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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chic Mar 09. 2021

의욕이 빵점인 날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어떤 것도 잘하기 싫은 요즘

직업을 가진 지 8년 차. 일상이 이슈인 하루하루를 겪어낸지 어느새 8년이 지났다. 두 번의 퇴사를 겪고 현재 직장에 다닌지는 이제 9개월 차가 되었다.


사실 현재 직업 전에도 나는 생계를 위해 학원, 과외, 아트센터 아르바이트를 쉬지 않았고, 스무 살부터 현재까지 약 14년 간 노동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아왔다.


재 작년 호기롭게 이직한 스타트업에서 한 명의 조직장이 모든 조직원에게 포악하게 감정 폭력을 휘두르는 상황을 당하기도 목격하기도 했다. 이후 퇴사하고 새로운 회사를 찾았지만 그때의 고통은 아직도 나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현 직장에 입사 후 8개월을 '시키는 일에만 충실'한 좀비 노비로 지냈는데, 회사에서는 생각 없이 일하는 날 오히려 좋게 평가했는지 조직장을 맡겼다. 정말 아이러니한 상황. 문제는 난 아무 의욕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너무 부담스럽고 귀찮기만 한 느낌. 이 회의 저 회의에 불려 다니는 것도 성가시고 어떤 데이터를 보면서 성과를 측정해야 하는지 기획 해오라는 상위 레벨의 오더도 짐으로 느껴질 뿐이다.


뭐든 하기 싫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내 의견은 거절됐고, 심지어 지금 참여 중인 프로젝트는 엉망진창이다. 세일즈는 엄청난 엣지케이스들을 어떻게 해결할 거냐며 매번 회의에서 PO들을 조지고, 요구사항을 쏟아내는 데, 임원들은 기간은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원 회의에서는 상대 임원들과 잘 협의됐다며 기분 좋아하는데 이건 무슨 그들이 사는 세상인가? 하지만 난 담판을 짓거나 상황을 해결하거나 화를 낼 힘도 없다.


아직도 심리적 내상이 날 지배하는 것인지 천성이 일을 싫어하는 탓인지 혼란스럽지만 이렇게 버티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나보다 먼저 프로젝트에 투입돼 주도적으로 진행해왔던 선배 PO는 프로젝트가 종료되기도 전에 다른 팀으로 전배를 간다고 한다. 이 곳에서 일 년도 되지 않는 내가 이 일을 다 마무리지을 수 있을까?


일 년만 쉬면서 갭이어를 갖는다면 나는 좀 더 달라질 수 있을까? 의욕은 어떻게 생기고 언제 사라지는 것일까? 이 모든 게 참으로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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