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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총총 May 28. 2023

[이런, 이란!] 하마단 고대유적 톺아보기 2

페르시아 솔로 방랑기

사기캐 천재 이븐시나가 타계한 하마단을 톺아보다 2


하마단(Hamedan)은 도시 가운데의 이맘 호메이니 광장(Imam khomeini Square)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길이 나 있고 이 길에 상점, 바자르, 박물관, 식당들이 거미줄 같은 길에 밀집해 있다. 길을 잃으면 광장으로 돌아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방사형의 중심 이맘 호메이니 광장(Imam khomeini Square)


광장에 저런 건물이 많아 관공서인 줄 알았다. 은행이나 일반 사무실도 많은 듯하다.


방사형 길의 한 줄기. 나무도 많고 길이 좋아 그냥 앉아만 있어도 좋다. 밤엔 좀 춥더니 낮엔 따사로워 그냥 걸어 다니거나 벤치에 앉아 멍 때리기를 자주 시전한다.


길을 걷다 발견한 황금 돔 모스크. 동네 작은 모스크다.


목욕탕 박물관을 가장한 식당


길을 걷다 보니 근처에 '칼레 목욕박물관(Hamam-e Qal'eh Museum of Anthropology)'이라는 데가 있다고 해서 발걸음을 튼다. 박물관 영어 이름에 인류학 뭐시기가 들어가서 가차 없이 결정했는데...


칼레 목욕박물관 입구가 이렇게 생겨서 내심 기대를 한다.


들어가 보니 박물관을 가장한 식당이다. 하... 낚였다.


분위기는 정말 좋다♡


옛날 목욕탕을 개조해서 식당을 만들었는데 분수나 욕조는 그대로 두고 평상을 두어 식당으로 꾸민 곳이다. 가족들이 나들이를 나와 만찬을 즐기고 있지만, 나는 배가 불러 그냥 평상에 앉아 본다.


이런 분위기가 내가 추구하는 인테리어 그 잡채다. 나는 왜 이렇게 이런 분위기가 좋은 건지....?


카펫이나 킬림에 홀려 앉아있다. 여행 다니면서 이런 것들을 하나둘씩 사모아, 한국 집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분위기가 좀 이런 편이다.


유물도 없고 그저 저 장소가 박물관 다인 것 같아서 평상에 앉아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메뉴판을 가져다준다. 분위기만 만끽하며 주문할 것처럼 앉아있다가 사진만 찍고 슬그머니 도망. 미안해요, 박물관을 가장한 식당 사장님.


나오는 길에 석류주스를 파는 노점이 있어 일단 또 줄을 선다. 나보다 먼저 주문한 여자가 저렇게 먹길래 나도 따라서 향신료와 소금을 첨가해 본다.


사기캐 천재학자 이븐시나(Ibn Sina, Avicenna)


하마단에 온 목적 중 하나는 지난번 글에도 잠시 언급했었던 철학자이자 의사였고 화학자이자 논리학자였던 사기캐 이븐시나(Avicenna, 980~1037)가 타계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븐시나는 980년, 우즈베키스탄 남단 부하라(Bukhara) 근방의 아프샤나(Afshana)에서 태어났다. 11세에 이미 란 정본과 아랍 고전을 섭렵했으며, 그 이후에는 이슬람의 법학, 철학, 자연과학, 논리학, 기하학, 의학 등 거의 모든 학문에 관심을 보였던 천재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분이지만, 실제로 유럽에서 현대의학이 시작되기까지 거의 700년 동안 의학계에서는 독보적인 업적을 쌓은 분이다.


이븐시나 영묘(Mausoleum of Avicenna). 엄청난 천재학자 이븐시나가 타계한 곳이라 영묘와 박물관이 같이 있다.


이분이 이븐시나(Avicenna). 내 스타일♡ 의학, 철학, 논리학, 천문학, 화학, 물리학, 수학, 심리학, 음악 등을 총망라한 최고의 천재 학자다.


여기가 이븐시나의 영묘. 이 밑에 묻혀계신다.


이븐시나의 책. 사실 이 분 책은 전 세계에 뿔뿔이 흩어져있어 이 작은 박물관엔 정작 이븐시나의 물건이 별로 없다.


중세 이슬람 의학책. 난 무슨 개구리 해부도인줄;;;;


4~6세기 약병들. 병이 너무 이쁘다. 저런 데 약을 주면 약 먹을 기분은 났을 듯.


치료하는 그림(고문 아님;;;)


중세 유럽이 암흑기에 빠져 있을 때, 중근동과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각 분야에서 학문적 연구가 참 블링블링한 시기였다. 이슬람 세계는 그리스, 로마, 페르시아, 인도 등에서의 지식을 수용하고 이를 발전시켜 8세기부터 14세기까지의 기간 동안 눈부시게 발전했다.


수학, 천문학, 약학, 화학 등의 기초과학 분야에서 큰 발전적 연구가 이루어졌는데, 이 시기에 알카리즈미(Al-Khwarizmi)는 이미 대수학의 개념을 도입하였고, 알-헤이섬(Al-Haytham)은 광학과 시각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던 시기였다. 이븐시나는 의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의 저서 'The Canon of Medicine'은 의학 지식의 체계적인 정리한 책으, 유럽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이슬람 공학자들은 수로 체계, 양수방식, 건축 기술, 선박 건조법 등에 대한 지식을 발전시켰으며, 시계, 알람 시계, 아스트롤라베와 같은 측정 기구를 개발하기도 했다.


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이슬람 세계는 전 시대 문화 보존과 번역에 큰 역할을 했다. 이것은 흩어져있단 지식을 축적하고 전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슬람 학자들은 그리스, 로마, 페르시아, 인도 등의 문헌을 번역하고, 기존의 지식을 보존하며 발전시킴으로써 문화적 진보를 이루었다.


이슬람 세계의 학문적 업적은 또한 다른 세계로 전파되어 신기술의 모티브를 제공했다. 유럽의 르네상스는 갑자기, 우연하게 발현된 것이 아니다. 이슬람 세계의 눈부신 영향이 그 토양에 있었다는 사실을 많은 학자들은 인정하고 있다.


카라반들의 호텔 카라반사라이(Caravansaray)


카라반사라이는 상인집단 대상(隊商)들이 무역할 때 쉬어가던 호텔 같은 거다. 카라반사라이는 고대에서 중세까지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건물로, 상업적인 거점이자 숙박 시설이었다. 주로 사막과 긴 거리를 걷는 상인들이 사용했는데, 긴 여행 동안 휴식을 취하고 음식, 물 등의 필수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카라반사라이는 주로 큰 정사각형의 ㅁ자 형태다. 거의 모든 카라반사라이 중앙에는 큰 중앙 정원이 있고, 중정 주변으로 작은 방들이 쭉 늘어선 건축형태다. 낙타나 말을 보관할 수 있는 마구간도 잘 구비되어 있었다. 큰 창고가 있어 돈을 받고 짐을 보관해주기도 했다. 유명한 카라반사라이 근방에는 꼭 큰 시장(바자르)이 형성되어 있어서, 카라반들은 이곳에서 중간 거래를 하기도 했다.


이란의 카라반사라이의 가장 큰 특징은 박제되어 있지 않고 아직까지 상점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거다. 튀르키예와 아제르바이잔 등 대부분의 카라반사라이는 현재 호텔이나 박물관으로 개조되었지만, 이란의 카라반사라이는 아직까지 가게들로 운영되고 있다는 거다.


근처에 골샨 카라반사라이(Golshan Caravansary)가 있어서 해가 지고 있었지만 찾아가 본다. 예상대로 여전히 가게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골샨 카라반사라이. 아직도 현대 상점들이 운영되고 있어 놀랐다.


카라반사라이는 대략 이런 모습이다. ㅁ자 구조에 2층이고 가운데 정원과 넓은 공간이 있다.


아제르바이잔 쉐키(Sheki)에서 묵었던 카라반사라이의 내 방. 옛날 모습 그대로 호텔로 개조했다.


이제 호스텔돌아가야 할 시간.

하마단엔 하루 더 머물면서 좀 더 둘러볼 생각이다.


하마단 중앙 모스크(Hamedan Central Mosque). 전형적인 페르시아 스타일이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이맘 호메이니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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