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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희망 Aug 27. 2020

미얀마 직원들과 일하며 배워가는 미얀마 민족 이야기

당신은 어느 민족이며, 어느 종교를 가지고, 어느 지역에 살고 있나요

내가 코이카 미얀마 사무소에 2개월간 출근하며 만나게 된 미얀마 직원들은 미얀마에서의 코이카 사업이 원만하게 돌아갈 수 있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활동 물품 및 주거지원, 은행 업무, 기관과의 의사소통 등 미얀마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외국인에게는 어려운 각종 행정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아웅민툰’과 ‘이모미예’는 나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봉사단 사업을 담당하는 행정직원이다. 나는 이들과 업무가 겹치지는 않지만 현지 적응의 연결선상에서 큰 도움을 받고 있다. 한 마디로 미얀마와 코이카 사이의 경계를 녹여 주는 접점 (interface)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현지 직원들이 코이카 한국 직원들의 현지 적응을 도와주는 멘토나 마찬가지다. 


내 책상 왼쪽에는 현지 직원 두 명이 근무하고 있다. 남자 직원 한 명은 ‘아웅민툰(한국 이름은 ‘재영’)’, 여자 직원 한 명은 ‘이모미예 (한국 이름은 ‘선영’)’이다. 둘 다 미얀마의 만달레이 외국어 국립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해 한국어로 의사소통하고 업무를 처리하는데 능숙하다. 가끔은 이들이 한국인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우리는 서로를 ‘세야(마)’ (한국어로 ‘선생님’)’라고 부르며 지냈다. 학습자 및 실전 중심 학습이라고 할까? 상대방에게 던지고 싶은 메시지의 의미는 가슴속에 웅얼거리는 데 그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하지 못할 때 그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나는 매일 아침마다 이들에게 어제 있었던 일들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미얀마어를 배워 나가려 했다. 


나는 배운 어휘로 최대한 표현하려 노력하고, 선생님들은 내가 전하고 싶은 의미를 미얀마어로 알려 준다. 그럼 나는 그걸 종이에 적고 하루 종일 입에 웅얼거린다. 그리고 점심시간에 ‘마 포포’ 아주머니나 기사 아저씨들에게 배운 표현을 연습한다. 처음 배운 표현들은 ‘뭐 하고 있어요?’ ‘도와줄 거 있어요?’ ‘이거 빌려줄 수 있어요?’ ‘미얀마어 같이 연습해 주세요’ ‘-과 친해지고 싶어요’ 등 내가 먼저 다가가기 위한 표현들 위주다. 결국 언어는 상대방에게 한 발짝 다가가고, 도움을 청하기 위한 몸짓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얀마 신문을 보다가 한국인의 시각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나 더 알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바로 물어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옆의 아웅 민 툰에게 “미얀마에도 태권도 같은 스포츠 있어요?”하고 물어봤다가 미얀마에서 ‘반도(bando)’라고 부르는 전통무술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또 영자 신문에서 발견한 흘룻또(Hluttaw)와 땃마도(Tatmadaw)라는 단어가 각각 미얀마의 ‘의회’, ‘군사집단’을 의미한다는 걸 알게 됐다. 




어느 날은 미얀마의 불교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아웅민툰은 불교를 마치 남의 이야기처럼 말하는 것 같아 물어보니, 자신은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이라고 한다. 더 자세히 물어보다가 아웅민툰은 친(Chin) 민족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한국인이면 한국인인 줄 아는데, 여기 국민은 미얀마 국민이면서 그 뒤에 어디 민족 사람인지 소개하는 단어가 하나 더 붙는 특징이 있다. 그 이유는,  미얀마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데 핵심인 '민족'이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얀마는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버마족 (약 68%) 외에 약 135개의 크고 작은 소수 민족들로 구성되어 있다. 샨족, 카렌족, 친족, 카친족, 몬족은 버마족 다음으로 가장 많은 수를 가진 민족들이며 국가에서 각 민족의 이름으로 주(State)를 지정하고 있다. 버마족 대다수와 소수민족들이 뒤섞여 사는 나머지 지역들은 분할지 (Division)로 구분하여 관리하고 있다. 친민족은 미얀마 북서부 국경 쪽에 위치한 산간지역인 친 주(Chin State)에 모여 산다. 이 지역은 미얀마에서 라카인 주와 함께 가장 빈곤한 지역으로 분류되며, 앞으로 수많은 과제들이 앞으로 높여 있다. 기독교가 주를 이루는 친 민족 또한 버마족이 주를 이루던 미얀마 군부 정권 때부터 반정부 운동을 해 왔고, 버마 군인들에게 많은 핍박을 받았다. 1960년대부터 많은 친민족들이 미대륙과 유럽 및 아시아 각지로 난민 지위로 이민을 떠났다. 


미얀마를 나타내는 다양한 지도. 행정상 구분되는 지도, 민족 분포상 표현되는 지도, 그리고 일부 소수민족의 자치행정구역(Self -Administered Zone)이라는 것도 있다


이렇게 민족 이름으로 지역의 경계를 짓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모두 다 같은 국가에서 동등한 시민권을 부여 받는 국민이고, 비록 그 구성 비율은 달라도 모두 각 지역에 뒤섞여 살아가기에 딱 잘라서 어디 민족 동네라고 구분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미얀마가 미국이나 영국처럼 연방주의(federalism) 구현을 추구하고 있다는 거다. 중앙 정부가 국가 전체를 관할하되, 각 지역 정부가 자치권을 갖고 지역을 관리하며 국가 권력의 균등한 분배를 통한 민주주의 국가 구현을 꿈꾼다. 하지만 이제 막 2010년에 군부정권의 꼬리표를 뗀 미얀마는 민주주의를 위해 나아갈 길이 멀다. 아직까지 중앙집권적인 권력을 이루고 있으며 지방정부의 자치 역량은 약하다. 이러한 발전 과정을 돕고자, UN기구 및 국제단체들이 미얀마 현지 정부 및 연구소 등과 협력하는 다양한 사업과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나도 앞으로 학습자의 마음으로 미얀마의 다양한 발전과제들을 배우고, 미얀마 국민들과 함께 평화와 번영을 향해 함께 협력해 나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나가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미얀마 인족 갈등의 주요 역사 


(미얀마의 로힝야 무슬림 소수민족 탄압 난민 이슈는 추후 집중적으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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