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총총 May 31. 2023

이모, 여기 튀르키예 설렁탕 양 많이로 주세요~

세계 3대 요리 : 튀르키예 미식 여행 Episode #3-4

이건 완전 레알 설렁탕!! 켈레파차 초르바(Kelle Paça Çorba)


초르바가 수프보다 국이나 탕에 더 가까운 음식이라면, 처음부터 고기로 끓여내는 초르바는 당연히 한국의 국밥이나 갈비탕 같지 않을까 의문을 가지던 차에, 한국 드라마와 K-pop에 꽤 심취해 있던 셀축(Selçuk)의 튀르키예 대학생으로부터 켈레파차 초르바(Kelle Paça Çorba)가 한국의 설렁탕과 비슷한 음식일 거라는 매우 반가운 추천을 받는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얼마나 좋아해야 그 나라의 음식을 저렇게까지 자세히 알게 되는 것일까? 심히 존경스럽고 국뽕이 뿜뿜 하는 순간이다.


초르바로 다시 생각이 돌아간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부터 물에 고기와 부산물을 넣고 오랜 시간 동안 푹 끓인 것이라면 당연히 설렁탕이나 갈비탕의 맛이 날 거라는 확신 하에 다음 행선지인 페르가몬(Pergamon)에서부터는 작정하고 켈레파차 초르바를 찾으러 다닌다. 그러다가 우연히 페르가몬 시내에서 맛집 느낌의 허름한 초르바 전문점을 만나고, 간판에 써 놓은 초르바 메뉴 중에 다행히 켈레파차 초르바를 발견한다. 정말 한국의 순댓국집 느낌의 노포다.


가게에는 연세 지긋한 중장년 층이 대부분이다. 젊은 여자 외국인이 혼자 쓱 들어가니 다들 나를 한번 쳐다보다가 이내 움푹한 초르바 접시에 코를 박고 집중한다. 중장년 층이 대부분인걸 보니 한국의 설렁탕집이나 국밥집의 정서 딱 그대로다.


켈레파차 초르바를 받아보니 정말로 설렁탕 느낌의 탕이 나온다. 켈레파차 초르바는 양머리와 양다리를 푹 고아서 후추를 넣고 끓이는 초르바로, 한국 사람들이 순댓국에 소주를 마시듯, 튀르키예 사람들은 전통주 '라크'와 함께 마시는 안주라고 한다.


레알 설렁탕 느낌이었던 페르가몬의 켈레파차 초르바


전생에 나는 이쪽 지역 출신이었는지, 워낙 외국 음식이 더 잘 맞는 식성을 타고났고, 양고기의 꾸릿한 냄새를 매우 좋아하는 희귀한 입맛을 가지고 있으므로 고기 잡냄새에 대한 거부감은 없지만, 이 켈레파차 초르바는 불쾌한 고기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향신료로 잡내를 잡고 먹기 직전, 뽀얀 국물에 후추를 잔뜩 뿌린다.


그런데 놀랍게도 ‘싸름작’이라는 소스와 다진 생고추 한 접시를 가져다준다. 싸름작은 다진 마늘과 식초를 섞어 만든 소스로, 켈레파차 초르바에 두어 스푼을 넣으면 순댓국에 곁들여먹는 두기처럼 기분 좋은 신맛을 더해준다.


켈레파차 초르바와 곁들여 먹는 마늘소스 싸름작. 설렁탕 깍두기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생고추는 정말 한국의 그것과 똑같다. 다진 고추 한 스푼에 싸름작까지 두 스푼 넉넉하게 뿌리고 나니 모양새나 맛이나 영락없는 설렁탕이다. 그것도 꽤 맛있는 유명한 집의 설렁탕!! 뽀얗고 진한 국물에 고기도 부들부들 입안에서 녹아 없어진다.

이 집은 켈레파차 초르바 맛집인가 보다.


옆 테이블의 할아버지도 켈레파차 초르바를 빵에 듬뿍 묻혀, 인중부터 턱까지 길게 자란 수염을 능숙하게 피해서 입 안으로 절묘하게 집어넣는 신기를 보여준다. 그러더니 주인에게 ‘켈레파차’ 어쩌고 하면서 뭔가를 더 주문한다.


알고 보니 한국의 수육 추가처럼 양머리 고기만 따로 주문한 것이다. 추가된 수육은 다시 초르바에 넣어먹거나 그냥 집어먹는다. 아...! 켈레파차는 수육처럼 그냥 고기를 뜻하는 거구나...!


아줌마, 저도 여기 수육 한 접시 추가요!!


켈레파차 초르바와 비슷한 이쉬켐베 초르바(İşkembe Çorbas). 소의 양을 고아서 만든 양탕(羘湯)이다.


[긴 여행에서 나를 구원해 준 국물, 초르바 3-4] The end.

이전 11화 물, 요구르트, 고기로 끓여내는 튀르키예 국물, 초르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