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홍식서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ngchic Dec 26. 2021

제대로 재밌게 일하기에 대한 공부

도쿄 R부동산 이렇게 일합니다.

괴롭지만 돈과 안정을 위해 참아내는 것이 일에 대한 나의 상태였던 것 같다. 딱히 엄청나게 재미있지도 않고, 피곤하지만 일을 하지 않았을 때의 고민과 어려움이 더 걱정이기 때문에 견뎠던 나의 10년. 일을 해온 근 10년과 내 마음에 대해 다시 돌아볼 수 있던 독서였다. 


도쿄 R부동산은 '건물'을 분위기와 느낌에 맞게 편집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부동산 편집 서비스이다. 도쿄 R부동산에 속한 구성원들은 각자의 성향에 맞게 눈에 띄는 건물 들을 발굴하고, 솔직하고 재밌는 설명과 함께 웹 서비스에 소개한다. 과거 무용수였던 구성원은 본인의 자유롭고 즐거운 분위기에 맞춘 부동산을,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추구하는 누군가는 그런 건물들을 찾아내 소개해준다. 

그들이 물건을 정하는 기준은 '감동이 있는가'다. 구성원 중 누군가가 감동이 있다면 그 물건은 도쿄 R부동산에 소개될 수 있다. 사람의 감각은 모두가 다르고 다양하다는 것이 도쿄 R부동산의 기본 철학이며, 따라서 다양한 10명의 구성원이 가지고 온 제 각각의 물건들이 웹 서비스를 채우고 있다. 이 서비스의 월간 트래픽은 약 300백만 뷰에 이르며, 월 20만 명이 서비스를 찾는다. 


부동산 편집 서비스라는 독특한 서비스도 재밌지만 더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일하는 방식이다. 도쿄 R부동산의 구성원들은 프리에이전트 방식으로 일한다. 모두가 프리랜서이며, 프로젝트 중심으로 함께 일하고 성과 중심으로 수익을 분배한다. 그들은 도쿄 R부동산 서비스를 만드는 일을 하지만 소품을 판매하는 웹서비스 혹은 오프라인 카페 등을 함께 운영할 수 있다. 동종 업계와 직무에서 수직으로 성장할지 혹은 다른 분야로 수평으로 성장할지 모두 개인의 결정에 따르며, 회사는 이러한 결정을 지지하고 이 안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여지를 찾는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일하는 방식을 워크스타일 3.0으로 정의했다. 

도쿄 R부동산의 일하는 방식은 겸업 금지 조항에 서명을 하고, 연봉 N원을 수령하기 위해서 본인의 소망이나 꿈을 고이 접어 간직해야 하는 통상의 워크 스타일과 완전히 다르다. 그들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는 것은 인간을 인간으로 인정함에 있다고 보았다.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은 늘 효율성과 합리성에 목적을 두고 이에 어긋나는 것을 배척하며 성장해왔다. 대기업 통과 관문 1차가 인적성 검사라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우리 조직에 맞지 않는 성격과 적성을 가진 사람은 걸러내겠다를 제도화한 것이 바로 인적성 검사이며,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은 00 기업의 인적성 검사를 문제집을 풀며 대비한다. 


그러나 인간은 모두 그 개성이 다르며 약점을 가지고 있고, 즐거움과 행복을 위해서는 기꺼이 비합리적인 일에 에너지를 쏟는 존재이다. 좀처럼 형태를 규정할 수 없는 말랑말랑한 존재가 우리 바로 인간이며, 인류는 이 비 정형적인 모습 안에서 다양한 결과물들을 만들어내며 존속해왔다. 도쿄 R부동산은 인간의 이런 딱딱하지 않은 모습을 사랑한다. 형체가 갖추어져 있지 않은 불완전한 모습 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을 인정하고 이를 잘 조합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비즈니스를 개척해나가고 있다. 

도쿄 R부동산의 조직은 철학에 충실하다. 이 조직의 철학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 주거하고 일하는 공간의 가치를 새롭게 하는 일.'이다. 우리가 겪어왔듯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궁리를 하다 보면 사람이든 조직이든 너무나 쉽게 그리고 빠르게 변질된다. 사회적 가치를 위한 제품의 펀딩을 진행하던 회사가 일반 커머스 기업이 되어 있는 변질은 현대 사회에서 흔한 변질 중 하나다. 도쿄 R부동산은 초반 본질에 의거해 제대로 돈 벌기를 시전하고 있다. 회사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 목적이 아닌 본질적인 영향력을 향상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철학과 기반에 벗어나는 방향을 철저하게 배제시킨다. 그러다 보니 조직이 가진 철학에 공감하는 사용자와 구성원이 모인 서비스가 되고, 수많은 지지자의 테두리 안에서 영향력 역시 안정적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책을 읽고 든 생각은 아래와 같다.

1. 나는 어떤 사람인가

2. 나는 무엇을 위해 일하고 싶은가

3. 나는 어떻게 일하고 싶은가


늘 어떻게 돈을 벌까. 어디서 일을 해야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와 같이 '돈'에 초점을 두고 던져왔던 질문의 주체를 '나'로 바꾸어 보았다. 늘 일은 필요악 같은 존재며, 하기 싫지만 해내야 하는 것, 해야지만 살 수 있는 것으로 여긴 까닭은 그 모든 질문의 주인공이 내가 아닌 돈이 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부족하고 약한 나를 인정하고, 나의 말랑말랑한 모습을 사랑하면서 내가 하는 일과 과정을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어떤 일을 할지에 대한 고민은 돈이 아니고 나에게 달렸다. 

밥 딜런이 말한 것처럼 아침에 일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성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분실했던 동심을 조금 찾아보았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