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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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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카나 May 15. 2020

의지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다짐할 때까지 우리는 머릿속에서 많은 계산을 하고 뜨거운 의지를 불태운다. 그리고 이 불타는 의지를 실행의 원동력으로 삼아 힘차게 나아간다. 심지어 의지만으로 목표를 달성해내는 열정 가득한 사람들도 존재한다. 내적 동기가 얼마나 충만하길래 의지만으로 결승선에 도달할 수 있었는지,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의지만으로는 목표와 계획을 결승선까지 끌고 갈 수 없는 사람이다. 어느샌가 생각에 빠져서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을 위한 계획을 다짐하지만 그게 성과로는 100% 이어지지 않는 사람이다. 의지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렇다면 의지보다 내게 더욱 중요한 '그 무언가'는 뭐였을까.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지금까지 내가 이룬 성취를 하나둘 분석해봤는데(물론 큰 성취들은 아니지만) 딱 2가지 요소로 명확히 정의 내릴 수 있었다.






첫 번째는 '환경설정'이다. 


예를 들어 내가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거나 합격을 해야 했다면, 학원과 기숙사처럼 나를 잡아주는 환경에서 목표 달성이란 꽃을 피울 수 있었다. 자유로운 환경인 집에서는 나를 유혹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한두 판이 3~4시간 그 이상이 되는 게임, 10분만 쉬자고 누웠는데 2~3시간을 누워버린 침대, 그리고 최고의 적인 스마트폰도 온종일 함께 했다. 마찬가지로 독서실처럼 반강제적인 환경도 나에겐 힘든 장소였다.


즉, 나를 유혹하는 주변 환경 속에서 나 자신을 떨쳐내야 내가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높았다. 생각해보면 주변 환경에 따라 나의 의지나 내적 동기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집 컴퓨터가 눈앞에 있는 데 공부를 하겠다는 의지 따위가 게임의 유혹을 떨쳐낼 수 없는 셈이었다. 이렇게 보면 환경설정이 정말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나 같은 의지박약 특성을 가진 사람에겐 말이다.



두 번째는

'내가 좋아하는 걸 하는 것'이다.


나는 각종 온라인 게임을 정말 좋아했었다. 더불어 경쟁하는 것도 좋아했다. 경쟁에서 이기고 승리라는 쾌감을 맛보며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는 게 정말 짜릿했다. 그래서 각종 온라인 게임 대회에 나가서 그 성취감을 맛봤다. 심지어 게임 대회를 고르는 운도 좋아서 (꿀을 잘 빨아서) 몇 번은 중국으로 대회를 치르러 갔었는데, 덕분에 공짜 중국 여행도 즐기고 좋은 경험이 많았다.


물론 아무런 준비 없이 대회를 치른 것은 아니다. 매 게임 대회마다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어떻게 하면 이기는 확률을 높일 수 있을지 방법을 연구했다. 즉, 준비 과정이 있었다. 이 준비 과정에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정말로 게임과 경쟁을 좋아했었기 때문이다. 이게 내적 동기의 전부였다. 내적 동기가 충분하니 솔직하게 환경을 맞출 필요 없었다. 내가 좋아했으니깐, 그냥 준비 과정 자체가 즐거웠었다.


지금은 내가 좋아하던 게임도 환경설정에 의해서 전처럼 많이 즐기지는 못하고 있다. 본 계정의 아이디를 지웠기 때문이다. 정말 많이 좋아했던 게임이지만 앞으로의 내 인생에는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분석하에, 철저하게 계정을 지워버렸다. 컽!







독자분들 중에서도 의지만으로는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었던 경험이 있으시다면, 지금이라도 게임 아이디를 지우거나 카페에 나가서 공부를 꾸준히 하는 환경을 만들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계정을 지우면 후회는 조금 할 수 있겠지만, 목표를 달성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과거의 나에게 약간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몇 달, 몇 년 전과 다르게 나는 자율권이 보장된 환경을 맞이했다. 그런데 지금처럼 의지박약이 발동되고 그나마 브런치에만 글을 끄적거리고 있는 글쟁이를 과거의 내가 본다면, 눈살을 찌푸리며 실망하지는 않을까.



그러니 마스크 쓰고 밖에 나가서 공부하자..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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