다.




지금은

배울 시기


코스톨라니의 이야기를 듣고 난 지금은 암호화폐 투자와 투기를 하지 않는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투기를 쉬고 있다.


1) 시드 머니의 부족 : 지금의 시드 머니 규모를 보면 나는 재테크로 돈을 불릴 때가 아니라 일정한 수익을 벌어들여서 자산 규모를 키워야 할 때라고 생각이 든다. 5만 원에서 1% 수익을 내는 거랑 5억 원에서 1% 수익을 내는 거랑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2) 전문성 키우기 : 오페라 연주자처럼 일정한 수익을 벌 수 있는 전문성을 키우거나 사업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공부를 우선적으로 하고 있다. 재테크로 돈을 굴리는 것과 미래의 수익을 비교해봤을 때 공부를 하는 게 더 큰 수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3) 경험해야 할 시기 : 아직 방구석에서 트레이딩만 하기에는 하고 싶은 것과 해야만 하는 일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투자에 있어서도 아직까지 돈을 다루는 나의 그릇이 크지 않다. 적은 돈으로 지속적인 경험을 쌓아나가야 할 시기고, 암호화폐 시장뿐만이 아닌 주식, 부동산 시장 쪽으로 더 많은 경험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무언가를 꾸준히 배워야 할 시기라고 생각돼서 시장을 빠져나왔다. 암호화폐 시장에서의 경험은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





약 2년 동안의 코인 투기 경험을 쓴 이유는 단순한 이유에서 시작되었다. 그저 나 같은 개인 투기꾼이 결국에는 시장에서 빠져나왔고, 좀 더 폭넓은 관점을 가졌다는 것을 공유하고 싶었다. 시장에 돌아오더라도 보다 성장한 마인드를 지녀서 돌아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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