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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카나 Feb 03. 2020

지금 시대에서 무언가를 판매하는 법

<지적자본론> 서평


24시간 카페가

심야 영업을 하는 이유


가끔은 늦은 새벽까지 카페에 머물 때가 있다. 보통 시험기간이라 늦은 시간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데 학교 열람실은 가기 싫을 때, 나는 24시간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 다행히도 내가 지냈던 홍대에는 이런 밤샘 니즈를 만족시켜주는 24시간 카페들이 많았다.



나는 두 곳의 24시간 카페를 직접 들리고 공부까지 해본 경험이 있다. 첫 번째로 들린 카페 '가비애'는 공부하기 좋은 24시간 카페다. 매장 분위기에 배어있는 감성은 공부 기분을 제대로 낼 수 있게 만든다. 위치도 홍대에서 신촌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는지라 새벽에는 카페 주변이 조용해서 공부하기도 좋다.


약 2~3년 전에 홍대 에브리타임(대학교 커뮤니티 어플)에서 직원의 행실이 문제 되어 저격글이 올라오기도 했지만, 그 사건은 어떻게 마무리되었나 보다. 그보다 직원 한 명 안 좋았다고 들리지 않기에는 학교랑도 가까운 위치에 감미로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던 24시간 카페였다.


'커핀그루나루 홍대UCC점'도 가끔 들렸던 24시간 카페 중 하나다. 홍대 클럽거리 근처에 위치해있다. 카페 주변에는 클럽 nb2, 삼거리포차, 삼거리별밤 등 밤을 불태울 수 있는 공간이 많다. 그래서 새벽에 공부를 하러 이 곳에 다니기엔 삼거리별밤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 때문에 시끄러워서 집중이 안될 때가 있다. (과연 음악소리 때문에 집중이 안된 걸까?) 또 위치도 위치인지라 공부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늦은 시간까지 근처 클럽이나 감주에서 놀다가 지쳐서 커핀그루나루에 들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24시간 카페에서 공부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굳이 자정이 넘도록 영업을 하는 이유가 뭘까? 그저 수입을 늘리려고 늦은 밤까지 영업을 하는 걸까? 아니면 새벽까지 카페 문을 열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눈에 띄려고 하는 걸까? 물론 이렇게 돈과 겉모습을 노리고 밤늦게까지 영업을 하는 24시간 카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다. 다른 이유는 <지적자본론>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바로 아래와 같은 이유다.


24시간 내내 커피를 마시며 공부를 하거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정말 편하겠다.


이렇게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며 24시간 영업을 하는 카페가 있을 수 있다. 단순히 수입의 증대나 매장의 유명세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며 영업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관점에서 카페의 가치를 제안한 것이다.


24시간 내내 편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가치를 제안하는 것.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운영하는 24시간 카페는 진정성이 드러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사업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진정성이 고객들에게 돋보인다면, 그 카페는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을까 싶다. 


<지적자본론>은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가르침 이외에, 사업에서 '제안'의 중요성을 알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을 이 글로써 공유한다.




우리 모두는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


지금 시대의 판매에서 중요한 건 상품이나, 상품을 파는 플랫폼도 아닌 '제안 능력'이라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좋은 상품만 내면 팔리는 사회는 이미 지나간 지 오래고, 플랫폼으로 승부가 갈리는 시대도 인터넷의 발전으로 더 이상 주목받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면 답은 제안 능력이다. 이제는 수많은 상품과 플랫폼에서 고객의 선택지를 생각해야 한다. 고객의 선택지에서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제안을 하는 게 중요해진다.


저자는 고객을 위한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가시화하는 행위가 곧 '디자인'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능력이 현대 시대의 경쟁력인 '지적자본'이란 것이다. 옛 시대의 경쟁력이 었던 '재무자본'과 다른 개념이다.


각각의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상품을 찾아주고, 선택해주고, 제안해주는 사람. 그것이 서드 스테이지에서는 매우 중요한 고객 가치를 낳을 수 있으며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게 해주는 자원이다.
<지적자본론> (p.49) 


예시로 네이버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 이야기를 들어보자. 스마트스토어를 지금이라도 시작하려 하거나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는 판매자라면  <지적자본론>을 꼭! 읽어 볼 필요가 있다.


판매할 상품을 고를 때, 마진이 잘 남는 상품을 소싱하는 것과 판매하기 쉬운 상품을 소싱해서 판매하는 것은 판매자의 입장에서 생각한 판매다. 중요한 건 고객의 입장이다. 어떤 상품이 고객에게 높은 가치로 다가갈 수 있을까? 그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을까? 이것이 지금의 판매에 있어 필요한 능력이다.


고객이 높은 가치로 두는 상품을 판매하려면 일단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바라봐야 한다. 사실 이 모든 과정이 디자인이다. 다양한 관점들을 보고 그 관점들 속에서 기획하는 것이 바로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 모두는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


기업은 모두 디자이너 집단이 되어야 한다. 그러지 못한 기업은 앞으로의 비즈니스에서 성공을 거둘 수 없다.
<지적자본론> (p.41)




어떻게 팔까,

그리고 그 이상



글을 쓰면서 24시간 카페는 아니지만 홍대 가까이에 위치했던 카페가 생각났다. 그 카페의 아메리카노는 무언가 특이했다. 쓰지도 않고 진하지도 않고 입맛에 알맞았다. 커피에는 문외한인지라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어떤 점이 특별해요!'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아무튼 학교와 가깝고 맛도 좋아서 자주 들렸던 곳이다.


무엇보다 선택지에서 항상 빛이 났다. 맛, 가격, 위치가 다 좋았기 때문이다. 근처에 스타벅스도 있었지만 대부분 나는 그 카페를 선택했다. 시간 여유가 생기는 공강일 때도, 다음 교시 수업 때문에 테이크아웃을 해야 할 때에도 말이다.


심지어 메뉴는 딱 3개였다.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그리고 또 한 가지. (아마도 에스프레소 아니면 카페모카였다. 들린 지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 난다.) 그것도 2~3천 원 가격으로 양에 비해서도 매우 저렴한 가격이었다. 


만약 그 카페가 무엇을 팔까를 고민하고, 마진을 1순위로 생각했었다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었을까? 저렴한 가격과 단 3개의 메뉴, 그리고 인스타그램 감성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은 고객들에게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생각한 끝에 나온 것이라고 본다. 무엇을 팔까가 아닌 어떻게 팔까를 고민한 결과다.





그 카페는 '어떻게 팔까' 그 이상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했다. 가끔씩 저녁 이후에 밴드를 섭외해서 공연을 연 것이다. 이제 그 공간은 단순히 커피를 사 먹으러 오는, 보통의 프랜차이즈 카페와는 다른 장소가 되었다.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즉 라이프스타일 제안의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마치 <지적자본론>에서 나온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 이야기 같았다. 츠타야서점은 유통업자와 판매자의 입장이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서점이라는 공간을 구축했다. 고객이 단순히 책만 사는 공간이 아니라 그 이상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러 오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말이다.


<지작자본론>을 읽으면서 어떤 마음 가짐을 가지고 사업을 해야 할지 고수의 조언을 들은 느낌이었다. 어떻게 팔까를 고민하고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것. 이걸 해낸 사업은 당연히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카페든 온라인 판매업이든 모든 분야에서 말이다.


분명 내가 얻어간 것 그 이상이 담겨있는 책이라고 본다. 아무래도 실력이 낮아서 이 글로 표현한 정도밖에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으로 치면 레벨 10의 모험가가 레벨 30의 스킬을 배우려고 시도했다는 느낌? 아무래도 2차 전직을 하고 나서 다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지적자본론>. 판매, 사업,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인사이트를 얻어 갈 수 있는 책이다. 책의 부제가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인지라, 마치 미대에 다니면서 디자인을 배우라는 제안을 하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내용은 다르다.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정독해볼 가치가 있다.









참고


<지적자본론> - 마스다 무네아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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