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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어른 Oct 19. 2023

세계 최고의 대학 하버드, MIT 그냥 있어보는 거야.

보스턴, 그런데 예약실수가 또?

보스턴은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중 하나다. 미국 치안 지도가 온통 파란색이다. 여전히 경계가 필요하지만, 마음속 갑옷이 무장해제되는 느낌이랄까. 보스턴은 전 세계 리더들의 발자취 가득한 하버드와 MIT가 있는 미국의 상징이자 가장 오래된 역사의 도시다. 뉴욕보다 물가가 더 비싸다. 숙박 예약 사이트의 앞 숫자가 다르다. 그렇지만 뉴욕 같은 실수는 안된다. 보스턴시 평택 숙소는 사절이다.


밤새 검색한 끝에, 뉴욕 -> 보스턴행 저렴한 버스표를 찾았다. 보스턴으로 통학하는 학생들이 이용하는 노선이란다. 어쩐지 버스 안에 똑똑해 보이는 학생이 많다.  

미국 여정의 마지막인 보스턴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지만, 그리 녹록하지가 않다. 계속 미뤄뒀던 캐나다행 비행기의 변경된 시간을 최종 승인했다. 이후 날아온 에어캐나다의 확인 메일을 남편에게 공유했다. 호텔 침대에 앉아있던 그가 핸드폰을 힐끔 보고 덮으려다가, 다시 한번 확인하며 눈이 커진다.


비행기 예약일이 11월 13일이 아니라 12일??????

(3개월 전 하와이에서 예매한 토론토행 티켓, 미국 여정 내내 11월 13일 출국으로 알고 있었다. 토론토에 사는 J가 도착시간에 맞춰 공항으로 마중 나오기로 예정돼 있다.)

"이정아! 이정아!!! 왜 비행기가 12일이야???"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비행기 예약날짜가 이상해!!" 남편에게 보낸 캡처 이미지를 다시 확인한다.
"어?? 어?? 어!!!??? 잠깐만!! 잠깐만!! 뭐지? 이게 뭐지????"


큰일 났다! 지금 머무는 쉐라톤의 하루 숙박비가 세금포함 50만 원이다. 하루 숙박비? 비행기 티켓? 자존심이고 뭐고 없다. 호텔 로비로 내려가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감정을 잡는다. 머릿속은 간결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대사로 가득하다. 아까 체크인할 때 잠깐이지만 즐거운 대화를 나눴던 중년 여직원에게 다가가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어제 호텔스닷컴에서 예약확정할 때, 환불불가라고 했어."

"제발 예약 수수료만 내도록 하면 좋겠다."


다행히 리셉션 직원의 도움으로 이틀 치만 결재하게 됐다. 우리가 고개 숙여 한국식으로 감사 인사를 하니, 그런 인사가 낯선지 연신 웃음을 보인다.


"으... 이메일 확인 안 했으면...."

"으악. 생각하기도 싫어. 정말 잘했어. 13일에 공항 갔는데, 비행기는 없고, 티켓도 다시 끊어야 하고......"

"아빠가 여행 와서 한 일 중에 가장 잘한 일이네~" 5살 정우가 아빠를 칭찬한다.  

"마이애미에서 차 키 잃어버린 거 다 만회했다!!"


LA에서 하루 숙소 두 곳을 예약하는 황당한 사건 이후 두세 번 확인하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했고, 3개월 미국 여정동안 11월 13일 출국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3박 4일로 예정된 보스턴 일정이 2박 3일로 줄어들었다. 오전 비행기를 타야 하니 사실상 이틀뿐이지만, 모든 일이 순조로움에 감사하며 하루하루 소중히 여기자.



보스턴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 '보일스턴 스트리트'
미국 최고의 교육도시 보스턴의 공립 도서관에 방문했다
어린이 코너에 좋은 책이 많아서, 문 닫을 때까지 머물며 여러 권의 그림책을 읽었다.




세계 최고의 대학교, 하버드와 MIT

(남편의 일기 발췌)

보스턴에 온 이유는 단 하나다. 하버드 대학과 MIT 교정을 밟아보기 위해서다. 한 때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도전한다며, 지난 20년 간 생각만 했다. 비록 학생 신분 아닌 여행객이지만, 뭐 어떤가? 하버드 동상에 정우 손을 얹는다. 동상의 왼발을 만지면 하버드에 입학한다는 전설 때문에, 왼발만 닳아 반짝반짝 빛난다. 대학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무너진다. 만약 정우가 하버드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터질지도 모르겠다. 점심시간이 되자 식당가로 학생들이 몰려든다. 가방 멘 학생들 모두가 멋져 보인다.


"오빠가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한 건, 6개 국어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야."

지적인 사람에게 끌리는 건 남자도 여자도 마찬가지다.


11월 하버드 교정은 아름다웠고, 붉은 벽돌로 된 강의동, 연구동 건물이 가을의 운치를 더한다.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하버드 대학교 도서관
하버드 동상 앞에서 왼쪽 구두를 만지며 인증샷! 정우도 하버드에 오고 싶은걸까?
하버드 대학교 앞 서점 / 토론토 사는 조카들을 위한 기념품을 구입했던 Harvard Cooperative society


하버드 학생들과 나란히 앉아 점심을 먹고, 소화시킬 겸 MIT대학까지 걷는다. MIT 중앙 건물에 앉아 앞을 바라보니 유유히 강이 흐르고, 교정을 거니는 학생들이 보인다. 세계 4차 산업혁명을 만들어가는 최고의 브레인들이 지나간다. 여유가 느껴진다. 내가 바라보는 그들의 세상과 현실은 다를 것이다. 떨어지는 낙엽의 낭만 속에 혹독한 시련들로 몸서리치고 있을 수 있다. 국적을 떠나 그들을 응원하고 싶다. 지구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면 좋겠다.


세계 최고의 수학천재들이 모여있는 MIT 공대 앞,




아들의 다섯 번째 생일, 미국에서의 마지막 밤.

정우가 세상에 발을 디딘 지 5년이 되었다. 움켜쥐어도 헐거웠던 작디작은 하얀 발을 감쌌던 그날의 촉감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촉감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곤히 잠든 아들의 발을 만진다. 이제 겨우 60개월이지만, 세월의 바람이 스쳐간 흔적을 느낀다.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정우가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2017년 11월 11일에 태어난 소중한 아이.


로컬로 가득 찬 작은 pub에서 버펄로윙과 피자를 먹으며, 조촐하게 정우의 다섯 번째 생일파티를 했다. 세계여행 중인 가족이 아들의 생일파티를 한다니, 사장님께서 급히 촛불을 공수해 주셨다. 주변의 손님들도 함께 노래 부르고 손뼉 치며 축하해 준다. 쑥스럽지만 행복했다는 정우의 말을 들으니 뿌듯한 하루다.  


아래는 호선생이 양가 부모님께 올린 글..
정우와 이정이 피곤했는지 바로 잠이 들었습니다.
정우가 태어난 지 5년이 되었습니다.
양가 부모님 사랑받으면서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아마도 5년이 더 지나면 지금처럼 이정이와 제 옆에 있고 싶어 하지 않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지금 매일 안을 수 있고, 매일 손 잡을 수 있고, 볼살을 비빌 수 있는 저는 행복한 사람인 거 같습니다.
이정이와도 길거리에서 서로 안습니다.
그 사이로 정우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셋이 꼭 안습니다.
정우를 안을 때마다 전달되는 온기는 나중에 징그럽다고 저리 가라고 할 때까지 안아주고 싶습니다.
정우 앞으로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정우 생일 축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3개월간의 미국 여정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우리 세 사람 모두 고생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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