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 고래 품은 피스모 비치

기대 없던 곳에서 만난 블루웨일. 우아하게 살고싶어.

by 홍어른

기대 없던 곳에서 만난 블루 웨일.

골드코스트 바다 위, 출렁이는 배 안에서 비바람에 맞서 만났던 인생 최초의 고래를 잊을 수 없다. 10m가 족히 넘는 거대한 생물을 목도한다는 건, 짜릿함을 넘어 온몸에 희열까지 느껴진다.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고래가 자주 출몰한다는 '피스모비치'에 왔다. 어제 오후엔 자욱한 안개로 한 치 앞이 안보였지만, 오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하다. 넓은 모래사장과 탁 트인 바다가 어우러지는 멋진 뷰를 보기 위해 다시 방문했을 뿐이다.


캘리포니아 해안에는 다양한 어종과 해양동물이 살고있다.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그를 만났다.


바다를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피어 앞으로 커다란 블루웨일 한 마리가 커다란 몸과 입을 수면 위로 내민다. 플랑크톤을 최대한 많이 먹으려는 듯 입을 크게 벌리며 뛰어오른다. 푸-푸- 하며 호흡하기도 한다.

우리는 미쳐 날뛰었다.

"우와와와와와와와~~~!!!!!!!!!!!!!!!!!!!!”


고래는 피어 주위를 배회하며 숨구멍으로 분수처럼 물을 뿜어낸다. 아름다운 등 지느러미를 살포시 내밀었다가 근사한 꼬리를 치켜세우고는 심연으로 사라진다. 장엄한 자태에 대한 경외와 신비로움,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으로서의 미안함과 숙연함 등 수십 개의 감정이 교차한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신비로운 고래를 볼 때면 내 안의 천진난만함이 되살아난다. 창피함을 잊고 소리를 지르며 빠져든다. 고래가 수면 위로 뛰어올라 답변이라도 해주기를, 물폭탄을 안겨주기를 기대해 본다.

거센 파도로 서있기조차 위태로운 배 안이 아닌, 따뜻한 햇살과 평온한 피어 난간에 기대어 고래의 움직임을 숨죽이고 응시한다. 일주일도 쉬지 않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언젠가 아무 계획 없이 고래만을 위해 이곳에 오고 싶다.


현장의 분위기를 전합니다.

30분 넘게 고래를 관찰하자니, 멀리서 숨구멍으로 물을 내뿜는 모습을 봐도 더 이상의 감흥이 없다. 숨구멍에서 솟아나는 물줄기만 봐도 괴성을 질러댔는데, 더 위대한 경험을 기대하게 된다. 간사한 인간의 단면이다.

“그래도 내일 한 번 더 오자!”






새들의 안식처

살면서 이렇게 많은 새들이 자유롭게 날고, 파도에 몸을 실으며 먹이를 찾는 광경을 본 적이 있던가? 책으로만 보던 브라운 펠리컨은 부리가 크고 못생긴 외모지만, 날아가는 자태만큼은 우아하다. 날개를 계속 펄럭이지 않고 쭉 뻗은 채로 바람을 이용하는 비행술이 고급스럽다.

부자나 엘리트 대부분 자신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튀는 행동으로 주목을 끌지 않는다. 티 나는 행동도, 과하게 화려한 옷을 입지도 않는다.

펠리컨의 비행 모습을 보며,


'우아하게 살고 싶다.'


우아한 자태로 바람에 의지하여 자유자재로 원하는 곳을 간다. 그 속에 여유로움까지 느껴진다. 그렇게 살고 싶다. 펠리컨은 욕심마저도 없어 보인다. 욕심 없는 삶, 만족하는 삶, 치열한 삶보다 평온하다.


브라운 펠리컨


연애시절, 나를 감동시킨 남편의 명언

“이정아, 걱정하지 말고, 고민을 해봐.”

미국에 온 뒤, 환상적인 여정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걱정과 불안으로 갉아먹히고 있다. 언론에 비친 미국의 강력 사건들이 불안의 기저에 깔려있기에, 생각의 꼬리가 사라지지 않는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 지나고 나면 해프닝과 우스운 추억으로 남을텐데, 뭐 그리 불안해 매사 찡그리고 있는걸까.

'400일 세계여행'을 한 단어로 정리한 '만끽'이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추었다. 나라마다 안전에 대한 레벨이 다르다. 더 조심하고 공부하면 된다. 막연한 걱정 대신 고민하기로 다짐한다. 매 순간 만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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