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단 4일만 문을 연다는 보석박물관(Treasury of National Jewels)으로 향했으나, 무슨 기념 휴일이라 또 문을 닫았다. 박물관 정보를 보니 페르시아 왕조들의 휘황찬란한 보석들이 있다는데, 안 그래도 콧대 높은 박물관이 또 쉰다니 맥이 빠진다.
내일 테헤란을 떠나지만, 다시 테헤란의 올 때 들르기로 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이란국립박물관은 건너뛰기로 한다. 초행이었다면 당연히 국립박물관부터 갔을 거다. 전시기법은 좀 후졌어도 이란국립박물관의 유물은 너무 좋다. 아케메네스와 사산조, 카자르, 팔레비 왕조 등의 훌륭한 유물이 집약된 곳이다. 이란의 역사가 매우 길어서 그만큼 소장량도 많고 풀어낼 이야기도 많다는 뜻이다.
기원전 4백만 년 전의 고대 토기(이란국립박물관 소장)
앞선 두 번의 이란 방문 때 테헤란의 박물관은 마스터한 상태였고, 당시에 이란국립박물관 · 테헤란대학교, 그리고 진행하고 있던 학술 프로젝트 기관의 협업으로 이란국립박물관에서 국제학술컨퍼런스를 개최했었다. 기획부터 진행까지 모조리 총괄했으니, 솔직히 그때 좀 질린 듯하다.
좋은 유물들 때문에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패스!! 자꾸 이렇게 욕심을 부리면 테헤란을 못 떠날 것 같다.
문닫힌 보석박물관에서 한 차례 빈정이 상하고, 어디를 갈까 하다가 카펫박물관(Carpet Museum of Iran)에 다시 가기로 한다. 카펫박물관도 이미 가본 데다. 그런데 예쁘고 인상적이라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카펫과 시선을 사로잡는 알록달록한 무늬의 카펫들 사이로 어슬렁거리는 걸 좋아한다.
다시 찾아가 본 이란 카펫박물관(Carpet Museum of Iran). 교통이 애매해서 택시를 탔는데도 저렴하다. 6.5km 정도가 300,000 리얄(3달러 미만).
이란 카펫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제일 고퀄의 카펫은 이란에서 생산된다.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셰이크 자이드 모스크(Sheikh Zayed Mosque)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통짜 한 장짜리 카펫이 깔려있는데, 이 카펫을 이란에서 장장 2년에 걸쳐 만들었다고 한다. 오만 무스카트의 어마어마한 규모의 술탄 카부스 그랜드 모스크(Sultan Qaboos Grand Mosque)에도 이란 카펫을 깔았다. 이쯤 되면 이란 카펫이 전 세계에서 탑이라는 게 증명되는 셈.
내일 드디어 테헤란을 떠나 카펫의 명산지라는 콤(Qom)으로 떠나기 때문에 사전 답사 때문에 카펫박물관에 들른 거다. 카펫박물관은 약간 외곽에 위치한데다 그다지 크지 않다. 그런데도 황홀한 이란의 양탄자에 홀려 천천히 그리고 꼼꼼하게 카펫 사이를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덧 문 닫을 시간이 되어 결국 쫓겨나버린다.
티켓을 사고 들어가면 6m가 넘는 카펫 7장이 걸려있다. 너무 커서 일곱장이 한 샷에 안 잡힌다. ㅠㅠ
예전에도 느낀 거지만 디스플레이 수준은 별로다. -_-;; 19~20세기의 비교적 최근 카펫이긴 하지만 카펫은 끝내주게 예쁘다.
사진은 너무 많지만, 선별하여 예쁜 카펫 몇 장 소개! 꽃무늬 아라베스크가 예쁜 전형적인 무늬.
색깔이 참 예쁘다. 전 세계적으로 이란 카펫을 제일 고퀄로 꼽는다.
동물 문양을 새긴 카펫. 전통 카펫에는 이슬람의 영향으로 이런 동물 문양을 새기진 않지만, 얘는 비교적 현대 작품이라 동물을 직조했다.
이슬람은 우상숭배를 철저하게 금하기 때문에 사람과 동물의 드로잉이나 무늬를 극도로 제한한다. 때문에 반동적으로 식물이나 기하학적 무늬가 발달했다.
조로아스터 아후라마즈다를 새겨 넣은 카펫. 조로아스터교는 이란 지역에서 태동한 고대 종교로 역사적으로도 큰 영향이 미친 종교 중 하나다(야즈드 편에서 상세히 풀 예정).
박물관 앞엔 랄레 바자르(Laleh Bazar)가 있다. 차이 한 잔 마시고, 맛있는 데도 기웃거린다. 시장 한 구석에 그냥 앉아도 있어 본다. 해가 뉘엿뉘엿해져 이제 게스트하우스로 가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에라 모르겠다. 좀 더 놀다 가자.
박물관 옆에 있는 랄레 바자르(Laleh Bazar). 완전 로컬 시장이다. 차 마실 시간이 가까워짐을 느끼던 차에 발견한 반가운 노천카페.
이상하게 이란이나 터키에 오면 차이가 때마다 엄청나게 당긴다. 정말 혈중 차이농도가 생기나 보다. 15,000 리얄(120원이 좀 넘나?).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액세서리를 많이 팔던 랄레 바자르
돌아오는 길에 처음으로 버스를 타본다.
정류장에도 페르시아어만 쓰여있고, 영어가 1도 통하질 않으니 그냥 목적지만 말하고 눈만 껌벅거리고 있으면 사람들이 다 참견해서 도와준다. 직행 버스가 없어 게스트하우스까지 버스를 몇 번 갈아타야 했는데 가는 곳마다 이 방법으로 장화 신은 고양이 눈을 하고 있으면 상냥하고 친절한 이란 분들이 알아서 도와준다.
외국에서 온 어리바리한 아이가 신기하고 안쓰러운 듯.
버스 뒤쪽은 여성들 공간이라 바(bar)로 경계가 쳐져 있다. 버스 두대를 자바라로 붙여 칸을 구분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