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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두달홍천살이 Sep 05. 2020

당신의 일상 속 멘탈 훈련, 잘 되고 계십니까?

가끔, 일상 속에서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멘탈에 타격을 입히는 일들이 있다. 최근 나의 몇 가지 사건(또는 사고)들을 예로 들어 보겠다.


1.

아침에 밥을 차려 먹고 설거지를 하려 주방 세제 주둥이에 수세미를 놓고 쭉- 눌렀는데, 글쎄 세제가 곱게 차려입은 원피스로 쭉- 날아가 버리네? 세탁하고 다림질까지 한 후에 입는 새 옷인데 오늘 못 입게 되어 순간 화가 났다.


'아니, 왜 그게 거기로 튀고 난리야? 어휴.'


2.

점심을 먹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 좀 급하게 걷는데 새로 사고 나서 몇 번 안 신은 샌들 앞부분이 콘크리트 바닥을 쓱- 긁어 버리네? 앞부분 피혁이 다 까져 보기 흉해졌다. 이제 이 신은 새 것의 이름을 벗었다. 흠집 난 신발을 신고 다닌다는 기분을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났다.


 '아니, 5만 원이나 주고 산 신발이 2만 원 값어치밖에 못하네? 어휴 사기당한 기분이야.'  


3.

아침에 옷을 말끔하게 차려 입고 출근을 했다.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시원한 쑥라떼를 타 내 책상으로 왔다. 그러다 순식간에 일이 벌어졌다. 한 모금 마시고 책상 위 컴퓨터 모니터 옆에 컵을 내려놓자마자 컵이 앞으로 쏟아지고 말았다. 내 바지와 상의 모두 쑥라떼 한 컵 전체를 뒤집어썼다. 책상과 바닥에도 가득했다. 내 예상으로는 결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었다. 마음을 부여잡고 엎질러진 액체들을 모두 수습했다. 그러나 쑥라떼로 흠뻑 젖은 옷을 입고 앞으로 8시간을 버틸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10분 거리에 있는 집으로 냅다 달려가서 새로 갈아입고 왔다.


내가 내 삶에서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았지만, 결코 생각지 않게 발생한 일들.

내가 지니고 있던 어떤 것이 내 의도와 달리 손상되거나 상태가 변해버린 일들.

결코 내가 예상하지 않았고,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일들을 수습하기 위해 내 소중한 시간의 일부를 사용해야 한다.

제길. 짜증이 밀려오지 않는가?


이런 사소한 일들이 일어나고 난 뒤에는 다시 평온한 상태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다.

그 끔찍했던 기억들을 잊어버리던지, 그 일들에 무감각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이런 사소하고 자잘한 일상의 사건들이 내 멘탈 훈련을 돕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별거 아닌 일인데 내 멘탈과 감정이 소용돌이치다니, 내가 얼마나 약해 빠졌다는 증거인가?

발생한 일에 순간 자존심 상하고 기분은 불쾌하되, 상황을 빠르게 인지하고 대응하면 된다.

그리고 그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자기 자신이 얼마나 빨리 원래의 마음 상태로 돌아오는지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면 된다. 여전히 나는 다혈질이고 화를 잘 내는 습성을 갖고 있다. 사소한 실수에 자책도 잘한다. 하지만 매 순간 이런 나를 자극하는 일상의 사건이 발생하면 내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


(위의 사례처럼) 내 멘탈에 타격을 입히는, 온전히 나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나의 즉각적인 대응 방식 하나가 있다. 사건이 발생하는 순간 스스로에게 읊조리는 거다. "휴,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사실 컵을 엎지르거나 신발 굽이 까지거나 하는 건 내가 너무 정신없이 조급하게 행동했을 때 나타나던 사건이다. 그런 나 자신에게 경고를 주기 위한 계기가 아니었을까? 이런 나 자신에게 잘 못했다고 반성을 하는 거다. 그럼 상황 탓을 하던 나 자신이 자연스럽게 나의 책임을 받아들이게 된다. 사건에 대한 나의 책임을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 정숙과 침착함이 찾아온다. 아무리 부정적으로 보이는 사건도, 나를 성장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의미를 찾으면 내 삶을 조금 더 존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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