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희망 Aug 30. 2020

모힝가 가게 아줌마는 나의 엄마!

미얀마에 나의 가족이 생기다! 

양곤에 있는 동안 내 눈은 새벽 6시면 떠졌다. 


스트레칭으로 굳은 몸을 풀어 주고, 샤워를 한다. 준비를 마치고 밖을 나오면 7시쯤 된다.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폐차 직전의 한국산 중고 버스인 29번 시내버스를 타고 5번째 정류장에 내리면 사무소가 위치한 길의 시작 점이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웨 자 얀 다(Way Zar Yan Dar) 거리를 걷다가 자주 가는 길거리 식당에 도착할 즘이면 나를 알아보고 인사해 주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자주 먹는 미얀마 국수 또는 ‘모 힝 가(메기 고기를 끓여 만든 쌀국수)’ 또는 ‘난 지 또욱(땅콩가루와 고기가 들어간 비빔국수)’ , '옹노 카욱쒜(코코넛과 닭고기가 들어간 국물의 쌀국수)'를 시켜 먹는다. 


주인아줌마랑 아줌마 가족들이랑 이런저런 안부를 물으며 오순도순 밥을 먹는다. 일찍 밥을 먹고 사무소에 가서 미얀마어 공부를 하려 했던 계획은 어디 가고 아줌마가 주는 친절에 엉덩이를 붙이고 만다. 

내가 매일 아침식사를 하던 모힝가 가게 아줌마 
아줌마네 모힝가, 난지도, 카욱쒜 똑이 제일 맛있다. 한국에 아줌마표 미얀마 국숫집을 차리는 게 내 꿈! 

모힝가 가게 아줌마랑 한 발짝 더 가까워진 계기가 된 점심식사 날 ^^ 

그렇게 가게의 단골이 되어가던 어느 금요일 아침, 아줌마 가게에서 밥을 먹는데 아줌마가 


“점심엔 무얼 먹니? 미얀마 밥이랑 반찬 먹을래?” 


하고 먼저 제안하셨다. 


처음에는 정말인가 싶어 귀를 의심했다. 길에서 만난 외국인 손님에게 사적으로 만남을 요청하다니…… 

동시에 아줌마가 나와 본인의 삶을 공유할 마음을 가져 준 것에 대해 너무 감사했다. 


약속 시간에 이미 문을 닫은 아줌마 가게 앞에 가니 아줌마께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아줌마를 따라간 곳에는 식당 하나가 있었는데, 점심시간이라 사람들이 가득했다. 아줌마는 자신의 친척들이라며 주인 내외를 소개해 주셨다. 그러고는 잠시 나보고 자리에 앉아 있으라더니 빠른 몸놀림으로 가게 일을 돕기 시작하셨다. 


앉아서 바라보는 아줌마 모습이 마치 우리 엄마처럼 보였다. 늘 바쁜 일로 자식인 나를 기다리게 했던 엄마, 어린 나는 화를 많이 냈었다. 그런데 다른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에는 너무도 쉽게 인내하고 있었다. 앞으로 엄마에게 보다 너그러운 딸이 되고 싶다. 


아줌마의 챙김으로 푸짐한 미얀마 반찬에 밥 두 그릇을 비우고 아줌마의 어린 아들이랑 놀고 나니 배뿐만 아니라 가슴까지 포만감이 차 올랐다. 


어느 순간부터 아줌마는 내가 가게에 오면 내가 아무리 주려 해도 음식 값을 받지 않으셨다. 우리 사이에 돈으로 계산하는 주인과 고객의 관계가 무의미해졌다는 의미였다. 가족한테 밥을 준 대가로 돈을 받는 게 좀 이상하지 않는가. 나는 어느새 아줌마의 소중한 가족이 되어 있었다. 


이후에는 아줌마 집에도 자주 방문하는 사이가 됐다. 아줌마가 늦게 결혼해 낳은 귀여운 아들을 보는 것도 행복했다. 


이렇게, 미얀마에서도 나에게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생겨나고 있었다. 


아줌마 아들이 목욕하며 장난치는 모습. 미얀마 일반 가정집은 주로 마당에서 물을 퍼가며 샤워를 한다.
모힝가 아줌마 가족과 함께 간 양곤의 쉐다곤 파고다, 이 날 나도 현지인 취급을 받아 입장료를 안 내고 들어갔다 ㅎㅎ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