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스플리트_미션 클리어!

서른 살에 떠난 30일간의 배낭여행 23/30

by Hongchic


자다르 > 스플리트 이동
체크아웃을 하고 스플리트로 가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여유 있게 도착한 편이라 터미널 카페에서 카푸치노를 시켜서 마셨다. 여기서 부터가 나의 실수였다. 카페인은 체내에서 이뇨작용을 일으킨다. 그 말인즉슨 화장실이 가고 싶어 진다는 것. 나는 터미널에서 화장실을 다녀올지 말지 고민했지만, 내가 예약한 버스가 실내에 무료 화장실이 있는 플릭스 버스라는 것을 떠올리며 버스 안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이게 나의 두 번째 실수다.

버스 터미널로 떠나기 전 한 껏 여유를 부리는 모습. 이 때는 몰랐다. 내가 이렇게 비참해질 줄은

도착한 버스는 플릭스가 크로아티아 버스회사와 연계한 버스로 앞유리창에 플릭스라고 표지판이 붙어 있긴 하지만 플릭스 버스는 아니었다. 이것의 의미는 바로! 버스 안에 화장실이 없다는 것. 더군다나 버스는 10분 정도 늦게 터미널에 도착했고, 승객이 모두 짐을 싣고 버스에 올라탄 순간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아. 나의 방광은 그때부터 고통받기 시작했다.


자다르에서 스플리트까지는 약 2시간 30분. 그동안의 국가 및 도시 간 이동 시간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짧은 거리지만, 화장실을 참으며 가는 그 시간은 비행기 이코노미석에서의 10시간 보다도 고통스러웠다. 허리를 폈다가, 다리를 꼬았다가 눈을 감았다가 풍경에 집중했다가.. 정말 여러 가지 생각과 행동을 하며 이 고통을 꿋꿋이 참아냈다. 구글 맵에서 스플리트 터미널이 보이기 시작한 순간부터가 정말 큰 고비였다. 나는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터미널에 도착한 순간 가장 먼저 버스에서 내려 짐을 찾고 화장실로 향했다.

멋진 풍경도 방광에 여유가 있을 때나 감상이 가능하다.

아, 이런. 화장실은 5쿠나(한화 약 800원 정도)를 전부 동전으로 넣고 이용해야 한다. 아… 동전이 모자라다. 나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뒤에 있는 크로아티아 언니에게 지폐를 동전으로 바꿔줄 수 있냐고 물었다. 그녀는 흔쾌히 나에게 2쿠나(한화 약 340원 정도)를 무상으로 제공해주었다. 오 나의 천사. 그러나 나의 짐짝은 좁은 화장실에 들어가지 않았고 나는 여기서 2차 고비를 맞이한다. 그때, 나에게 2쿠나를 제공해준 나의 천사가 다시 한번 나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어 짐을 봐주겠다고 하며 다녀오라고 손짓을 했다. 나는 그 날 화장실 안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오늘의 교훈: 화장실은 미리미리.

엄청난 위기를 잘 견디고 고비를 이겨내고 스플리트 도착!

고비를 이겨내고 홀가분한 발걸음으로 미리 예약한 아파트 형 호텔로 향했다. 나는 이 곳에서 3박을 할 예정이다. 맘씨 좋은 주인과 체크인을 마친 뒤, 짐을 풀었다. 침실, 주방, 거실, 화장실로 구성된 아파트는 이번 여행 숙소 중 가장 좋았다.

아파트 창문으로 본 맑은 하늘. 한국에서도 이런 하늘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스플리트에서는 완수해야 할 두 가지 미션이 있다.

1. 한국 음식 찾기

2. 흐바르 섬에 들어가기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운 좋게 찾았던 한국 컵라면을 슬로베니아 블레드에서 끝장냈다. 비 오는 일요일에 도착한 블레드에서는 문을 연 음식점이 하나도 없었고 나는 허기짐에 부들부들 떨며 마지막 남은 컵라면을 해치워야 했다. 막상 컵라면을 다 먹고 나니 너무 허전했다. 남은 여행 동안 기운을 낼 수 있도록 스플리트에서는 뭔가를 찾아야 한다.


흐바르 섬은 스플리트에서 페리를 타고 갈 수 있는 휴양섬으로 이름난 곳이다. 기온이 한참 내려간 10월 말이지만 이 곳에서는 운이 좋으면 수영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물을 너무나 사랑하는 내가 아드리아해에서 수영도 못하고 돌아가면 무척 서운할 터. 꼭 이 곳에 당도해 해수욕을 하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저녁을 먹을 겸 주변을 둘러보러 나섰다. 친절한 호스트는 주변 마트와 괜찮은 레스토랑을 지도에 표기해주었다. 나는 집 근처 레스토랑에서 갈릭 오일 파스타와 피시 수프를 먹고 마트로 향했다. 스플리트에서 큰 마트라고 했지만 역시나 한국 (혹은 일본) 라면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실망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파스타 소스를 골라담으려는 찰나 간장이 눈에 띄었다. 오! 간장이다. 간장을 본 순간, 내 눈 앞에 떠오르는 음식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간장 달걀밥" 파스타 소스를 내려놓고 간장과 달걀 그리고 뾰족하고 긴 인디카 쌀, 작은 버터를 장바구니에 담고 계산대로 향했다. 밥이다! 숙소에 돌아와 사온 쌀을 냄비에 불렸다. 기꼬만 간장을 열어 냄새를 맡았다. 익숙한 진간장의 냄새! 내일 조식은 간장 달걀밥이다. 마음이 설렌다. 흐흐

이것이 바로 인디카 쌀이라는 것입니다. 한국쌀과 모양은 다르지만 저에게 탄수화물 축복을 내려주시지요.
점심으로 먹은 피쉬스프와 바질 파스타. 국물이 너무 간절했는데 스프가 있어 행복했다.

이제 미션 2번을 해결할 차례. 자다르에서 흐바르 섬에 들어갈 페리를 예약할 요량으로 시간을 확인해봤지만, 비수기라 그런지 시간이 마땅찮았다. 당일에 둘러보기에는 너무 빠듯한 뱃시간. 포기해야 하나 싶어서 이것저것 찾아보다 블루 케이브 투어를 알게 됐다. 블루 케이브 투어는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배를 타고 나가 스플리트 인근의 푸른 동굴과 흐바르를 포함한 약 다섯 개의 섬을 돌아보는 투어다. 가격은 한화로 약 15만 원. 투어비가 비싼 편이지만 아드리아해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운 좋으면 수영도 할 수 있다고 하니 눈이 번쩍 뜨였다. 나는 영국 투어 업체에 10월 30일에 투어를 하고 싶다고 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기상이 좋지 않아 어렵다는 답장을 받았다. 포기할 순 없지! 내가 스플리트에서 머무는 3박 중 가능한 일자가 있는지 다시 메일을 보냈고, 업체에서는 확인해본 뒤 알려주겠다고 답을 보내왔다.


스플리트로 이동하는 동안 하루 종일 답장을 기다렸지만, 업체에서는 묵묵부답. 나는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 쌀과 간장이 든 장바구니를 들고 투어 업체 사무실로 찾아갔고, 그 결과! 내일 난 블루 케이브 보트를 타게 됐다. 온라인 문의 내역이 있어 이벤트로 투어비 10% 할인도 받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블루 케이브 투어를 통해 다시 한번 느낄수 있었다.

블루케이브 투어로 돌진! 내일 투어가 무지 기대된다.

아무튼 스플리트에서의 미션은 모두 클리어! 스스로가 대견한 밤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