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냐짱 : 아이와 여행은 원정육아일 뿐.

+5 day / 오늘도 바람 잘 날 없다.

by 홍어른


나트랑 야시장에서 그렇게 즐거웠던 밤이 지나고
호텔 옥상 수영장에서 보는 나트랑 해변.
드디어 빈펄리조트로 입성. 얼마나 그리웠던 곳인가 넓은 수영장과 오션뷰.

그렇다. 우리는 빈펄 리조트에 왔다. 창문을 열면 그림 같은 오션뷰와 커다란 수영장이 있는 곳. 저렴한 베트남 물가에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그곳. 빈펄.

5살 아이와 빈펄랜드를 즐기는 방법? 그저 아이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아이는 온종일 너무너무 신나게 물놀이를 즐겼다. 새로 사준 구명조끼가 다소 큰 듯했지만, 이내 적응하고는 전날 밤 나이트마켓에서 사준 물총까지 탑재하여 잔뜩 신이 났다.

400일간의 긴 여정으로 교육공백이 걱정되었던 엄마는 네 권의 수학문제집을 챙겼다. 아무 생각하지 말고, 신나게 놀라고 했으나, 새벽같이 일어난 아들이 먼저 공부를 하고 싶다며 문제집을 꺼내온다. 어마어마한 뷰를 바라보며 아빠 선생님과 함께 하는 수학공부가 너무 너무 즐겁단다. 아이가 원할 때 응해주는 게 최고의 교육이었음을 체감하게 된다.


빈원더스(구, 빈펄랜드)는 워터파크와 놀이공원, 동물원, 식물원, 산책로 등으로 구성된 복합 테마파크로, 아이와 냐짱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안성맞춤인 리조트다. 우리는 빈펄 냐짱 베이에 머물렀다. 오전 일찍 출발해 워터파크와 놀이공원, 동물원을 빠르게 즐기고 나니 어느덧 해가 진다.

해변을 따라 조성된 해안산책로를 걷는데, 그림 같은 색감의 선셋이 펼쳐진다. 마음만은 여전히 소녀감성 어느덧 마흔이 돼버린 애엄마도, 5살 어린이도. 넋을 잃고 바라보게 만들던 냐짱의 선셋.

분초마다 조금씩 바뀌며 파스텔톤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은 정말 아름답다는 말 밖에 표현할 도리가 없다.

빈펄원더스 (구. 빈펄랜드) 대관람차에서 보던 야경도 잊을 수 없을거야.

꼬마 바로가 베트남에서 그토록 행복했던 이유는? 좋아하는 망고를 원 없이 먹을 수 있으니까.

엄마! 망고가 내 얼굴만큼 커요!!

1일 5 망고를 해치우는 56개월 어린이 보셨나요? 그게 바로 제 아들입니다.






[호선생의 일기]

아침부터 그녀는 늘 한결같아 이제는 체계적이라 할 수 있는 히스테리 증상을 보였다. 딱 10분만 양보하면 될 것 같은데, 조식당까지 수영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내려왔다. 그냥 조식 먹고 숙소에 올라갔다가 짐 들고 내려오면 되는데, 그걸 못 참는다. 내가 먼저 신경질을 냈다고 한다. 웃기는 짬뽕 같은 소리를 하고 있네.

그래도 그녀를 사랑해야 한다. 어제저녁 7시에 수영장이 종료되어 한참 속도가 붙은 수영연습을 조금이라도 빨리하고 싶어 안달 난 듯하다. 오늘 하루 조심해야겠다. 이런 날일수록 인내가 더더욱 필요하다. 빈펄의 조식 레스토랑은 화려하고 웅장하다.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인내하자.



오늘 아침에 한바탕 난리가 났다.

바로가 숙소 욕실 문을 잠그고 난 뒤에 열지 못해 욕실에 갇혔다. 셀프 감금에 놀라

“엄마!! 문이 안 열려, 문이 안 열려!!”


으앙 하고 울음을 터트린다.

엄마는 침착하게 문에 키스라도 하듯 붙어서 아이를 안심시키려고 한다.

“바로야, 괜찮아, 밑에 있는 동그란 거 있지? 그거 돌려봐”

문은 열리지 않고, 두려움이 더해진 아이의 울음소리가 더 커져간다.

“바로야, 바로야, 괜찮아 천천히 옆으로 다시 한번 돌려봐~”

그래도 열리지 않자 그녀의 걱정이 시작된다

“왜 안되지? 어떡하지?”

나는 호텔 리셉션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덟 번 이상 벨이 울려도 연결되지 않아, 초조한 마음에 직접 내려가야겠다 생각했다.

“It’s quite urgent, bathroom’s door is locked”

말하는 순간 닫혔던 욕실 문이 열리고 아이가 엄마 품에 안긴다. 내게도 달려와 안긴다.

“아빠가 화장실에서 문 있는 곳에 들어가서 문 잠그지 말고, 그냥 소변기에서 누라고 했지?”

아이를 진정시키면서도 그동안 공중 화장실에서 저 문을 못 열게 되면 어쩌나 했던 걱정이 기우가 아니었음을 이 때다 싶어 꺼내 들었다. 그럼에도 아이가 크게 놀라지 않고,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음에 감사해하자.




오늘은 냐짱에서 호찌민으로 첫 도시 이동하는 날이다.

어제는 바로에게 그렇게 맑은 날이 아니었다. 아침엔 수년간(?) 즐겼던 화장실 문 잠그기 놀이에서 셀프 감금으로 된통 당했고, 오후에는 수영장에서 자기 뜻대로 안 된다며 엄마에게 야시장에서 산 물총을 던져 권투 선수들도 맛이 간다는 관자놀이에 명중시켰다. 녀석의 자그마한 영혼마저도 탈탈 털렸다. 화가 잔뜩 난 엄마의 불꽃같은 눈빛을 바로 앞에서 목격했다.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 선수가 과녁 중앙의 카메라를 맞춘 것처럼 가장 치명적인 곳이었다. 관자놀이 주변으로 멍든 것은 기본이고 흉터까지 생겼다. 자고 일어나면 얼마나 부어 있을지 두고 보라고 한다.

“엄마가 공 말고 절대 다른 사람한테 공 던지지 말라고 했지!!!??”


정말 크게 꾸짖을 만했다. 바로는 고개를 푹 숙이고 수영장 사다리 앞을 손가락으로 연신 만진다.

자기도 일이 벌어진 걸 알고 있고, 엄마가 많이 아파하는 것도 느끼고 있다.

“엄마가 아파하니까, 바로도 마음이 아프지? 사람한테 물건은 절대 던지면 안 되는 거야. 바로도 미안하지? 엄마한테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하면 엄마가 용서해 주실 거야”

그쳤던 울음이 다시 터졌다. 이제는 머리가 굵어져 마음 아파할 줄 안다. 어린 녀석이 어쩌면 저런 자책하는 표정을 지을 수 있나 하는 마음에 짠한 마음이 든다. 숙소로 돌아와 서럽게 울며 엄마를 안아준다. 녀석의 5살 인생에서 흘렸던 눈물 중 가장 서러웠던 눈물이 아니었을까. 녀석도 엄마가 저렇게 화난 모습을 본 적 없었을 거다. 그만큼 정말 제대로 맞았다. 맞는 순간 그녀의 얼굴이 지금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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