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페르시아 인류학을 공부했고 이미 몇 달 동안 이란을 떠돈 경력이 있는 후배 '온군'이 이란 서부의 케르만샤(Kermanshah)가 좋다며 한국에서 원격으로 꼬드기는 바람에 행로를 케르만샤 쪽으로 급틀기로 하고, 하마단(Hamedan)을 찍고 케르만샤로 가기로 한다.
하마단을 거쳐 케르만샤까지 간 다음에는 쿠르디스탄(Kurdistan) 지역까지도 둘러볼 생각이 있지만, 뭐 나는 원래 계획이 없는 게 계획이므로 이조차도 확실치 않다. 케르만샤와 쿠르디스탄은 이라크와 가깝기도 하지만, 무서워서가 아니라 서부에서 중부로 이동하기가 녹록지 않아 생각이 많아진다. 서부 말고도 이란에 가볼 곳은 정말 너무나 넘쳐나니까!!
오늘은 익숙한 테헤란을 떠나는 날.
여행자는 장거리 이동을 하기 위하여 많은 것들을 준비해야 한다. 버스, 기차, 비행기 등 교통수단도 선택해야 하고, 그 수단의 빈도, 편리성, 접근성, 비용 등도 계산해야 하기 때문.
테헤란엔 장거리 버스터미널이 세 군데 있다. 동부 터미널, 서부 터미널, 남부 터미널. 서울에 고터와 남터와 동터가 있는 것과 같은 건가?
하마단으로 가는 버스는 서부 터미널에 있단다. 서부 터미널은 테헤란의 상징 중 하나인 보르제 아자디 타워(Burj Azadi Tower) 근방에 있다. 아자디는 '자유'를 의미한단다. 이란 건국 2500년 주년 기념으로 만들어졌단다. 이때 이란은 여성들이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닐 정도로 자유로웠다.
게스트하우스가 있던 바하레스탄 스퀘어(Baharestan Square) 메트로 역. 공공 교통비가 참 착하다. 기본 전철비가 15,000 리얄(150원?).
테헤란 메트로 개찰구. 우리나라랑 비슷하고 카드를 태그 하는 시스템도 비슷하다.
메트로 내부(남성 칸). 지난 글에서 썼지만 여자 혼자는 남성 칸에 탈 수 있다.
지난 글에도 잠시 언급했지만 메트로는 여성 칸과 남성 칸으로 나누어져 있다. 여성 전용 칸에는 여성들과 (남자아이 포함) 아이들이 탈 수 있지만, 남성 칸에는 연인, 가족뿐 아니라 나처럼 여자 혼자도 탈 수 있다. 이게 무슨 법칙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나는 아무칸에나 탈 수 있으니 회색분자처럼 아무 쪽이나 사람이 없는 쪽에 가서 탄다. ㅎ
남성 칸에 혼자 서 있으면 이란 남성들은 늘 자리를 양보해 준다. 나 뿐만 아니라 가족끼리 탄 여성들에게도 자리를 양보한다. 상냥한 이란 남자들이 여성들을 꽤 존중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단 한 번도 양보를 받지 않은 적이 없다. 괜찮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일어난다. 나는 외국인 여행자니 얼굴에 철판을 좀 깔고 그냥 껴서 앉을 때도 있다.
여성 칸을 넘나들 수 있는 단 하나의 예외적 남성이 있는데, 바로 메트로 잡상인.
테헤란 메트로에는 정말 잡상인이 너무나도 많다. 보통 한 칸에 서너명이 돌아다닌다. 온갖 걸 다 판다. 우리나라 전철에서 물건파시는 분들은 저리 가라다. 잡상인 남성들은 마구 넘나들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재미있는 현상임에 틀림없다.
서부 버스터미널이 있는 메이다녜 아자디(Meydan-e Azadi) 메트로역. 테헤란엔 장거리 버스 터미널이 세 군데 있다.
메트로에서 내려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어떤 아저씨가 말을 시킨다. 하마단에 간다고 하니 따라오란다. 터미널 입구부터 티켓팅하는 데까지 이 아저씨를 따라갔는데, 가는 내내 내 캐리어를 끌어준다.
시외버스 타기 전에 본 시내버스 정차 구간. 버스 2대를 자바라로 이어놓았다. 한 칸은 여성 전용 칸이겠지...?
아자디(Azadi) 서부 버스 터미널의 시외버스 구간. 버스가 생각보다 좋다.
터미널 전경. 몇 년 전 서울 고속터미널 느낌이랑 비슷.
대기실 전경. 내부에는 버스 티켓 회사들이 즐비하다.
버스회사마다 티켓팅하는 데가 있어서 저기서 티켓을 사는 거다. 이 시스템은 튀르키예랑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