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커버 이미지가 야나두잖아요? 근데 제가 소개할 이 책에 야나두 이야기는 없었어요. 죄송합니다. 어그로 좀 끌었어요. 게임에서 잘 나갔던 탱커 출신인지라.
우이씨
각설하고 이번 글은 스타트업 이야기입니다. 스타트업이 3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RocketPunch의 조사에 따르면 36%라고 해요. 1000곳의 스타트업이 생겨났다고 했을 때, 740곳은 눈물을 머금고 사업을 종료한단 뜻이죠.
'어 360곳은 생존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 36%면 괜찮은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이 '생존'이란 단어에 속으시면 안 됩니다.성공이 아니라 생존이 기준이에요. 큰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사업 전망이 흐리더라도 정부 지원의 지원금을 받거나 산소 호흡기를 붙이며 살아있는 것도 '생존'이라고 분류한다 이겁니다. 이 중에서 과연 팔짱 끼면서 '우리는 이렇게 해서 성공했습니다'며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성공한 스타트업은 얼마나 될까요?
https://platum.kr/archives/45302
생존이 아닌 성공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스타트업은 몇 안될듯합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스타트업에 뛰어듭니다. 성공만 하면 벤츠를 끌며 한강뷰가 보이는 아파트에 살 수 있을 만큼 통장에 돈을 꽂을 수 있는 일이라서 그런 걸까요? 자칫하다 빚을 끼면서 실패라도 했을 땐 한강뷰는 개뿔. 한강물에 소주 한 병들면서 발 한번 담가보고, 통장엔 마이너스가 붙게 될 확률이 높은데 말이죠. 스타트업에 대한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인듯합니다.
이런 극악의 확률 속에서도 몇몇 스타트업 브랜드들은 어떻게 성공한 걸까요? 사업이 운칠기삼의 분야라지만, 아무래도 운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플러스알파, 즉 잘 나가게 된 비법이 있다고 봅니다. 저는 그 플러스알파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비법이 뭐예유
책 <1등 브랜드는 이렇게 만드는 겁니다>에서는 스타트업 성공 비법에 대한 궁금증을 파헤쳐나갑니다. 사실 책 이름만 보고 브랜딩 관련 책인 줄 알고 펼쳐봤는데, 내용은 스타트업 생존기에 가깝더라고요. 브랜딩 방법론을 설명한 책은 아니었습니다.
스타트업을 도전하려는 사람으로서는 아무래도 작은 기업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더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삼성, LG, 네이버의 성공담보다는 지금 시대에서 새롭게 시작한 작은 기업들의 이야기가 더욱 와 닿지 않을까요? 때로는 교수님의 강의보다 같은 학교 복학생 형, 오빠의 이야기가 더 도움이 되죠. 출튀를 어떻게 하면 되냐고 교수님한테 물어볼 수는 없잖아요?
이 책은 3가지의 기준으로 10개의 스타트업을 조사합니다. 이 스타트업들이 잘 나갈 수 있었던 비법을 소개한 책인데요. 오가다, 이음처럼 제가 몰랐던 기업의 이야기도 들었고, 야놀자, 마켓컬리처럼 TV CF로 자주 접해본 기업들의 이야기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스타트업의 이야기 중 2가지를 소개하는 글입니다.
야놀자 -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야놀자하면 저는 아직도 '초특가 야놀자' TV 광고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요. 운동할 때 빼먹을 수 없는 프로틴처럼 중독성이 강한 광고였죠. 이 광고는 Ponytail의 패러디로 만들어졌는데, 원본도 엄청난 중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아갓어포포포포포포포포포니테일 부분이 그렇죠.
초특가 야놀자를 탄생시킨 원본
EXID 하니의 기세를 밀고 나가면서 야놀자는 '여기어때'와 더불어 숙박 어플하면 빼먹을 수 없는 강자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숙박 그 이상의 놀이라는 본질에 집중해서 영역을 확대하고 있죠. 그렇다면 야놀자 이수진 대표는 지금의 야놀자를 만들어 내기까지 어떤 실패와 시행착오 과정을 겪었을까요?
이수진 대표는 병역특례 업체에서 일하며 모은 4천만 원을 주식으로 다 날려먹고, 그 이후 일자리를 찾다가 모텔에서 직원으로 일하게 됩니다. 이후 꼬박꼬박 모은 돈으로 요식업에 진출하는데요. 샐러드 가게를 차렸지만 샐러드에 대한 전문성 부족과 시장 조사의 미숙으로 또 한 번 실패를 겪게 됩니다.
실패를 겪고 나서 또 시도한 게 모텔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는 다음 카페를 운영하는 거였습니다. 이 카페를 통해 더 나은 숙박을 원하는 수요가 있음을 확인하게 된 이 대표는 카페를 인터넷 사이트로 확장합니다. 이게 야놀자의 시초예요. 이렇게 보면 사업에서의 성공은 운, 적당한 전문성, 발로 뛰는 노력, 그리고 실패 경험에서 배운걸 새로운 도전에 적용시켰는지. 이 4가지가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야놀자의 이야기는 이 4가지를 다 충족했구요.
마이리얼트립 - 사업에 자존심은 사치
마이리얼트립은 여행 플랫폼 스타트업인데요. 플랫폼 하나에서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통합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처음의 마이리얼트립은 20-30대를 위한 개별 자유여행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같은 세대의 니즈를 파악하고 공감을 얻어내서 도약하고 싶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어림도 없지. 막상 주요 타깃층으로 삼은 20대보단 40대 이상에서 더 많은 수요가 발생했다고 해요. 데이터가 40대를 주요 타깃으로 바꾸라고 이야기한 것이죠. 20대는 개별 자유여행을 하는데 여행 가이드에 대부분 돈을 쓰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구글링 하면서 여행 다닐만한 곳을 조사하고 다녔던 거죠. 애초에 구매력도 크지 않아서 개별 자유여행 상품에 그다지 관심이 없던 것도 한몫을 했습니다. 반대로 40대는 혼자 조사하면서 발품을 팔기엔 그냥 가이드를 받는 게 편하다고 느낀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40대 층에서 개별 자유여행에 대한 수요가 나왔던 거죠. 아무리 라이프스타일이 바뀌었다고 해도 부수적인 그 무언가들이 따라 바뀌지는 않나 봅니다.
데이터가 말하는 팩트를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결국 마이리얼트립은 자존심을 버립니다. 타깃층 설정의 실패를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겠지만, 타깃층을 40대로 바꿉니다. 어쩌겠어요. 자존심 지키다가는 깡통 차게 생긴 상황이었는데요. 그 이후 마이리얼트립은 타깃층 변화 전략이 잘 맞아떨어져서 크게 성장합니다. 사업 영역을 넓히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기술력에 힘쓸 수 있는 기반이 생기게 되죠.
마무리
공통적으로 정말 열심히 일하더라구요.
공통적으로 성공한 스타트업들은 정말로 많이 공부해서 실력을 쌓아가고, 신발창에 구멍이 나게끔 열심히 뛰어다니는 게 공통적으로 느껴진답니다. 생존 확률 36% 안에 들면서도 성공까지 나아가는 사업 비법이란, 끊임없이 변화하고 시도해보면서 배트를 휘두르는 거죠. 성공이라는 홈런을 잘 칠 수 있는 비법입니다.
이 책은 스타트업에 도전하려는 분들이 보기에 좋은 책이에요. 업계 선배들의 생생한 성공담을 간접적으로나마 들을 수 있는 책입니다. 저도 스타트업에 관심이 생겨 들여다보는 과정에 있기에, 이 책에 담긴 스타트업 내부의 이야기가 더욱 와 닿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야놀자와 마이리얼트립의 이야기 중 일부만을 소개해 드렸을 뿐이에요. 아만다와 틴더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는 소셜데이트 어플 '이음'의 이야기, 인테리어 업계에 몸 담은 적 없이 성공한 인테리어 스타트업 '오늘의집'이야기도 재밌었습니다. 잘 나가는 스타트업 브랜드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다면 근처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이 책을 직접 읽어보심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