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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총총 May 25. 2023

물, 요구르트, 고기로 끓여내는 튀르키예 국물, 초르바

세계 3대 요리 : 튀르키예 미식 여행 Episode #3-3

카파도키아의 멋진 동굴 퀴진에서 두 종류의 초르바(Çorba)를 맛보다


기암괴석 카파도키아의 멋진 열기구 샷


카파도키아는 정말 멋진 도시다. 특히 기암괴석이 있는 괴레메(Göreme)에는 석회동굴을 파서 살던 옛날 가옥들을 개조해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로 쓰는 곳이 많다. 석회석은 실제로 손톱으로도 긁어질 정도로 매우 물러서 아마도 이렇게 멋진 동굴 방을 만들 수 있었나 보다.


괴레메 파노라마를 효율적으로 즐기려면 하루 투어를 신청하면 된다. 카파도키아 절경 스팟들마다 거리가 있고 대중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에, 잘 마련되어 있는 반나절 혹은 한나절 투어를 신청하면 편하게 괴레메의 멋진 스팟들로 데려다주고 옵션을 추가하면 맛있는 점심도 제공한다.


괴레메 레드투어 점심은 석회동굴을 파서 만든 널찍한 고급 식당에서 제공된다. 식당 초입에서 라이브로 튀르키예 전통 악기도 연주한다. 은은하고 아름답고 오래된 전통 선율이 석회동굴 식당 안을 빈틈없이 메우며 공명한다. 황홀하다.


튀르키예 전통 선율이 아름답던 식당


이 식당에서는 두 가지 초르바가 제공된다. 렌틸콩을 갈아서 묽게 끓인 렌틸 초르바와 병아리콩을 통째로 넣어 토마토 베이스 국물에 끓여낸 병아리콩 초르바가 그것이다.


렌틸콩을 갈아서 묽게 끓인 렌틸 초르바


사실 튀르키예의 초르바는 사용되는 재료가 무궁무진하다. 초르바의 종류는 크게 세 종류로 구분한다고 한다. 물로 끓인 것, 요구르트로 끓인 것, 고기를 처음부터 끓여 만든 것.


물로 끓인 초르바는 렌틸콩이나 병아리콩 같은 곡물뿐 아니라 양배추나 가지 같은 채소를 쓰기도 있고, 처음부터 쌀을 넣고 끓이는 초르바도 있단다. 양고기나 양의 창자, 양머리, 닭고기 등의 육류를 아예 처음부터 우려내서 고아내는 방식도 있다. 이런 초르바는 정말 외형이나 맛이 국이나 탕에 가까워진다.


사진출처 : https://www.openenglish.com.tr/blog/farkli-ulkelerden-ingilizce-corba-tarifleri/


요구르트로 끓여내는 초르바도 있는데, 터키 동부나 남동부에서 특화된 초르바다. 요구르트에 고깃국물을 넣거나 콩, 쌀완자 등을 추가하여 독특한 맛을 낸다.


사실 튀르키예의 초르바는 튀르키예 내에서만 국한된 음식은 아니다. 원래는 중앙아시아의 유목적 기반을 가진 튀르크인들이 고깃국을 끓여 먹는 데서 비롯된 원형적인 국물 요리였다. 유목민들은 최소한의 조리 도구만 지참해야 이동이 쉬웠고, 한정된 재료로 많은 양을 불려 먹는 것을 추구하다 보니 국물 문화를 탄생시켰다.


사진출처 : https://www.buseterim.com.tr/tr/iyi-hisset/beslenme/kahvaltida-corba-icmenin-8-faydasi


그래서 튀르키예뿐 아니라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 등지에서도 ‘슈르빠’라고 불리는 국을 먹는다. 모두 튀르크계 음식문화의 테두리 안에서 원형을 함께 하는 음식들이다. 이러한 종류의 국은 튀르크인들이 아나톨리아에 정착하면서 주변의 민족과 문화에 영향을 받아 다양화되었다. 오스만투르크 대제국은 음식문화를 사방으로 전파했는데, 그래서 불가리아나 그리스, 발칸반도 등에서도 이름만 약간 다를 뿐 초르바는 흔한 음식이 되었다.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의 슈르빠. 튀르크계 음식문화와 맥락을 함께 한다.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의 슈르빠와 만틔. 만틔 또한 튀르크계 음식으로 튀르키예와 중앙아시아에 존재하는 '만두'다.


괴레메의 황홀한 식당에서 제공된 렌틸콩과 병아리콩 초르바는 서양식 수프와 비슷하게 식전에 서빙된다. 질감도 비슷하다. 고소한 두 종류의 콩은 끓이는 방식 때문에 전혀 다른 맛을 낸다. 한 스푼씩 호록댈 때마다 고소함이 증폭되면서, 입맛을 돋우고, 곧 서빙될 케밥의 끝판왕 항아리 케밥을 더욱 기다려지게 한다.


병아리콩을 통째로 넣어 토마토 베이스 국물에 끓여낸 병아리콩 초르바


[긴 여행에서 나를 구원해 준 국물, 초르바 3-3] to be continued...!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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